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중간고사와 운영체제 공부를 하면서.

기존에 러프하게 알고 있던 개념들이 조금씩 그 실상을 드러낼 때, OS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러프하게만 알았지, 그 핵심적인 구조는 모르고 있었을 때.

원서를 읽어가며, 참조서적과 논문, 웹사이트를 찾아가며, 이러한 개념을 설계하기까지 무수한 지식인들의 노고를 알아갈 때.

문득 정말 멀고도 먼 길이 보인다.

이 수 많은 지식들, 내가 존경하고 우러러 보는 사람들은 다 이미 겪어온 길이었다.

불안이 찾아왔다.

과연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런데 확실히 목표는 확고하게 한번 정했나 보다. 나이도 나이이고, 시간도 없다고 생각하니 되려 불안이 잘 찾아온다. 

하지만 시간은 시간일 뿐이고, 분명 여러가지 남들보다 더 유리한 여건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그리 두려워 하는가.

단 하나, 나는 나를 두려워 한다. 나의 과거를 두려워한다.

과거의 나를 버리고자 노력했었다. 술냄새와 담배연기로 가득찬 삶. 그것은 어떠한 멋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오, 다만 나의 본능에만 충실한 삶이었다.

지금 가끔 나는 잘 지켜오면서도 문득 과거의 내가 튀어나올 때, 그때가 무섭고도 두렵다. 정말로 나도모르게 본능적으로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 나올 때. 그때가 너무 무섭다.

새로운 꾸준함이다.

과거의 나를 비난하진 않는다. 어차피 그것도 과정이었으니깐.

그렇다고 변하지 않을것이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과거에 그랬다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과거에 뭍혀 사는 것일 뿐이다.

삶이란 끝없이 답을 찾아가는 것 같다.

인생이 루즈해서 타이트하게 만들면,

타이트한 삶에 지쳐서 다시 루즈하게 만드는.

무엇이 답이고, 무엇이 그른지는,

그건 직접 부딪쳐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도전한다.

세상엔 내가 모르는 지식이 너무나도 많다.

다 알고싶다는 욕심보다는, 한걸음씩 나아가자.

그렇게 세상을 조금씩 움직여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