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얻음의 4주를 보내며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7중대 기상” 이라는 구호와 함께 일어나며 편도선 끝까지 막혀있는 목을 풀며


전날의 불침번 피로도 잊은 채 기상하고 10분뒤 식사집합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몰랐다.


하지만 이후 막사로 복귀 이후 짐을 쌓고 나서, 그리고 4주 전 걷어갔던 나의 소지품을 받고 나서


나는 느꼈다. 이제 자유의 길이 불과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나는 4주간의 보충역 교육을 받고 왔다. 내가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아서가 아니라 바로 “산업기능요원”이라는 대체근무제도를 하고 있어서 이다. 나는 분명 멀쩡한 현역 3등급이고, 부끄럽지만 군대를 안가기 위해 4급을 받으려고 여러 수를 쓰다가 결국 병역특례를 선택한 것이다.


 


오늘, 3월 25일에는 비가 온다. 딱 4주전에도 이곳 논산에는 비가 내렸다. 그리고 나를 비롯해 앞으로 같이 활동을 하게 될 7중대 사람들이 편성되고, 4소대 사람들이 편성되고, 우리 분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사용해 보는 이상한 우의를 입고 훈련소로 향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사회의 것들을 반납하고 똑같은 복장과 똑같은 시간표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그 챗바퀴에 우리를 맞추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였다. 10시 취침 6시 기상과 불침번 근무. 제식 훈련 등 기본적인 교육을 마치고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훈련을 일일히 설명할 필요는 없다. 훈련들은 내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하기 싫다고 안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나는 내가 챙겨야 한다는 점 등은 내게 익숙한 일은 아니었다. 누구한테 불평하리, 어차피 남자라면 한번쯤 거쳐야 할 인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4주 교육이 쪽팔릴 필요도 없다. 분명 나는 나 나름대로의 마음가짐으로 입소했고 퇴소때 내가 잡은 마음가짐의 대부분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끈기와 용기, 그리고 자신하던 리더쉽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사회에서의 나의 위치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전우들, 다들 같은 산업기능요원이라 대부분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많은 정보를 얻은 점이 내가 얻은 값진 정보들이었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힘들고 지칠때는 그 무엇보다 끌로이와 가족들이 가장 많이 생각났다. 그동안의 나의 행동이나 추억들이 가장 많이 비춰졌다. 그 사이에서 내가 잘한 것인가 잘못한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의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나를 아껴주는 사람에게 배푸는 것을 소홀이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진짜 4급들, 특히 훈련을 빠지려고 하는 그들을 보며 내가 이런 저런 수단으로 나의 건강한 신체를 일부로 나약하게 보이려고 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다.


 


4주의 잠시동안 나의 인생의 시계에서 벗어나 군대라는 곳에서 보낸 잠깐의 시간. 하지만 그 시간이 나를 비추게 만드는 디딤돌이 되고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힘을 낼 수 있는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하며 나는 다시한번 내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만들게 된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이곳에서 얻은 많은 것들을 하나 하나씩 정리해 가며 나의 인생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나는 또 한번 전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