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다 잘되라고 하느님이 먼저 경험하고 더 어려운 일도 이겨내라고 주는 거다.
물론 내가 득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니다. 하지만, 가끔 힘들 때 천주교에 의지한 만큼, 조금은 내 안에 신앙심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듯 하다.
하느님을 의지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어떤 걸 믿던 내가 경험하는 것이고,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요새는 병역특례 일도 잘 안되서 홧김에 군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군대인데, 갑자기 가고싶어졌다.
이유는??…
사회생활 3년차. 가끔 우리 회사 L팀장을 지켜보면서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굳은 신념의 강한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친구들도 곧 전역을 앞두고 있고, 그러한 상황에서 나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담배 끊자고 몇번을 결심했던가.
말투 고치자고 몇번을 결심했던가.
수능과 다이어트 이외에 내가 진정으로 이룬 것이 있던가?…. 없다.
L팀장과 나의 차이점은 군대의 유무였다. 군대라는 것이 사람을 저렇게 변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언젠가, 회사 직원의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공수부대를 밖에서 보게 되었다.
“안되면 되게 하라” 이러한 신념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면, 정말로 성공하지 않을까?…
물론 시간이 많이 아깝기는 하다. 내가 가장 군대를 꺼렷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시간이라는 것..
이제야 알겠다. 왜 군대를 다녀와야 정신을 차릴 수 있다는 건지를..
아직도 책임감이 부족하고, 아직도 의지가 부족한 나이다.
내 친한 친구 정훈이와 나의 차이점이 바로 이러한 의지의 차이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2년 남짓 된 기간에, 정작 프로젝트는 3~4년 걸릴 일이지만, 나는 군대를 생각하고 있다.
웃긴 이야기지만, 내 머리속에는 공수부대, 즉 특공대를 지원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성격 더러워진다, 피부 더러워진다 이야기는 많지만..
죽어라 달리고 싶다. 죽어라 나의 의지를 만들고 싶다.
내 가슴에 참을 인(忍)을 새기고 싶다.
속세를 잊고 2년간은 정말 미친듯이 나라와 나를 위해 투자하고 싶다.
이러한 노력이 지금은 내게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이런 생각을 만들게 된 건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 토플을 공부하고 있다. 영어는 언제 공부해도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공수부대를 졸업하고, 나는 나의 의지에 대한 한계를 졸업하고 싶다.
군대를 나와서 당당하게 사회를 살아나가고 싶다. 그리고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
계산해보면 23세때 가면 25살때에나 다시 돌아온다는 계산이 되지만,
연구소나 대학원을 가게 되면 23살 복학, 26살 졸업 및 대학원, 28살 다시 졸업… 연구소 3년을 하면 31살이다.
물론, 석사 학위 좋다. 사회에서도 알아준다. 허나 내가 일전부터 군대보다 비웃었던 것이 바로 대학원이다. 31살동안 연구소에 쳐박혀서 연구만 한다? 이건 좀… 인생을 즐겁게 살지 못하는 것 같다.
차라리 25살 때 해외로 떠나겠다. 31살까지 나는 우물에 쳐박혀 밖을 보지 못하는 개구리 따위 되는 것이 정말 한심할 따름이다.
어쩌면 배신감에 대한 생각도 강하게 든다. 아버지께 그렇게 도움을 받았고, 지금의 회사도 내가 시작한 것이 아닌가..
공수부대, 물론 다른 힘든 부대도 많지만 나는 이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 생각해보면 나라에서는 공짜로 내게 이러한 인내의 부족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다. 나의 인내에 대한 부족함을 졸업하고, 25살부터는 다시 나의 인생을 살아가겠다.
고로, 군대 가자. 물론 내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