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변환점 –
취준이 끝났다. 결과는 절반 정도 성공.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단락 하기로 했다. 그간, 3년간 스타트업 한다고, 석사 졸업한다고, 그러다가 한 2년 전부터 취준 한다고 원래 학부때 끝냈어야 했던 코딩 알고리즘 데이터 구조 공부하고, 면접 본다고 고생아닌 고생 했다. 비자 상태도 그렇고, 실제로 내 실력도 학부때 뭐 놀기도 많이 놀았고 하필 운도 안좋아서 알고리즘 수업을 대타로 들어서 그런지 그 흔한 AVL트리하나 이해하지 못했고, 알고리즘은 어려서 이미 DP같은 것에 스스로 이는 ‘어렵다’ 는 전재를 깔아놔서 그런지 20대에 문제풀 생각을 주호도 하지 않고 그런 수학올림피아드 영재나 한다는 문제풀기를 선입견 때문에 어려워 하다가, 나중에 보니 이바닥에서 나오는 문제도 결국 거기서 거기였고, 핵심적인 부분이 있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정말 근 1년은 참으로 맘고생이 심했다. 이건 비자 스트레스보다 더하다. 공부는 해야하는데, 마음속에선 놀고싶은 마음, 하기싫은 마음 등의 여러가지 것들이 올라온다. 뭐 많은 취준생들이 그러하겠지만 내가 대체 뭐가 부족할까 부터 해서 여러 자괴감 등이 스쳐올때의 그 허탈감은 이뤄 말할 수 없다. 그게 정말 심하게 지속되던 G사를 떨어졌을 때는 두달 까지도 갔던 것 같다. 머릿속에선 끝없이, 영어가 문제인가? 코딩이 문제인가? 난 잘 풀었는데, 커뮤니케이션인가? 계속해서 생각한다. 어쩔땐 기대도 하지 않은 곳에서 의외의 기회도 찾아오고, 온사이트 한번 가면 된통 데여서 나오기도 한다.
1년간의 취준은 내게 좌절감보다 어떻게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지를 알려줬다. 이건 정말 누구 하나 가르쳐주지 않더라. 미국에 있다보니 전처럼 친구들과 술마시며 회포를 풀 수도 없고, 혼술도 하루 이틀 이어야지 더 이상 망가지는 내 꼴 보자니 것도 보기싫고, 그러다 결국 찾은게 원점이었다. 운동과 명상. 다이어트를 해서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긍정적으로 되고, 취직과 뭐 글쎄, 신분 그런거 다 좋다. 하지만 나 스스로의 진정한 ‘사명’을 무너뜨릴 만큼 그게 중요할까 라는 생각. 세상이 무너져도 나는 내 할 일을 한다는 생각. 어느 순간부터 정말 한국에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예전같으면 좌절했겠지만, 난 그저 하느님께 내 운명을 맏기고, 어느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서론이 길었다. 어쨌든, 마음이 점차 안정되면서 그간 미뤄뒀던 일들이 많이들 떠오른다. 사실 나는 일벌리기의 신이다. 그런데 벌린 만큼 마무리는 거의 제대로 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유는, 첫째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고 둘째는 절대적인 일을 하는 시간이 적었다. 술마시고 게임하고 놀고.. 쓸때없이 시간을 허비한게 너무나도 많았다. 일이 정리가 되지 않았던 것도, 나는 스트레스가 생기면 정말 나몰라라 하고 딴길로 새어 버린다 그러다 보면 일정은 미뤄지기 일쑤고, 이는 곧 실질적인 일의 퀄리티와도 연계되는 것 같다.
학교던 직장이던, 정해진 휴식시간과 일 혹은 공부해야 하는 시간이 존재한다. 나는 그 공사의 구분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프리랜서 식으로 일하다 보니 즉흥적인 일이 더 많았다. 수시로 수요일이 토요일이 되고, 토요일이 수요일이 됬다. 규칙적이지 못했다. 게다가 살이 찌면서 체력이 약해지고, 그러면 정말로 집중해서 해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또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내 가장 나쁜 습관 중 하나는 미리미리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닥쳐서 뭐든지 한다. 혹자는 천재들은 대부분 그렇게 해서 뭔가를 해낸다고들 하지만, 그러면 다 좋은데 ‘생활패턴’이 망가진다. 마감일 전에 하루 이틀 밤을 새어버린다. 그럼 또 그렇게 깨어진 패턴을 되살리는 데에는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취준하면서 이건 정말 특히나 깊게 느꼈다. 그간의 좀 여유있던 시간에 더 공부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 말이다. – 아마 이 부분은 내가 지금 비록 안정되었을 지라도 코딩공부/시스템디자인/영어공부 를 꾸준히 해야할 필요성과도 같다.
결국, 나는 지금의 정리되지 않은 많은 일들을 지속적으로 신경써서 정리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 절대적인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최근에 생각해보니 내가 자기관리 툴을 내 개인 체크리스트를 사용하면서 거의 쓰지 않았다. 그렇게 자주 쓰던 Things를 안쓴지도 한 6년, 프랭클린 플래너는 이미 20대 초반부터 쓰지 않았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회사에 따라 일정관리 툴이 있어서 사용했었다 쳐도, 학부때에는 분명 iStudent를 사용하면서 성적을 관리했었고, 이후에도 OmniFocus를 통해 계속해서 관리했었늗네, 그렇게나 자기관리를 좋아했었는데 어쩌다 이리도 즉흥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어쨌든 이 모든것은 내 절대적인 스스로에 대한 관심의 부족이라 생각한다. 계속해서 나를 돌이켜 보고 반성하고 회고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무리해서 계획을 잡지 않고, 그러면서 최대의 집중력을 위해 운동하고 살빼고 스스로를 철저히 관리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더 필요한 것들을 알았으니, 이제는 실천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