블로그 주도적인 삶.

본래 나는 블로그에 글쓰는것을 좋아했었다.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는 사실상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자유도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갈수록 거기다 쓰는 글에는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회사에 입사하고나서는 더 그랬다. 브런치는 스타트업 관련되서 글을 썼었는데 이젠 스타트업을 하지 않는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하려고 해도 그렇게 하자니 회사에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이 들어서 별로이기도 하고, 적어도 내 “양심”상 사이드프로젝트는 그 성향이 완전히 다른 것을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 적어도, 기존에 내가 스타트업을 하면서 배운 기술들은 몇 년간은 회사 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회사에서 하는 이 거의 백엔드에 가까운 개발은 스타트업을 했을 때와는 그 성향이 180도 다르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 내의 뭔가를 공개하는게 부담스러운게 가장 크다.

여하튼 언젠가는 스타트업을 하거나 참여할 기회가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리고 향후 5년내로도 아니다. 그 복잡한 불확실성을 견딘다? 미국와서 6년을 경험해보니 이게 보통 멘탈로 하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나름대로 온라인 상에서는 큰 응원을 받았지만 정작 제품은 미국 내에서 호흥을 받지 못했고, 스타트업 관련 대학원을 다니면서 느꼈지만 그 스타트업에도 나름대로의 ‘정석’ 같은게 있던 것이였다. 유저인터뷰나 PRD같이 PM이 주로 하는 것이었긴 하지만 그런것도 없이 무턱대고 제품만 만드려고 했던 내가 참으로 우수웠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다. 좋다는 것을 이것저것 무조건 추가하다 보니깐 당연히 마일스톤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처음 제품에는 소셜 기능자체도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추가됬다. 이건 피봇도 아니었다. 그냥 기능 추가였다. 디자인적으로도 이뻐보이는 것을 마구 추가하다 보니 에러가 무수히 많이 났다. 처음부터 내 마음가짐이 잘못된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회사에서 배우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이기도 하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거의 80% 이상의 완성도를 보이는 시스템 디자인이 없으면 프로젝트 진행을 어느정도 규모있게 진행하기 힘들다. 최근에도 몇 주를 육아와 더불어서 문서를 작성해 봤는데 정말 힘들었다. 한 2주정도면 될 것 같았던 문서가 한달이 걸리니 나름대로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었다. 물론,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문서를 작성하고 나서는 대부분의 걱정거리가 해결되었지만.

나는 과연 내 삶을 이렇게 해본적이 있던가? 물론 있다. 스무살이 되기 전부터 나는 블로그 글을 쓰면서부터 세계 최고의 xx가 되자고 무척이나 외쳤었다. 내 미래가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다가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미래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적어도 내 눈에는 잘되는 사람들만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잘되는 사람들이 이룬 것을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는 그 성취만 단기간에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그 표면적 성취는 내면에는 정말 한없이 많은 노력들이 담겨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나서 나는, 참으로 이렇게 이룬 사람들이 말 그대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가지를 이루기 위해서 이 사람들이 얼마나 큰 노력을 했을까. 물론 금수저라서 몇몇을 손쉽게 이루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내가 원하는 것들은 그 성질이 달랐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년이 걸린다. 최소 3~6개월 정도인 것 같다. 요즘에 내 계획들을 간단히 보면 이렇다. 일단 몸무게 정상으로 복귀. 이건 워낙 블로그에서 많이 언급했다. 현재까지 -9kg정도 성취했고 최종적으론 40kg정도를 감량해야 정상 체중이 된다. 과거에 나는 평생 가져갈 수 없는 방법으로만 시도를 했었다. 매끼를 샐러드로 챙겨먹는다던가, 키토제닉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간헐적 단식을 한다. 8~2시 정도만 먹고 단식. 몇 주를 해보니깐 생각보다 해볼만 하기도 하고, 어차피 대부분의 내 살찌는 원인이 저녁이었기 때문에 습관을 조절하는 데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시간에는 탄수화물을 제외하고는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사실 그리고 난 탄수화물을 그리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탄수화물은 술과 단것 등에서 오는 것 같다. 다행히 내가 음료수나 디저트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라서 술만 자제하면 되는 것 같다. 최근 한달정도 어쩌다보니 금주가 되었었는데 좀더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상체중 전까지는 완전히 금주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두번째는 음악이다. 몇번 언급했지만 난 본래도 곡을 만들고 싶었고, 아티스트로써의 삶을 꿈꿨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좀더 공부를 해둘껄 하는 생각도 든다. 여튼, 요즘엔 쉬는시간 동안 전자음악공부를 한다. 그런데 이 전자음악도 공부할께 너무 많고, 분석도 해야한다. 처음에는 아티스트는 뭔가 스스로를 몽환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거기서 창작성이 만들어진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것도 결국 노력이더라. 처음엔 학위를 취득할까 생각도 했지만, 하도 기존에 이리저리 돈쓴게 많아서 이번에는 최소화 하려고 하고 있다. 다행히 코세라는 회사에서 무료고, skillshare도 두달 무료 쿠폰을 찾았고. 그래서 4월부터 지금까지 Ableton Live나 음악이론 강의 기초를 들으면서 이론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

음악에는 이렇다 할 로드맵은 없지만 공부를 하면서 내 아티스트로써의 색깔이 보이는 느낌이긴 하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French Pop인데 대부분이 일렉트로닉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쪽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에도 찾던 것은 락음악이 아니라 잔잔한 일렉트로닉이었다. 조금은 alternative 쪽이 강하긴 하지만, 어쨌든 EDM은 아닌 것 같다. 그만큼 난 음악적인 취향자체는 확고하다. 그래서 보면 이런 장르마다 제각각의 기법이 존재한다. 그런걸 하나 둘 공부하다 보면 시간가는줄 모르겠더라. 그게 내가 결국 좋아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지금은 거창한 목표가 있거나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기본을 익히고 나서는 두가지를 더 파고 싶다. 하나는 신디사이저이고 하나는 비트이다. 모두 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구성하는 기본이다.

결국 이런 기본 공부만 하는데에는 내 재능 여부와 관계없이 적어도 올해는 다 소비될 것 같다. 일단 내 목표는 제대로된 노래 한 곡이라도 만들어 보는 것. 그리고 꾸준히 프로듀서로써의 방향을 잡고 싶다. 아티스트명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나만의 세계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 세계관은, 내가 가장 즐거웠던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젊음과 자유를 가지고 있던 그 때에 대한 그리움과 그런것들 말이다. 한가지를 정착하고 나서는 좀더 실험적인 음악을 하고, 그걸 내 웹 상에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써 전시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육아다. 정확히는 가족이다. 가족을 만들어 가는 것 만큼 삶을 안정화 시키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아직은 내가 큰 재능이 있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지만, 남부럽지 않은 ‘남편’은 이제 조금 된 것 같은데 남부럽지 않은 ‘아빠’ 가 되는건 내가 살을 빼고, 커리어적으로써 어느정도 위치에 들기 전까지는 아직은 멀었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육아와 일을 번갈아가면서 하려면 체력이 너무나도 중요한 것 같다. 최근에는 그래도 아이가 통잠을 자는 편이라 나도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아마도 신생아 때가 가장 힘들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지금은 나름대로 관리하는 느낌이고 체력이란게 처음에는 격한 운동을 해야한다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보다는 그냥 꾸준히 몸관리를 하는 것이더라. 지금의 나에게는 적절한 스트레칭과 다이어트 이외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해진 루틴. 매일 아이 목욕시키고, 아침에 옷갈아입히고 그루밍 간단히 하고, 놀아주고, 조금 더 지나면 이유식도 해야할 것이고, 아이 빨래하고, 저녁마다 아이가 놀았던 공간 정리하고. 그리고 주말에 집 청소하고, 나 스스로도 8~9시 취침 4시 기상 생활화 하고 뭔가에서 벗어나는 행동 하지 않고. 무엇보다 아이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무리 아이가 어려도 배울 것이라는 생각이기에.

어쨌든 이런 여러면으로 봤을 때 내가 공부를 하나의 삶의 측도로 잡는 것은 바른 방향인 것만큼은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벌써 3년째 간단히 공부중인 프랑스어라던가, 이젠 생활로 자리잡은 영어공부라던가 이런건 너무 당연한 것 같고, 이젠 외적인 건강과 젊음을 찾는게 중요한 것 같다. 이 글을 50분 넘게 썼는데, 어쨌건 요즘의 내 삶이 이렇다. 이걸 누가 보던 안보던 상관없는데, 결국 내 블로그는 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글을 남긴다. 언젠가 또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생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렇다. 사실 내가 기록을 남기는 것은 미래의 내게 쓰는 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항상, Do the right thing and stay focus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