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근황은 새로운 시작이다. 회사를 옮겼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다시 산호세로 출근을 하고 있다. 출퇴근에 막히면 왕복 두시간은 걸려서, 다행히 출퇴근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트래픽을 열심히 피해 다니고 왕복도 한시간 조금 넘은 시간으로 줄일 수 있었다.

새 출발이란 자체는 항상 설래인다. 작년이 생각난다. 원래는 기억하기도 싫은 작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취준이란 자체는 어찌나 힘들던지, 사실 코딩보다 힘들었던 것은 영어 의사소통과 불합격이나 기다림에서 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었다. 병특 이직때, 대학원 기다릴때, 모든 시간이 기다림의 연속이었고 한없이 어리기만 했던 나는 그 기다림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부분 술로 때웠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물론 100%는 아니지만 최소한 70~80% 정도는 내 뜻대로 되곤 했는데 난 왜 심적인 부담감을 견디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냈을까.

그랬던 가장 긴 시간이 작년 한 해였던 것 같다. 신분 문제도 있었고, 이직에 워낙 목말라 있다 보니 아마 더 그렇지 않았을까. 특히 초반이 가장 힘들었다. 나정도면 금방 취직될 수 있겠지 라는 자만이 만들어내서 그랬을까, 처음에 거의 100군데에서 불합격 내지는 진행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는 연신 좌절속에 살았다. 4월 이후로 3개월 정도는 손을 떼고 지냈는데 이때도 거의 좌절 상태라서 거의 시간이 되는대로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힘든 시간중에서도 얻은것도 많다. 연말쯤 되니깐 전화인터뷰는 거의 그냥 통과했었다. 내가 가장 강력한 부분이 어떤 부분인줄 알았고, 한편으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100% 커리어를 잡으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라는 놈이 정말 비집고 가야 할 틈새가 아주 작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거의 풀스택으로 이것저것 다 하는 놈으로써는 말이다. 그래서 결국 뭐 하나 판다는 생각보다는 나는 나대로 본래 추구하던대로, “예술가” 적인 그런 종합적인 창조자로써의 역할을 다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였다.

가장 내가 얻은것은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실 노력하면 다 될 일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동안 나는 탈락 혹은 기다림의 속에서 안절부절하지 못해서 술로써 이를 무마하였다. 덕분에 살이 비대하게 증가했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결국 내가 갖춰야 할 것은 스트레스 조절, 더 나아가 마음을 더 평온하게 하고 술 이외에 내 감정을 조절할 것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고, 술보다는 잠을 택했다. 명상도 다시금 시작했고, 책을 읽었다. 그렇게 좋은 습관 가득히 나는 13키로를 감량했고, 결과적으로 원하던 이직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새 출발을 하고 나서, 예전과는 다른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 예전에는 혼자서 비즈니스를 어떻게 성공시켜야 할것인지만 끙끙대고 있었다. 아무리 유라임을 만든다 한들 끈기있게 스케줄이 관리되지 않았고, 개발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나 기술이 나오면 무조건 써봐야 했었다. 그래서 1년, 2년 딜레이되던게 지금까지도 완제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상사’를 오랜만에 둔 이 직장 생활에서는 다르다. 일단 개발에만 신경쓰면 되니깐 그게 좋다. 물론 개발이외에 설계, 디자인, 전체 파이프라인까지 다 담당해야 하지만 사실 이런 부분이야 원래 하던 것이긴 하다. 유라임과의 차이점은 결정권자가 내가 아니라 윗선에 있다는 점이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의견을 조율해 나갈 수 있는게 너무 좋은 것이다. 게다가 회계, 인사 등을 신경쓸 필요도 없고.. 거의 내가 새롭게, 혹은 ‘잡무’ 라고 생각하던 것은 90% 이상은 줄어들었으니, 오로지 개발에만 신경쓰면 되어서 새로운 지평이 열린 셈이다.

또하나는 매니저로써의 역할이다. 최근에 몇몇 면접을 좀 보고 있는데, 내가 관리할 엔지니어를 뽑는 것이다. 또 이렇게 면접을 보다가 면접관으로 들어가니 기분이 색다르다. 게다가 내 아래 직원이 왔을 때 어느 선까지 코드를 공유해야 하는지, 어떻게 협업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기존에도 많이 공부를 해왔었지만 이제는 좀 실무인 것 같다. 기존에 수 많이 공부했던 협업이 실질적으로 잘 쓰일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 매니저와 개발자 역할을 동시에 하려면 어떻게 가지고 가야할지, 직원들에게 어떤 것을 시켜야 효율적인 협업이 될지, 그런 부분에서 또다른 고민이 된다.

한편으로는 밤새서 제품의 미래를 고민해주는 대표가 계시니 마음이 더 편하게 된다. 그렇다고 책임이 저멀리 떨어져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말에는 작업 혹은 미팅을 안하게 하려는 대표님도 감사하고 덕분에 주말을 더 편하게 쉴 수 있는 것 같다. 집중해서 일을 끝내고 오면 집에와서는 회사 외적인 개발 혹은 기술의 본론적인 이론 등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난 특히 이부분이 좋은데, 자기개발의 시간이라고 해야할까. 예전에 유라임을 할 때에는 정말 24시간 내내 유라임 생각만 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됬다. 그래서 개발을 쳐다보기도 싫었다. 개발공부라는 것은 마치 유라임과도 관계가 있으니 쉴때는 이를 떼어두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일단 개발공부를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일과 연계가 있지, 어쨌든간에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다르다. 즉,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의 변화랄까.

회사 제품은 블록체인 기반의 웹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도 신기하고, 어쨌든간에 공부할 수 있는 분야가 생긴것도 좋다. 대표님은 더 연구를 해보라고, 어차피 주어진 시간에 연구하고 나만의 핵심 분야를 찾아서 이에 대한 전문가가 되라고 하신다. 예전에는 계속해서 풀스택 개발을 외쳐왔는데 취준을 거치면서 이게 나의 경쟁력이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필두로 머신러닝, 보안, SDN, 클라우드 등 내가 본래 관심있어했던 분야를 계속해서 공부해 나갈 예정이다. 못해도 2-3년 정도는 말이다. 일도 하고 연구도 하고.. 얼마나 좋고, 지금은 얼마나 안정되었는지 모른다.

삶은 도전의 연속인 것 같다. 2019년부터 시작된 이 새로운 도전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시작은 좋다. 새로운 시작 속에 조금씩 나의 본래 모습을 잡아나갔으면 좋겠다. 이 블로그에도 기술 블로깅 많이 하고, 전처럼 그저 푸념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배워나갔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이 블로그를 운영한지도 12년이 되었다.. 함께 한 시간만큼, 항상 블로그한테 고맙다. 함께 멋진 미래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