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시간이 어느정도 지속되는 것 같다. 대학원 어드미션이 하나 생기니 마음이 편한것 까진 좋았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 편한 마음이 생각보다 스스로를 많이 잠식시켜버린 것 같다. 물론 여러가지 공부는 하고 있는데 뭔가 계속해서 채워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것 같다.
코로나 때문이랄까, 사실 이렇게 핑계대기는 싫었다. 하지만 shelter-in-place가 3개월 넘게 지속되자 처음에는 잘 버틸만 했는데 갈수록 반복되는 삶에서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무엇이길래 스스로를 계속해서 불안정한, 어쩌면 아무런 생각도 없는 상태로 만든것일까.
솔직히 많이 놀았다. 전과는 다른의미에서의 논다는 것이었다. 전에는 글쎄, 꽤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대부분 술과 과식을 선택했다. 내게는 스트레스=술 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정말이지, 논다는 것은 일년에 두세번 멀리 여행을 떠나고 한달에 적어도 한두번은 다른 동네에 가거나 캠핑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갑자기 논다는 것이 술과 같은 의미가 되어버리니 자꾸만 술만 찾고 미디어만 바라보는 내가 점점 싫어졌다. 자꾸만 아무 의미없는 짓을 쉰다는 명목 하에 가져가는 것 같더라.
처음에는 공부도 하고 버틸만 했다. 그런데 자꾸 공부를 공부로만 바라보다 보니 심적인 보상이 필요했고, 처음엔 그게 그냥 와인 한두잔 정도로 보상이 충분히 되었는데 점점 먹는 것도 많아지고 술의 양도 많아지게 되었다. 습관적으로 술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일과가 종료되면 오늘은 뭐하고 놀까 라고 생각할 때, 와인이나 먹으며 티비나 볼까 라고 생각하자 이런 와인+티비의 조합도 한두번이야지, 수번, 수십번을 반복하니 정말 말 그대로 질려버렸다. 애써서 게임을 켜봤지만 머리가 아퍼서 20분을 하면 그만하게 된다. 피아노도 더 치려면 연습을 해야하고, 진짜로 휴식이라는 자체는 그냥 누워서 티비나 보는게 전부인가? 이토록이나 내가 휴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사실 휴식을 그렇게 정의하는 것도 잘못되었다. 요즘 진행중인 많은 공부들이 실은 또 다른 휴식을 찾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2년정도 해온 수학스터디도, 작년말부터 공부중인 데이터과학도, 미술과 음악도 그렇다. 이것들을 공부와 동일시 했던 나 스스로가 문제였다. 결국 삶이 무료하게 만들어진 것은 딱 하나다. 공부와 휴식을 완전히 분리해버렸다는 것이다.
사실 누워서 티비보는 것이야 가장 쉬운 정보입력의 수단(?)이 아닐까 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 떠주는 것만 먹게 되는 것이고, 스스로 머릿속에 생각의 힘보다는 편향된 생각이 자리잡게 만드는 아주 쉬운 수단이다. 그 핵심을 난 인지하지 못했다. 왜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해야하는 것인지, 그건 사실 아주 단순하다. 배움을 통해서 알아가고, 깨닳았을 때의 그 즐거움. 하지만 이를 위해 내가 넘어야 할 러닝커브가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방법을 찾았다. 그 이해와 깨닳았을 때의 그 즐거움은 분명 누워서 티비보고 와인이나 술을 먹는 것에 비하면 몇십배 몇백배는 즐거울 것이라는 점이다. 술은 독소를 몸에 안기지만, 배움은 차곡차곡 머릿속에 쌓이고 나 스스로를 만든다는 점이다. 어쩌면 정말 답은 간단한 곳에 있었구나.. 그래서 지금까지 배우고 있는 것들을 저녁시간들에 넣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적어도 미국에 살고있는 바로 보면 이게 쉽게 끝날것 같지 않다. 한국도 저렇게 방역을 하는데도 문제가 생기는데, 미국은 오죽할까. 이미 우리학교 가을학기는 온라인으로 결정났다. 그래서 난 올해 말까지도 아마 집에서 공부하고, 일할 것 같다. 솔직히 집에서의 작업환경을 더 좋아하는 나로썬 당연히 환영할 만한 것이긴 하지만, 문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쉼’에 대해서이다. 난 지난 2개월동안 그것을 몰랐다. 난 괜시리 그것을 당연히 올해 큰 목표중 하나를 이뤘으니 허망함(?)이 몰려온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공부와 쉼을 동일시하지 않아서였다. 글쎄 언젠가 코로나 백신이 나와서 정상화 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휴식을 그렇게 만들 필요가 있다. 배움을 즐겨야겠다는 생각, 그게 결국 쉼이라는 의미를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