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벽에는 회사를 가고 GRE(General Requirement Exam, 미 대학원 진학을 위해 치뤄야 하는 시험)을 공부하러 학원에 가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고, 1월 2일 학원 개강과 함께 지금까지 조금은 정신없이, 생각없이 학원과 회사를 오고 가곤 했는데 그런 와중에 문득 드는 생각이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무턱대고 GRE 공부를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승산없는 게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원 스터디를 통해 유학을 결심한 몇몇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 35세의 형님 누님부터 해서 25,26살의 동생들까지 다양하다. 내 나이는 크게 많은편도 적은편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직 내가 학부생이고 이제 막 3학년을 끝냈다는 것이었다. 이미 졸업을 하고,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스터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후회가 남아있나보다. “진작에 준비할걸” 이라는 후회 말이다.
작년까지는 그저 교환학생을 준비했을 뿐인데 실제로 금액적인 부분과 가능한 학교를 따져보니 견적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SAF(Study Abroad Foundation)을 통해 San Jose 주립대 정도가 마음에 들었지만 GPA 3.4가 나오지 않는 이상 지원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작년 중순쯤 나는 미국 대학원 결심에 이르게 되었다.
미국 대학원 유학이라는 약간은 무모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우선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알아봤다. 토플, GRE, GPA, 논문(연구실적), 실무경력, 실무 포트폴리오, 소프트웨어, 대외활동 등. 사실 “취업”이라는 하나의 과정과 별반 다를게 없어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가장 나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의문을 던진 것은 다름아닌 “내가 앞으로 무엇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싶은가?” 였다.
어려서부터 계속 웹사이트를 만들고 많은 언어를 “관심”에 의해 접했었다. 20살부터 26살 때까지는 창업과 실무를 모두 접해봤다. 창업을 하면서 내가 느낀것은 실질적인 실력이 없으면 창업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실무를 하고자 하였고, 병특이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에이전시부터 시작해서 SI까지 웹 개발 실무에 직접적으로 투입될 수 있었다.
실무에서는 많은 것을 배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2008년에만 해도 주력 언어가 없어서 갈팡질팡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나름(?) 능숙하게 자바 언어를 다룬다. 한편으로는 작년부터 스칼라 언어를 배우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고 있고, 실무에서 사용했었던 Spring대신 Play 2.0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기 위해 실무에서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나를 가만히 살펴보니 깊이있는 실제 컴퓨터의 세밀한 아키텍처보다는 웹서비스를 구상할 때 전반적인 설계에 보다 더 관심이 있다. 말하자면 Front-End부터 Back-End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설계이다. 여기다 UX를 가미한 유저단의 Action의 처리, 나아가 유저에게 제공되는 인공지능적인 부분과 실제 서비스의 아이디어 기획까지 말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웹의 전반적인 부분이다. 유행하는 기술 언어로 서술하면 Web Architecturing, User Experience, 그리고 Machine Learning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여기서 보다 더 깊게 파고들고 싶은 것이 바로 Machine Learning이다.
기계 학습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어차피 웹서비스를 오픈하면 지속해서 유저의 데이터가 들어올 것이고, 잘된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유저의 데이터가 축척되겠지만 잘못된 서비스는 어느 한계점에서 사용자의 데이터 축척이 멈춰버린다. 유저가 서비스 자체에 “질려버린” 것도 이유이겠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웹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관리자의 주관적인 서비스 운영 처리가 주는 한계점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부분이 싸이월드나 마이스페이스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조심스레 생각한다.) 기계학습은 분명 유저가 웹서비스를 경험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을 가져올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더 연구하고 싶고 파고싶은게 사실이다.
이야기가 살짝 샜는데 어쨌든 중요한것은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접한 대부분의 레퍼런스는 죄다 영문이었다. 3년전부터 관심이 생겨서 지속적으로 기술의 진척도를 확인하고, HTML5 Korea까지 만들면서 지켜보는 HTML5관련 기술은 정말이지 한글로 된 자료가 미비할 정도이다. 허나 한편으로는 당장 영어로 된 사이트만 하더라도 얼마나 자료가 많은가, 그렇게 번역을 해서 한글로 제공되는 관심도는 당장에 HTML5 Korea의 방문자만 봐도 알 수 있다.
결국 프로그래머로써, 아니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써 국가의 기술력을 증진할 수 있는 크나큰 요인은 다름아닌 영어를 배우는 것이다. 영어로 된 문물을 접하고, 기술의 최전선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다시 한글로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이게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개발 실무에서 수년간 활동하면서 내린 내 최종 결과이기도 하다. GRE단어를 공부하다 보면 솔직히 말해 정말 생소하지만 막상 이렇게 외운 단어로 TechCrunch나 하물며 뉴욕타임즈의 신문을 보면 정말 이상하게도 읽힌다.
GRE의 대부분이 단어로 되어있는데, 정말이지 단어를 습득하는 게 왜 전부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도 10년전에 쓴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보면서 지금의 글을 보면 내가 알고있는 단어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보다 더 잘 축약해서 한두 개의 단어로 축약해서 설명할 수 있는 정도가 된 지금이 훨씬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단어를 공부하다보면 영어라는 게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처럼 땅이 좁은 곳에야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사람들을 만나기야 쉽겠지만, 미국같은 곳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글을 통해 보다 더 생동감있게 “느낌”을 전달하고 싶은 생각에 수없이 많은 동의어를 만들고 문법적인 스킬을 만든 것 같다.
어쨌든 유학의 과정까지는 참으로 준비할 것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GRE를 그 출발점으로 선택한 것이 어떻게 보면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다. GRE가 요구하는 말그대로 일반 수준의 단어를 정말 내것으로 만들고, 어느정도의 영작 능력을 갖추고 보면 보다 더 쉽게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창출할 수 있다.
만약 3월쯤에 GRE의 목표 점수를 받고 어느정도 수준을 갖추면 내가 알고자 하는 인터넷과 서적 상의 수 많은 기계학습이나 웹 아키텍처 등에 대한 자료를 쉽게 이해하고 수집할 수 있다. 그럼 논문을 쓰는데도 수월할 뿐더러, 기술습득은 말할 나위 없다. 이제야 조금씩, 지수형이 말했던 “영어는 프로그래머의 제1의 언어” 라는 말이 체감이 된다.
모든 것에는 “필요성” 이란게 존재하는 것 같다. 유학이라는 것도 결국 내 “필요성”에 의해 진행되어야지 무턱대고 명문대만 노리고 “성공”을 위해서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주변 친구들 중에는 삼성을 최우선 목표로 해서 막상 공채까지 되고 나서 입사하고는 자신이 원하던 삶이 이런 것인가 하는 회의감과 한편으로는 월급에 익숙해져서 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유학이라는 것도 결국 내 인생의 사명인, “기술을 통한 인류의 증진”에 분명하게 이바지 할 것이다. 꿈을 잃지 않도록, 나는 끊임없이 나의 미래를 상상하고, 또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