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는일의 정리

TL;DR

2025년의 마침표, 그리고 2026년의 ‘인생 파인튜닝’

글쓰기의 본질: 블로그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내 머릿속의 Raw 데이터를 쏟아내어 삶을 심플하게 동작시키기 위한 ‘비움’의 도구다.
삶의 피봇팅: 지난 4년이 외부 환경에 끌려다니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AI의 도움으로 복잡한 일을 가지치기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체력을 확보했다.

출산휴가 3대 집중 과제:
1. 지적 충족: 새벽 수유 시간을 활용해 Stanford/MIT의 강화학습(RL) 강의 완독 (지식의 습득을 넘어선 지적 유희).
2. 예술적 실천: Rust와 AI로 만드는 프로젝트 P(DSP/VST) 개발 및 모듈러 신스 기반의 라이브 아티스트 활동 본격화.
3. 체력 보강: 중량 조끼 러닝을 통해 모든 활동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 연료’를 매일 공급.

결론: 2026년은 본업, 육아, 예술, 건강이 유기적으로 흐르는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삶을 꾸준히 기록하며 완성해 나가는 해가 될 것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내가 블로그를 특히 이 블로그를 쓰는 이유는 다른거 없다. 누가 보던 상관없는 이 불특정다수를 위한 블로그에서 나는 특히나 내 머릿속을 정리하고자 하는게 전부이고, 머릿속의 그 raw함을 추려내서 결론적으로 실제의 나의 삶이 좀더 심플하게 동작하기 위함일 뿐이다.

(블로그) 글쓰기가 주는 의미

무엇보다 나 혼자서 쓰는 글이 요즘 좀 많이 지쳤다. 거의 같은 말을 계속 되풀이 할 뿐이고, 내가 그렇게 숨어서(?) 혼자서만 아무리 생각해봤자 나한테 좋을게 없었다.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처럼 어디선거 속시원하게 소리를 치고싶었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라도 나는 어떻게 보면 내 블로그라는 좋은 플랫폼을 그동안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글쓰기를 하는 것은 그 도파민 정도로 따지면 술먹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져온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뭔가 내가 생각한 짜임새 있는 글을 한번 분출하고 나면 말할 것 없이 머릿속이 맑아짐을 느낀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며, 책임이 많아지며, 회사를 다니면서 블로그더라도 떠드는 것은 그만큼의 리스크를 가져다준다. 물론 내 말이 회사를 대변하는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공공연하게 쓰는 테크 관련 일들이 지금 다니는 회사와 관련이 없지는 않을것이다.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얼굴없는 공간이더라도 나는 그 말투 하나하나에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사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회사를 다니기 전에 내가 시간이 있던 부분이 조금 후회스럽기도 하다. 대학원에 붙고 개강하기 전까지의 반년, 회사를 붙고 실제로 다니기까지의 몇 개월. 실제로 회사를 나가고 보니 정말 몇 개월은 커녕 몇 일의 시간조차 자유롭게 만들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모른다. 가정 안정시키고, 육아하고, 회사 커리어 안정시키고.. 누차 생각이 들지만 왜 과거 대학에서 친했던 선배들이 회사를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면서부터 연락이 뚝 끊겼는지, 그 이유를 알꺼같더라.

자주 쓰던 매체들, 페북 브런치 네이버블로그 등 안쓴지 오래고, 그나마 자주 하는게 인스타 라이브 정도. 인스타그램도 hidden으로 돌렸다. Thread도 좀 해볼까 했는데 여긴 너무 정글같더라. 페북에 다시 글을 써볼까 해도 오래된 플랫폼이기도 하고 10년도 더 연락이 안된 지인한테 ‘구태어’ 내 생각을 전달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래서 이 블로그에 여러가지 raw한 생각을 AI가 아닌 ‘나’ 스스로 키보드와 시간을 들여서 정리를 해본다. 이 블로그가 내게는 가장 이상적인 ‘떠듬’의 수단이니깐. 일기와 SNS 그 중간이라고나 할까.

왜 굳이 다른걸 해야 하는가?

어쨌건 요즘에 드는 생각은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왜 본업에 집중하지 굳이 또다른 것을 찾는다? 고 말한다면 나는 여러가지 행동에서 오는 유기적인 흐름과 시너지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기 때문이다. 육아, 본업, 음악가, 헬스/건강, 지식 등 어차피 삶이란 자체가 멀티플레이 아니던가. 이 모든 분야에서 내가 생각한 적절한 흐름이 제대로 흘러간다면, 물론 100%는 힘들겠지만 어느정도 정해진 flow대로 흘러간다면 거기서 오는 의미는 정말로 크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한두가지 일만 하다가 은퇴할 시점이 다가온다. 나 또한 그랬다. 회사에서의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분명 출산휴가도 똑같이 있었고 어느정도 쉬기도 했지만 살도 제대로 못뺐고, 음악은 한다한다 하면서 찔끔찔끔 하기만 했었다. ML, 딥러닝, RL등 공부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한 공부는 한 5%나 했을까. 운동도 체계적으로 못했고.. 육아나 회사일은 작년까지는 끌려가기에 바뻤다.

허나 지난 글에도 썼듯이, 올해는 AI (정확히는 제미나이, ChatGPT)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아서 삶을 narrow down하였다. 가지치기도 많이 했고, 그래서 이제는 정말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면서 이번 출산휴가야말로, 물론 육아는 기본적으로 하면서 어느정도 내가 미뤄온 것들을 해보자 라는 깊은 생각이 들었다.

출산휴가 한달 전부터 총력을 다해 지금 팀에서의 업무를 정리하였고, 언제 복귀시점이 좋을지, 어떤걸 공부하고 만들어 나갈지, 어떤걸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결론은, 1) 지적인 호기심에 대한 충족 2) 예술적 행동 (전자음악) 3) 체력 보강 이라는 답을 내렸다.

지적 호기심에 대한 충족

난 정말로 공부하고 싶은게 많다. 특히 수학, ML, DL, 프로그래밍 쪽으로.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정규교과과정으로 제대로 공부한 것은 아마 대학 복학하고의 3년과 대학원에서의 2년이 전부인 것 같다.

내겐 한가지 병이 있는데 그건 ‘사고보자’ 병이다. 유데미 강의 코세라 강의, 개발 래퍼런스북, 개발서적 등등..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것들이 다 그냥 심리적인 안정감을 위해서 생긴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제미나이와의 끝없는 대화에서 내린 또 다른 결론은, 학생때야 lecture 1부터 끝까지 완독이 가능하지만 직장을 시작하고 가정이 있는 한 현실적으로 모든것을 하기는 힘들며, 필요할때 참조하는 식으로 가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쨌건 지금의 내 지적 호기심에 대한 충족은 일단 딥러닝 강의를 듣는것으로부터 시작했다. (한다가 아니라 했다.) 이미 2주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여러가지 ML, 딥러닝 강의를 듣다보니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DRL (딥-강화학습) 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출산휴가때는 아래와 같은 공부를 해나가려고 한다.

  • 3Blue1Brown – Deep Learning (80% 완강)
  • MIT딥러닝 코스 (현재 50% 완강)
  • Stanford RL
  • Stanford DL

딱 이 네개만 유튜브에서 끝내려고 한다. 이를 시간내서 듣는게 아니라 새벽수유를 하면서 듣는 것이다. 새벽수유를 하면 졸린건 둘째치고 잠이 깨면 다시 잠들기가 힘들때가 많은데, 이런 머리쓰는 강의를 들으면 잠도 다시 잘 오고 좋은 것 같다. 처음에 나는 그간 미뤄둔 CMU ML강의나 듣자고 생각했는데, 머신러닝도 워낙 분야가 많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깊은 고찰과 우연찮게 본 DeepMind의 다큐를 보고, 새로운 LLM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화학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마 굳이 Stanford DL까지는 전부 다 공부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쨌건 가장 중요한 것은 저 4가지 나의 ‘Playlist’는 끝내려고 한다.

한가지 안하려고 하는 것은 MMDS (mmds.org) 이건 내가 미국 유학을 오면서 빅데이터 공부를 하면서도 정말 하고싶던 것인데 지금 입장에서 보면 워낙 고전이고 오래되기도 해서 꼭 지금 시점에 공부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위 모든 리스트를 끝내면 아마 바로 다음순위로 이어나가지 않을까. 어차피 새벽수유는 꽤나 오래 계속될 것이니 말이다.

예술적 행동 (전자음악)

2022년, 이런 글을 쓰면서 나는 꼭 EDM을 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특히 Deadmau5의 그 수 많은 유로랙 모듈을 보고 ‘아 저게 내가 바라는 모습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2년정도, 육아를 하면서 간간히 MasterClass의 Deadmau5와 Armin van buuren은 다 끝냈다. 전자음악을 만들고자 했었는데, DAW를 쓰면서 내게 계속 든 생각은 뭔가 서사적인 한 곡을 만드는 것보다, 사람을 춤추게 만드는 그 ‘라이브’ 적 음악의 추구였던 것 같다. 마침 올해 회사 해커톤에서 AI와 Trance음악을 접목한 것으로 우승을 하면서 더 큰 확신이 들었다. 특히 모듈러 신스 (Modular Synth)부터 시작하는 DSP (Digital Signal Processing)에 큰 매력을 느꼈다.

아직은 너무 부족한게 많은 것 같지만 어쨌든 그간 첫째 육아를 하며 간간히 공부한 것들과 사모은 Moog의 세미 모듈러들. 그리고 이제 차츰 추가될 모듈러 등등을 생각하면서 계속 공부해 나가고 있다. 이건 사실 어떤 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 기본적인 모듈러 신스의 구성: 완료
  • 몇몇 기본 VST (modular v, vcv rack)에 대한 튜토리얼 -> 진행중
  • 기본 VST와 가지고 있는 semi-modular (dfam, mother-32, subharmonica)로 테크노와 트랜스 연주
  • 유로랙에 모듈 추가 및 더 고급 기술에 대한 연구 및 연주
  • 주 1회 이상 온라인 라이브 공연

특히 요즘 공부중인 강화학습을 통해서 적용을 해보는 것을 하고있는데, 대충 프로젝트 P라고 하고 이걸 rust로 (물론 gemini도움을 받아서) DSP와 모듈러 신스를 직접 만들고 있다. 이건 공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다음에 기록하기로 하고.. 어쨌든 어느정도 MVP구현해서 내가 실제로 쓰는 VST가 되는 것을 목표로.

머릿속엔 온갖 모듈러 신스에 대한 아이디어와 혼자서 머릿속에는 이미 EDC같은데서 수십번 라이브 공연도 했다 (ㅋㅋ)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신나야 한다. 내가 즐거워야 하고.

체력보강

육아하며 새벽수유와 함께 지적 호기심 충족하고, 전자음악까지 하려면 아무리 휴가라 하더라도 체력이 뒷바침 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특히 이 ‘운동’ 자체는 목적성보다 밥을 먹는 것처럼 내게 ‘연료’가 되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나 나이가 들면 하체부터 빠진다고 하는데, 십수년을 비만인 인생으로 살아왔는데, 살을 비만이 아닌것으로 뺴는 목표보다는, 나는 습관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 (특히 도파민의 기준)부터 다시 생각한다.

  • 최대한 매일 20분 이상 러닝 with weighted vest
  • 근력운동

대충 이정도로 요즘 하는 일을 정리한다. 이제 2일 남은 2025년, 전과 다르게 올해는 내년도 계획과 실행을 한두달 미리 시행하고 있다. 삶이란게 사실 어느 시점에 딱 개과천선 해서 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지금의 계획도 지속적인 fine-tuning이 이뤄지겠지. 중요한 것은 좀더 꾸준히 이에 대해서 기록하는 것이다. 그게 사실 이 블로그의 존재 이유이고, 나는 지속적으로 raw데이터를 통해 머릿속을 비우고, 삶을 채워나가는 일을 지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