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오랜만의 글이다. 마지막 글을 쓰고 2개월이나 지났다. 정말 항상 느끼지만, 시간이란 그 당시에는 정말 천천히 가는 듯 하면서도 막상 뒤돌아 보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를 세삼 느끼게 된다.
육아 관련된 내용은 다른곳에 정리를 해서, 여기서는 간단히 요즘의 ‘자기관리’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사실 작년에 거의 자기관리는 포기하고 살았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니, 그것을 하지 못하다 보니 내가 너무 많은 것에 욕심을 내고 살았나 싶더라. 그런데 아이 돌을 지나고 나서, 조금씩 개인 시간이 생기고 나서 느꼈지만 결국 이 ‘육아 초반’ 에는 너무 당연하게 시간을 예측하지 못하니깐 내가 이리저리 못하는것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그저 나는 욕심이 많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다 조금 시간이 생기니 내가 왜 그리 집착을 버리려고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어느정도 보금자리를 구하고, 안정된 직장이 생기면 모든게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 안정 속에서 내가 뭔가 꾸준히 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육아에는 왜이리도 변수가 많았던지, 물론 핑계라고 생각하면 핑계일 수 있지만 솔직히 정말로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일차적으로 아이가 규칙적인 패턴이 없어서, 그리고 본래 나의 경우는 어떤 규칙적인 시간을 정해두고 뭔가를 꾸준히 하는 편인데 그 시간이 불규칙적이니 지속된 불규칙에 내겐 더 이상 규칙적인 모습은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사실 좀 내려놓고 살았다. 덕분에 육아는 아직까지는 성공적인 것 같고, 그리고 비로서 찾아온 약간의 개인 시간에 조금씩 내가 해야할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과거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서 약 2년 정도의 과거 글을 본 결과, 나름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이 육아가,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육아를 하면서 뭔가를 한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고, 와이프와 함께 공동육아를 약 3~4개월 정도 했었는데 그 사이의 시간에 나도 정말 내가 무엇을 했던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거기서 얻은 결론은, 어쨌건간에 시간을 내려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행이 올해 초에 데이케어를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환경 자체가 정리되지 않은 것도 한몫 했다. 육아가 힘들긴 했나보다. 집안 정리도 안되고, 기존에 하던 집안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점차 게을러졌다. 그저 육퇴 후 술한잔만 기웃거리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몸도 망가졌고, 한국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혈압도 높고 콜레스테롤도 높더라. 이대로 가다간 가족과 행복한 아빠를 꿈꾸기도 전에 몸이 먼저 망가지게 생겼었다. 한편으론 집안에 어른들이 계신 자체도 이상하게 나의 게으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밥도 청소도 잘 안하고 저녁 새벽 육아를 한다는 핑계만 댔었다.
그렇게 훈련된 게으름 속에서 나는 지쳤던 것 같다. 그저 나는 모든것은 언젠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사실 내가 그리 긴 시간을 필요로 했던것도 아니다. 굳이 막 듣고싶던 강의를 매일같이 꼭 들을 필요도 없었다. 매번 머릿속에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시간이 없는데 라는 핑계를 대는 나 자신은 결국 게으름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결국 시간을 내면, 내가 무엇을 먼저 해야할지 알면 하면 되는데, 나는 이 모든것들을 나의 ‘집착’이라고 생각하고 내려놓는다고 했던 것일 뿐이었다.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일단 일차적으로 체력이 되어야 하고, 체력이 되려면 충분한 수면과 운동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결국, 몸이 젊어져야 그 만큼 시간이 만들어지는 것 같더라. 하루에 꼭 3시간 막 그런 시간이 아니더라도, 내가 만들 수 있는 자투리 시간에 나는 충분히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더라. 그걸 잘 이해하지 못했고, 아니 솔직히 까먹고 있었다. 나는 자투리 시간을 정말 잘 활용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래서 아쉬움이 더 했던 것 같다.
하고싶은 이런 모든 것들은 어쨌건 내 성격상 변하지 않는, 그런 안정성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더라. 그래서 육아에서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사실 미국에 와서도 제대로된 규칙적인 그것을 찾지 못했다. 이 블로그에서 수번이나 언급했지만, 불확실성 투성인 이 미국에서의 생활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그것 때문에 마음의 안정을 가지고 뭔가를 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얼마전 한국에 다녀와서 아이도 시차적응을 하고 나도 일적응을 하고 가정이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상황에서 나는 조금 더 내가 하고싶은 것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에 눈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이젠 솔직히 술도 내 마음을 채워주지 못한다. 그냥 편안하게 잠자고, 아이랑 와이프랑 행복한 시간 보내는게 더 좋다. 그러려면 건강해야 하고, 또한 내 커리어도 꾸준히 만들어나가도록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복합적인 상황이지만, 난 더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4시기상을 꾸준히 지키고 일어나자마자 러닝을 하는 나의 모습을 계속해서 상상한다. 또한, 내가 지금까지 미뤄왔던 것들을 하나 둘 더 꾸준히 정복해 나갈 것이다. 그저 한 자리에서, 그저 같은 시간에, 항상 같은 모습으로. 그것이 결국, 인생의 해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