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창출의 과정과 융합적 사고.

 현실과 이상의 조화, 항상 내가 꿈꾸는 그것이다.

 부전공을 하고, 공대생이 아닌 친구들과 만나면서 내 시각은 점차 트이고 있다. 사실 공대와 정경대의 차이점은 시험지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숫자로 소설을 써야 하는 시험지와 실제로 배운 이론 및 사례를 적절히 들여가며 원고지를 채워야 하는 시험 자체가 내겐 새로웠으며, 그것이 문과와 이과의 생각의 격차를 만들어 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디자이너 Jonathan Ivan이나 James Gosling을 존경하는 것처럼, 공대에서는 그 왠지모르게 어렵게 짜여져 있는 이론들에 대한 추종자들이 존재한다. 물론 문과도 이러한 학구계에서 선구적인 입장의 학자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생각을 보다 더 포괄적으로 응용한다. 그것도 글을 통해서. 문과에 왜 여자들이 많은지,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했을 때이다.

 나는 공대생지만 무늬만 공대생이다. 사실 내 머릿속의 많은 생각들은 공학적 사고는 아니다. 그렇다고 문과적 사고도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약간 예술적인 사고를 지닌 것으로 나 자신이 판단내렸다. 예술적 사고라는 것은 생각 자체를 멋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내게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지만, 예전보다는 약이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 것 같다. 한 예로 걷멋에 들어 나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돈으로 치장하는, 그런 역효과가 존재하기도 한다.

 생각 자체를 돈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삶을 너무나도 가볍게 살아왔다. 내 머릿속에 내포된 많은 지식들이 너무 가볍다. 웹을 하다 보니 자연스래 생긴 것 같긴 하지만 정말로 나는 부분부분만 깊은 지식이 있을 뿐이다. 나는 이러한 나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대학이란 곳에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지만, 생각해 보니 이러한 나의 시도는 잘못된 것이다. 공부를 억지로 해서 좋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흥미가 존재하지 않는 지식 습득이란 것이 과연 존재할 것인가.

 어쨌든 계속 일방적인 습득이 아닌 발표와 토론, 참조서적 등을 통해 이뤄나가는 문과 수업을 통해 나는 과연 이렇게 어필을 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자꾸만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생각만이 존재할 수도 있는 글 속에서, 그 진리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게 말로 꾸며나가는 과정이 상대방을 쉽게 설득하고, 그런 것이 내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기술로 대변되는 IT세상에서 기술이 아닌 트렌드를 중점으로 연구하는(나는 그런 것들을 마케팅이나 경영 등의 분야로 보고 있다.) 부분을 보면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 보인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것 같다. 한 기술에만 집중하다보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하물며 내 기술에 대한 세부적 트랜드 조차 놓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트랜드에는 비단 기술적인 부분이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변수가 포함된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html5와 모바일 웹에 대해 많은 기술을 접하고 습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동안 대세가 갑자기 플래시로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분야에만 집중된 지식은 위험성이 크게 도사린다. 그래서 더 큰 범주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웹 개발자니깐 웹만 하면된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래머가 알듯이 C를 어느정도 능숙하게 다룰 줄 알고 H/W나 컴퓨터 공학의 기본적인 과목을 습득하고 있다면 다른 분야로도 충분히 나아갈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자신이 기존에 발을 담그고 있던 분야를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시대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분명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필요하다.


 지식 창출의 과정은 너무나도 어렵다. 창출을 위해 갖춰야 할 지식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내가 지난 27년을 헛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한 남들보다 10년은 빨리 웹을 접했다는 것은 내게 큰 힘이 된다. 나이가 큰 문제일까? 그렇지도 않다. 이제 많은 보편적인 변수들(학력, 나이, 성별 등)은 무의미하게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더 빠르게 시대의 흐름에 맞는 기술을 적용하고, 사람들을 설득할수냐 의 시대가 아닐까.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알고 있는 이상, 우리에게 다가올 위험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