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는 내 인생에 최악의 사건들이 겹쳐서 일어났다. 모 대회 본선 진출 실패와 내 실력에 대한 좌절, 자금 사용에 대해 심하게 오버가 된 탓에 부모님과 여러 트러블이 겹치고, 지갑을 잃어버리는 등 근 몇달간 없던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난 것 같다.
특히 자금에 대한 부분은 큰 쇼크로 다가왔는데, 그중 약 30%가 아이폰 어플을 구매한 것이라는 데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것 저것 재밌는 것들을 구입하긴 했는데, 그것들을 구입한 가격이 20만원이나 된다. 그것도 한달만에 말이다.
이 놀라운 사건에 나는 절제가 되지 않는 나에게 심히 실망하고 또한 아이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최소한 아이폰 어플은 정품을 구입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는데, 아 그게 카드 명세서를 받아 보니 도저히 쉽게 되지가 않는 것이다.
아이폰 어플 구매, 일종의 소액 결제인 셈이다. 허나, 나는 $0.99 $1.99 등의 숫자에 속아 넘어간 것. $1.99 어플 10개만 사도 거의 20불 정도의 금액에다가 환율로 따져보면 23,360원이라는 엄청난 돈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쌓이고 쌓여서 20만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으로 다가온 것이다.
잘 조절하면 되지? 말이야 쉽다. 허나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폰 어플 결제는 어떤 경고 문구 하나 없이 계정만 있다면 결제가 너무 쉽게 된다. 거기다 아이폰, 사전 하나만 사도 한 8천원은 내야 한다. 컨텐츠 몇개 사면 금방 10만원에 육박한다.
애플의 이런 쉬운 결제 정책 때문에 아이폰으로 애플은 대박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또한, 앱스 개발자들 역시 잘 만든 어플 하나로 때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들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나같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것은 환영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쓸만한 어플들이 전부 무료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결국, 나는 해킹을 감행했다. A/S가 안된다는 것을 감안하고…(사실 원복하면 원래대로 돌아가는데, A/S측에서 해킹한 여부를 알 수 있을까?) 유명한 블랙레인으로 해킹해 버렸다. 그리고, 어플들은 전부 공짜로 변해 버렸다.
내가 사고싶은 어플들이 전부 공짜가 되어 버렸다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 만약 내가 어플을 만들고 판매를 하는데, 이렇게 공짜로 팔린다면 내 기분은 어떨까? 하는 회의감. 하지만 왠지 애플한테 소액결제의 늪에 쉽게 빠져버리게 되었다는 약간의 배신감, 그리고 나의 절제능력 부족.
그런 생각에도 나는 해킹을 감행했다. 그리고 일전의 아이폰보다 더 많은 커스토마이징, 그리고 제한이 풀렸다는 것에 대한 해방감을 만끽했다. 그래, 어플에 20만원이나 썼으면 해킹할 만도 하지 뭐.. 라고 나를 설득하며 이것 저것을 넣기 시작했다.
해킹하는 것, 솔직히 개발자 입장에서는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꼭 필요한 것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감행한 해킹.. 아, 왠지 모를 회의감에 개발자들의 고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수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미 크랙되어 올라와있는 판국에, 이를 보면서 개발자들의 노고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반면에 얼마나 사람들이 공짜를 추구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