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에 뜻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블로그에서 몇일 전 밝힌 적이 있다.
글쎄, 외국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자체가 즐겁고, 그리고 기술의 최전선인 미국에서 일하는 것이 내게 가져줄 만족감은 실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것 같다.
하지만 유학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에게는 “토플” 이라는 것이다. IBT, 즉 Internet Based Test. 인터넷으로 보는 테스트이지만 결국 컴퓨터로 글을 읽고, 문제를 푸는 과정이다. 과목은 Listening, Reading, Speaking Writing의 총 네 가지 분야가 있다.
방학이 시작하자 마자 나는 강남의 H어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워낙 이 분야에서는 유명한 학원인지라, 서슴치 않고 학원에 바로 등록. 내 수준이 대략 중급 정도 되겠지 싶어서 중급반에 등록을 하였다. 학원이 유명해서 그럴까, 아니면 1월 2일이라 그럴까.. 6시 40분에 시작하는 아침반인데도 불구하고 대략 100여명의 학생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문제는 첫날부터 시작되었다. 그룹 스터디를 신청했는데 하필 내가 “팀장”이 된 것이다. 나이순으로 자른 것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6살이나 많은 누님도 계시는데.. 그리고 89년생 동생들이 6명 정도 있는 팀이 구성되었다. 솔직히 한번 팀장을 맡으면 자발적으로 책임감이 상당히 깊어지게 되는게 나라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그 동안 내가 “암기”에 있어서 많은 공부를 하지 않아서 였을까.. 아니면 내가 공부 방법을 모르는 것일까. 첫날에 외워 오라는 단어 300개는 내게 정말 힘겨운 과정이었다. 이외에도 독해, 듣기 등 여러 과제가 있었지만 나는 단어만 외우는 데에 거진 5시간을 소비했다.
그리고 방학때의 계획이 점차 깨지기 시작했다. 토플 공부와 함께 몇몇 개발을 해보자는 나의 계획. 4시에 일어나 5시에 학원을 가고,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하고 끝나고 집에 오니 1시, 낮잠을 두시간 정도 자고 나면 3시쯤. 단어를 외우다가 6시쯤 되고, 그래도 피곤하다. 두시간 정도 자면 8시가 된다. 밥먹고 이리저리 하다 보면 9시다. 또 단어를 외우기 시작한다. 11시쯤 되서 단어는 정리가 되고, 이제 다른 과제를 시작한다. 그런데 또 졸리다. 11시에 자고 1시반에 일어난다. 그리고 밤을 새워 다른 과제를 한다.
그래, 공부하는 시간은 얼추 비슷하다. 하지만 뭔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됬다. 문제는 바로 “낮잠”이다. 잠은 술과도 같아서 한번 잠에 취하면 중독성(?)이 꽤 심한 것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충분한 깊이의 잠을 취하지 못해서 그렇다. 잠의 깊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계속 깨어 있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되서 생활 패턴이 좀 엉망이 된 것이다.
학원 4일차인 오늘, 나는 회사에 출근을 했다. 오늘의 목표는 낮잠 안자기. 그리고 집중하기 이다. 맑은 정신으로 과제에 집중하면 5시간이 걸릴 단어도 두시간 정도면 외울 수 있다는 것을 얼마전 실감하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중해서 딱 끝내면 다른 나의 계획도 실행할 수 있겠구나. 두시간에 다른 과목들도 한시간씩 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다섯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솔직히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 것은 재밌다. 하지만 한글 뜻을 모르는 것은 곤욕이다. 여기서의 한글 뜻은 한글로 된 의미를 알아도 그 한글의 뜻을 모른다는 것이다. Writing선생이 말한, 한국 학생들은 영어를 못하는게 아니라 한글을 못해서 영어를 못한다는 말이 참 내게는 뜻깊게 전달된다.
어쨌든 참.. 토플을 공부하면 여지껏 내가 알던 영어 세계와는 다른 부분을 경험한다. 학문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이 참으로 다르구나. 여기에 한차원 더 깊게 들어간 GRE는 또한 얼마나 더 깊은 학문을 요구할까. 게다가 영어 뿐만 아니라 영어는 하나의 표현 수단이니 유학을 위해서는 나의 실력을 어필해야 하고, 이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또한 전공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 또한 필요하다. 게다가 전공의 특성상 실무적인 요소도 매우 중요하고, 포트폴리오도 매우 중요하다.
세상에 참으로 할 일은 많은 것 같다. 역으로 말하면 그간 내가 안한 것이 참으로 많다. 지금 솔직히 나는 그냥 하루종일 아무 생각도 없이 잠만 자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편한 시간이 여지껏 얼마나 많았던가, 이제는 공부할 때라는 것은 체력을 책상 위에서 소비할 때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다 더 내가 바라는 삶에 다가가기 위한 선택이겠지.. 어쨌든 열심히 해서! 꼭 목표한 IBT성적을 얻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