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학기를 마치며,

어제는 계절학기의 기말고사였다. 9년간 들은 50개의 교과목들의 마지막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정말 좋은 조태형 교수님의 경제학 수업을 듣고, 비전공자임에도 이정도의 이해력을 가질 수 있는 훌륭한 수업에 사뭇 감탄했지만, 시험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이 약간 슬프기도 했지만 어쨌든 마지막은 교수님과 악수를 청하며 앞으로의 사회에서 훌륭한 인재로 성장했으면 하는 말씀을 듣고 마지막 강의실을 나왔다.

정들었던 중앙대. 2006년 입학 이후 스쳐가는 기억들. 물론, 그 때의 많은 추억을 학교에서 이제 더는 느낄 수 없는 구석도 참으로 많다. 두산이 인수한 이후, 학교는 전폭적으로 좋아졌지만 정문의 잔디밭이나 청룡탑 등의 상징적인 것들이 없어지면서 2012년 복학때에 느끼던 나의 심정은 사뭇 깊지는 않았다. 그래도 뭐, 후배들이 보다 더 웅장해진 학교의 모습에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를 다닐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이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나는 떠나야 한다. 그래, 9년간 있었으면 됬지 더 바랄것이 있겠는가. 물론 풀타임으로 9년을 학교에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구보다도 더 많이 선후배들을 만나면서 학교에서 쌓아간 인맥이며, 스토리며 나의 20대를 줄곧 함께하던 학교와의 시간들을 그리 쉽게 잊혀지지만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습관처럼 학교 포탈에 들어가서 공지사항과 이클래스를 확인하곤 하는데, 이제는 졸업생 신분이라 이마저도 힘드려나.

마지막으로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 졸업예정생이라 입장이 제한된다 하여 학생증을 경비아저씨께 보여준 후,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학생의 신분이 점차 소실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더라. 물론, 만약 미국 대학원에 합격하게 되면 다시금 최소 2년에서 7년까지 학생 생활이 시작되겠지만, 그래도 “젊음”의 기분이 많이 소실되는 것은 사실이다. 방학중이라 비어있지만, 약간은 비어있는 열람실 속에서, 나는 그때의 나를 발견했다. 휴학중에 간간히 방문했던 학교의 모습.

3년간의 나의 학교생활은 이제 막 막을 내렸다. 느낌은 마치 2012년 소집해제한 그날의 느낌. 어떠한 소속도 아니면서 돌아가고 싶은 그러한 느낌 말이다. 하지만 힘든 과정이 많았기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내게 공부가 맞는가는 생각해 봐야겠지만, 최소한 학교에서 요구하는 코스웍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최소한 공부와 암기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학교에서의 생활, 특히 시험으로 대부분이 평가되는 과목들이 가장 힘들었다. 그나마 컴퓨터공학부 특성상 프로젝트 과목이 많아 대부분의 학점을 프로젝트로 채울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말이다.

한편으로는 듣고싶던 과목을 못들은 자체도 아쉽다. 선듯 듣고싶어도 성적에 대한 부담, 학교를 다니며 일을 하다보니 일에 대한 부담, 학교에 오래있고 싶지 않은 것 자체에 대한 부담 등 다양한 부담이 내게 작용했다. “결혼과 가족” “성의 과학” “사진의 이해와 감상” 등 다양한 교양과목을 수강하지 못한 자체가 사뭇 아쉽다.

대학이란 공간은 무엇이었을까,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보면서 인생을 개척하기 앞서 사회에서의 방향을 충분히 설계할 수 있는 시행착오의 공간이 아닐까.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5년간의 휴학을 거치며 많은 제약이 있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학교에서 빠른 졸업을 ‘권고’하며 내게 많은 자율권을 주었다. 마음대로 부전공을 선택하고, 과목을 선택하는 권한. 그래서 나는 광고홍보라는 부전공도 잠깐 손을 대보고, 인공지능을 수강하며 내가 관심있는 부분을 찾았다. 한편, 수 많은 교수님을 만나고 학우들을 만나며 나의 Society를 넓혀갔다. 5년간의 직장생활에서의 경험이 후배들에게는 많은 귀감이 되었고, 덕분에 나는 쉽게 후배들과 친해지며 즐거운 생활을 보낸 것 같다.

결국 성찰의 과정이다. 지금 내가 준비하고 있는 결혼도, 대학원도, 유학.. 이 모든 것들이 단지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까? 그렇게만 한다면 삶이 얼마나 아까울까. 이 모두가 짧지만 인생에서의 소중한 과정인데. 그런 인생의 과정은 나는 나 스스로 만들고 싶다. 어느 누구의 커리어패스를 따라가고 싶지도 않고, 나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고 싶다. 남들은 빠르면 4년만에 졸업하는 대학을 그 두배가 넘게 다니면서 느낀것이다. 왜 내가 이런 선택을 했는지.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기 싫고, 되던 안되던 내가 하고자 하는 길은 일단 부딪쳐보자는 나의 신념하에서 이뤄진 결과다. 최근 나의 가장 큰 이슈중 하나인 결혼 또한 마찬가지다. 때가되서 하는 결혼이 아니라, 이미 수년전부터 이즈음 결혼을 하고싶었고, 그것이 비현실적이더라도 일단 만들어 놓고 보면 이를 위한 나의 눈높히를 맞출 수 있다는 나의 작지만 강한 신념하에 이뤄진 결과이다.

이제 앞으로 약 반년정도의 휴식기가 주어진다. 약 한학기에 해당하는 이 기간동안 나는 내가 즐거워하는 공부와 일을 하고자 한다. 시행착오의 20대를 겪으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려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나 자신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따른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면 나의 서른은, 그래도 조금은 덜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까. ^^

많은 시행착오와 추억을 남겨준 중앙대, 이제는 안녕.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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