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위 글을 쓴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다. 회사를 다니며 안정기를 겪고 있던 2011년에 처음으로 내 삶을 바라보고 무엇을 어떻게 해봐야 할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했던 것. 그리고 내가 가지고 싶던 것을 쭉 나열해보고,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던 시간. 별건 없었다. 그저 앞으로 살 100년동안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나열하고, 이에 대해서 러프한 일정을 세우고, 이에 따라서 행동여부를 측정했을 뿐이다.
그렇게 10년치가 쌓였다. 정확히는 9년치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데이터들을 통해서 내가 느낀것은 단순하다. 사람의 미래는 절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체크리스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아, 이렇게 데이터를 모으면 분명 성공할 수 있을꺼야!’ 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적어도 남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삶을 살 수 있는것은 분명하니깐.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렇게 목표지향적인 삶은 그 목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렇다. 한 수년에 걸쳐서 스타트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들었고, 열심히 돈벌어서 이를 가지고 미국에 왔는데 수도없이 많은 변수 속에 버티긴 했지만 이내 주저앉고 말았다. 좌절이 절망이 되고 이를 위로하는게 왠걸, 술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잃어버린 5년이라 생각하는 지난 5년간 난 술독에 빠져살았다. 살이 30키로는 넘게 쪘고, 삶은 규칙적이지 못했고, 수면패턴은 엉망이고 음식은 가리지않고 많이 먹었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목표라는 것이 뚜렷해지려면 그 세부 플랜이 명확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목표만 있으면 뭐하나, 그 구체적인 플랜이 없고 세부적인 목표의 milestone #1도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건 안하나 못하더라. 예컨데 살을 당장 내일 30kg뺄 수 있는것도 아니고 여기엔 생활습관이라는 중요한 복잡한 실타래가 엉켜있는 셈이다. 바꿔야 할 것도 한두가지도 아닌데 이를 하루아침에 한다? 그건 말도 안됬다. 이미 나 자체가 너무나도 많은 실타래로 엉켜져 있었기 때문에, 되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삶을 쪼개봤다. 그리고 절대로, 100년 계획 같은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당장 내일 무슨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100년이라고? 난 이걸 머신러닝이나 데이터 과학으로 해결하려 했는데, 시기상조였다. 물론 이 부분은 아직도 내 연구분야이고, 유라임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였지만, 이건 마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과 별반 다른게 없었다. 그래서 그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10년정도는 설계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아이젝트 로드맵을 봤을 때, 10년간 목표가 변하지 않는 것이 꽤 많았다. 범주가 좁아진 것, 추가된 것이 몇몇 있었지만 큰 틀은 비슷했다. 그리고 특히나, 철없던 20대 시절에 주된 것을 차지하던 ‘물질적’ 인 것들은 결국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것들이었고, 그게 목표가 되어봤자 조금의 자극밖에 되지 않았다. 어차피 건강과 실력이 쌓이면 해결될 문제들이었다.
그래서 또 다시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했다. 이번에는 마인드맵으로 그렸다. 특히나, 마인드맵처럼 트리형이긴 하되, 복잡한 실타래를 나타내봤다. 예컨대 지금하는 공부가 취업과 연결되어 있고, 취업을 하면 집을 살 수 있고 이런것들. 이런게 훨씬 현실적이었고, 이런게 dependencies를 나타내기에는 충분했다.
지난 10년간 나는 목표가 있으면 이를 세부목표로 쪼개고,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까지 나타내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계획을 세워봤자 실천하지 않으면 되려 계획을 세우던 시간이 아깝다고 느꼈다. 또한 어차피 단시간에 될 것이면 계획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획들은 적어도 한달 이상의 시간을 요구했다. 그럼 결론은 뭔가? 계획을 ‘습관’화 해야 하고, 습관화 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난 이를 뜬금없이 배우기 시작했던 프랑스어를 통해 인지했다. Duolingo라는 앱으로 프랑스어를 공부한지 거의 300일정도가 되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조금씩 공부했고, 처음에는 공부하는데 하루에 한시간 정도를 투자했지만 지금은 그냥 가볍게 10분정도 한다. 새벽에 할 때도 있고 자투리 시간에 할 때도 있다. 프랑스어는 그냥 5년 내로 프랑스인이랑 대화할 정도만 되면 좋겠다는 아주 러프한 목표가 있었다. 굳이 내가 지금 프랑스어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특히나 토플, 아이엘츠등으로 영어공부에 이런 시험위주의 공부에 지쳐버린 나머지, 적어도 프랑스어 공부만큼은 가볍게 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게 취미가 되고, 지금은 기초적인 문장들은 들리기도 한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토록이나 세부계획 세워서 실천했던 것들은 정작 중도 포기나 좌절하기 일수였는데, 프랑스어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그냥 듀오링고나 하자 라고 생각했는데 꽤나 오랬동안 이어나갔다. 난 여기서 느꼈다. 습관이 정말 중요하구나 라고. 생각해보면 성취라는 것은 평소의 내가 행했던 것의 결과일 뿐이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의 것들의 결과이다. 작년 초에 토플과 아이엘츠 공부를 했을 때, 하루빨리 나는 원하는 성적을 가지고 싶었지만 그렇게 조급해 할 수록 성적이 오히려 낮아져갔다. 그리고 내가 느낀 결론은, 이런 공부 또한 몸에 베지 않으면 절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나같은 사람에게는 (아마도 평범한 사람들에게 모두?) 더더욱이나 그랬다.
왜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지, 이제야 이해를 했다. 머릿속에 들어오는 지식은 짧은 시간에 수만가지를 넣기보다는 충분한 시간동안 조금씩 넣는것이 마치 복리이자를 받는 것처럼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고 이것이 평소의 실력이 되어버렸다. 토플과 아이엘츠를 4개월 정도 공부했는데, 초반의 조급함보다는 그냥 영어공부한다는 셈 치고 (실제로 영어공부였지만, 마음가짐은 시험보다는 영어 실력 향상에 목적을 뒀다.) 기본기를 다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4개월 후 원하는 성적을 얻었다. 시험은 결국 내 평소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대변하는 정도일 뿐이었다.
그게 웃겼다. 결국, 목표라는 것은 일회성이 될 수가 없었다. 돈버는 것도 마찬가지다. 돈버는데에는 방법이 많다. 로또해서 일확천금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로또의 확률은 극악무도하다. 오로지 돈을 운에만 맏기는 것이고, 또한 이렇게 얻은 돈은 또 금방 날라간다. 하지만 돈을 버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조금씩 투자를 해서 투자방법과 경제를 공부하고 천천히 자금을 불릴 수도 있고, 노력해서 원하는 직장과 보상을 얻어서 이를 통해서 돈을 벌 수도 있다. 집필 등 부차적인 노력을 통해 얻을 수도 있다. 어디 돈 뿐인가. 내가 생각한 목표의 100%가 습관을 통해이룰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세분화된 목표를 삶에 녹아들이면 이룰 수 있었다.
그럼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습관을 어떻게 들이느냐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잠자고, 식사하고, 본업 하고 출퇴근 하고 하다보면 남는 시간은 얼마 없다. 이 시간이 결국 목표의 승패를 가른다. 이 시간을 무언가에 초집중해서 이룰 수도 있고, 지친 나머지 넷플릭스나 보면서 보낼 수도 있다. 선택은 본인 나름이지만, 돈으로 따지면 시간을 저축하느냐 사용하느냐의 차이이다. 그리고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 공부를 한다면 얼마나 큰 집중력을 발휘해서 쓰는지, 그리고 한번에 많은 것들을 해서 지쳐서 다시 휴식 등으로 감정 소비를 할 것인지, 아니면 집중해서 한두가지를 할 것인지, 돈으로 따지면 분산투자냐 집중투자냐 그런 비유가 될 수도 있다. 본인의 성향에 따라, 그리고 목표하는 정도가 어느정도냐에 따라 모두가 다르다.
더 중요한 것은 체력과 건강에 있었다. 난 10년이 넘게 4시기상을 실천했는데 이때문에 수면시간이 3~5시간을 왔다갔다 했다. 부족한 수면은 주말에 보충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했는데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작 시간이 주어지면 피로감에 제대로 된 집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고 습관을 망치는 동시에 목표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한편, 건강이 악화되면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예컨대 병원이라도 입원한다면, 지금 다른목표보다 스스로의 건강이 더 중요하게 되므로 목표는 아에 이룰 시간조차도 없다.
어쨌건, 난 습관이 성취를 만든다는 생각을 했고 모든것을 습관화 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목표가 있으면 구체적인 습관을 생각했다. 시간을 개인/업무/학업/가족 정도로 나누고 그 시간에는 내가 생각한 습관을 진행했다. 사실 습관은 그냥 꾸준히 하는 무언가가 아니던가. 그래서 작게 쪼갤수록 습관을 이루기도 쉬웠다. 작게 쪼개려면 시간이 넉넉해야 했다. 그래서 무리한 계획은 절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목표가 100이고 시간이 한달이라면, 목표를 50, 25로 줄였다. 습관적으로라도 난 나 스스로를 과대평가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다시 메튜 로드맵 10년치가 다시 완성되었다. 본래 이 프레임워크를 웹상으로 옮기고자 한 것이 유라임이었는데, 위에 생각한 것들이 정립되지 않았고 실제로 내가 그러한 능력도 부족했었다. 10년의 시행착오였다. 정말 길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내 목표들을 습관화하고, 건강 챙기고, 어느정도 준비가 되었을 때 유라임을 정말로 제대로 만들고 싶다.
긴 시간이었다.. 솔직히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10년 전보다는 지금 내가 그린 삶이 100배는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삶의 모든 것들에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그렇게 앞으로의 10년은 구체적인 목표를 기반한 습관속에서 ‘안정적’으로 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