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극한 추위가 지나고 따뜻한 날씨가 찾아오고 있다. 이는 마치 나의 상태와도 비슷하긴 한데, 2월 3월 한참 플랙스 개발을 하다가 이제 끝나고 마음에 여유도 찾아왔고, 회사에서도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지금은 마치 어느 따뜻한 봄날처럼 한가하기만 하다.
그렇게 한가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간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1월에 한달여동안 진행했던 다이어트가 그야말로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나름대로 고생해서 식이요법을 통해 8kg을 감량하긴 했는데 도로 6kg가 쪄버렸으니, 누구의 탓으로 돌릴까?
내가 밤샘개발을 하면서 입이 심심해 처음에는 원두커피를 먹었는데 계속 단맛이 땡기더라. 그래서 거의 3주정도는 매일같이 초콜릿을 섭취한 것 같다. 사실 초콜릿이 적당량을 섭취하면 지방분해에 좋고 두뇌회전에 도움을 준다고는 한다. 하지만 단맛이 식욕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 몸, 아니 내 몸은 특히 더 그런데 이렇게 한번 풀어지게 되면 한도 끝도 없다.
허리띠가 풀리게 되면 “폭식”을 일삼는데, 이것이 살이 찌는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요소가 아닐까? 그래서 이번주부터는 일명 “미친걷기” 라는 운동을 시작했다. 하루 1끼만 굶고 10km걷는 것이다. 미친걷기는 단시간에 빠른 감량이 가능한 것은 이미 예전에 체험해서 알고 있다. 중요한건 이렇게 우선 격하게 살을 빼 두고 나서부터의 실천이 중요하다. 어차피 사람이 굶고는 살지 못한다. 하지만, 일단 몸무게를 어느정도까지 줄여놓고 어느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다면, 힘들게 살을 빼는 것 보다는 덜 힘들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습관이다. 마치 오늘 나가서 걷지 않으면 예전의 몸무게가 돌아올 것 같다는 것처럼 생각하니 계속 걷게 된다. 좋은 습관은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 일으키는데, 나의 경우는 이렇게 걷다 보니 체력이 예전처럼 돌아오는 것 같더라. 5시간을 자도 피곤하지가 않은 것은 그 만큼 체력이 좋아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게다가 전과는 다른 결단력과 집중력도 생기는 것 같다.
마음가짐 또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데, 분명한건 다이어트 기간에 “슬럼프”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꾸준히 운동을 한다 한들 100kg을 들고 운동하는 것과 90kg을 들고 운동하는 것은 그만큼 기초대사량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의미하니깐.
어느정도 몸을 다이어트 궤도에 올려놓으면 그 다음으로 실천해야 하는 일은 ‘근력량 키우기’ 다. 근육량은 우리 몸이 필요한 기초대사량을 설정하는데 가장 큰 존재이다. 기초대사량이 올라간다는 것은 그 만큼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살이 빠진다는 얘기고, 특히 이러한 “걷기” 를 할 때 한 걸음 걷는 것이 기초대사량이 100일때랑 200일 때 100만큼의 칼로리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이나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걷기 운동의 가장 큰 효과는 생각을 다이어트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 다이어트라니?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우리는 정말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우리 뇌에 한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이 많으면 많을 수록 피로해지고 일을 제때제때 하기가 힘들어진다. (스님들은 어쩌면 그래서 무념무상을 연마하시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특히 수 없이 많은 생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주의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정말 만병의 근원이자 살이 찌는 가장 큰 주범이다. 요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경향이 있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언가 먹게 된다. 나 또한 위에서 언급했듯이 머리가 좀 안돌아가는(생각 정리가 잘 안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초콜릿을 섭취하곤 하였다. 머리좀 식힌다고 집에서 영화좀 보려면 꼭 프린글스 한통과 500cc 아사히 맥주 두 캔이 필요했다. 숨만 쉬어도 살이 찐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의 스트레스 해소 습관을 생각해보니 이렇더라. 무언가 꼭 먹게 되었다.
걷기는 이러한 잡념을 없애주는 엄청난 효과를 나타낸다. 걷다 보면 별별 생각이 다 나게 마련인데, 일단 걷다 보면 힘들어서 음악을 듣던 무언가에 집중을 하게 된다. 물론, 내가 걷는 방향에 집중하지 않으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잡다한 생각보다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아주 본능적인 생각이 이어지고 그렇게 되면 떠오르려던 잡념들이 본능적인 생각에 막혀 사라지게 된다.
방법적인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매번 걸을 때마다 컨셉을 정해서 걷는다. “오늘은 과연 모듈화와 단순 노가다 작업중 어떤 것이 나을 것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자.” 라는 주제를 정하고 걷는 동안 계속 생각을 해보게 된다. 보통 출근길 1시간을 걷곤 하는데, 1시간동안 이러한 주제로 생각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말 그대로 질릴 때까지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던가, 아니면 포기하게 된다. 결과가 나온다는 것, 이러한 생각의 꼬투리를 잡고 질질 늘어지는 것보다 얼마나 효과적인가?
걷기는 우리가 가장 쉽고 현대인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법이라고 생각된다. 뛰는 것보다, 자전거 타는 것보다 부담이 훨씬 덜하고 언제 어디서든 운동을 할 수 있다. 자신을 위한 투자, 걷기. 어쩌면 걷기는 지금 당신이 알고는 있지만 고치지 못하는 나쁜 습관을 해결해 줄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