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냐 웹이냐. 어느 프로그래머의 고민

회사를 다닌지 1년이 넘으면서 군바리라는 편견 때문에 시달리기도 하고 나름대로의 영역도 구축하고 편의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나의 미래에 대한 루트를 찾는 일련의 활동을 이리 저리 하다가 이것 저것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모 대기업 게임업계에 다니는 동생을 만났다. 다른 병특 친구들은 훈련소에서 전자/전기 쪽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사실 IT와는 연관이 없는 친구들을 통해 그다지 인맥의 영역을 넓히지 못했지만 나는 운 좋게도 내가 있던 방에는 태반이 IT쪽이었다. 물론, SI와 게임 두 분야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동생은 내게 더 좋은 환경에서의 근무를 권했고 그 때문일까,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로 가도 1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에 회사를 다녔는데, 지금은 정든 사람들 때문에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말이다.
허나 요즘에는 회사가 막장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아래 사람들을 그렇게 잘 안챙겨주는 회사가 우리 회사다. 정말이지 너무 버티기 힘들어서 죽을 지경까지 오는 곳이 이 곳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환경에서 1년 넘게 버틴 나도 대단하지 말이다.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견디기가 수월할 수도 있다. 아래사람들한테 시켜만 놓으면 되니 말이다. 그러니 나같은 사람들은 죽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글쎄, 이직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이직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를 바라봤을 때에 크레이티브한 웹을 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지 단순히 노가다만 하자고 이쪽으로 온 것은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1년여간을 노가다를 하며 잘 버텼지만 앞으로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뭐 기술이야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스페셜한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진 않는다. 그것은 내 모토에 대한 역설적인 내용이며, 내 미래를 향해 다가가기 위해선 이는 전혀 맞지 않는다.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목적인데, 학력이야 그렇다 쳐도 기술적인 것을 따지고 봤을 때에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이 조화로워야 한다.
웹 vs 게임
그런 의미로 봤을 때에, 게임 쪽으로의 전직? 내가 이게 과연 내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인가. 몇 일간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로는 “NO” 프로그래밍이라면 뭐든 좋긴 하지만 지난 1년간은 더 없이 내게 큰 물에서 놀게 해준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웹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알았고 이제 회사에선 모바일 쪽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상당히 좋은 기회인건 사실이다. 실무적인 것에서 기술을 캐치하고, 기술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것 만으로도 미래를 바라봤을 때에 큰 어드벤테이지가 될 것은 분명하다.
내가 과연 좋아서 하는 것인가. 그 모든 것들이 말이다. IT쪽으로 나아가려는 나의 생각에서, 게임이란 것 혹은 웹이라는 것이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인가? 를 생각해 보았을 때에 특히 게임은 전에 사업을 할 때에도 많이 생각해 보았는데 아주 재밌게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론적인 것들을 배울 때엔 상당히 루즈하게 된다. 게임은 뭐 말하자면 종합 예술작품인데, 영화가 그러하듯 한 사람이 디자인/프로그램/기획 전부 하기에는 게임은 범위가 크다.(물론 작은 게임의 경우는 안그러겠지만.)
하지만 웹으로 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예전부터 수 없이 하던 것이 웹 기획과 디자인, 프로그래밍 전부를 해왔기 때문에 1인 3역을 하기에는 충분한 기반이 잡혀있다. 모든 부분이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요즘에는 공개되어 있는 프로그래밍/그래픽 소스도 많기 때문에 좀 더 기획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웹이란 것 같다.
나는 항상 기획력 즉, 아이디어가 향후 어떤 아이템이든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깊히 잠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정보수집과 온라인에서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다양한 활동, 그런 것들이 머리속에서 융합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할 것이라 생각하고, 이러기 위해서는 사람은 어느 한 분야에만 전문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어찌 보면 잡다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나는 너무나도 이런 것이 익숙하다.
사실 이 글은 약 3주일간 고민하며 작성한 글인데, 처음 쓸 때에만 해도 정말 열받아서 회사 관두고 만다는 생각이 많았다. 연봉우대도 안해주고, 업무도 재미없는 일만 준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계속 눈치만 보고 전직만 생각하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최근에 기획하고 있는 웹 아이템이 있는데, 이것에 집중해야 할지 전직을 하기 위해 다른 기술(C++기본)에 대해 집중해야 할지 그야말로 머리가 깨질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병특 기간 중에 안정적인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지금의 상황을 감사하게 생각하게 됬다.
정리된 마음
이어서 나는 다시 아버지와 상담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만난 동생이 내게 해준 얘기들이 얼마나 실없는 얘기들이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어차피 그 친구도 병특일 터이고 100% 완벽히 나를 데려간다고 할 수도 없으니깐 말이다. 어떤 위험이 있을 지도 모르는 것이고, 지금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나는 1년여간을 고생한 끝에 나름대로 편안한 생활을 만든 것이 아닌가. 딱히 당장 앞에 있는 위험요소도 없고 말이다.
무엇보다 이 병특생활은 21개월만 있으면 끝나는데 더 이상 무엇이 두렵겠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1년은 회사에 적응하고 나의 입지를 조성하느라고 버렸다고 치면 남은 2년은 이 회사와 같은 방향에서 나의 실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더불어 영어 공부나 계속 해야겠다. 그렇게 해서 영어를 어느정도 잡고 모바일 쪽으로 실력을 닦아 놓는다면 분명 병특 이후의 미래가 좀 더 편할 것이다.
나의 미래
이제 여기서 나는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특히, 병특이 끝나고 병특 기간만큼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물론 더 일찍 끝날 수도 있지만). 솔직히 전공 과목은 두렵지가 않다. 교양이나 그런 것이 살짝 문제이것지만, 컴퓨터와 관련된 것이면 모든 좋다. 그래서 크게 걱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도 이제 24살이고 그쯤 되면 26살, 그리고 대학 졸업 후 29살이 되는 등 한 스텝을 밟을 수록 나도 분명 한 가정을 꾸려야 할 것이고 사회적인 입지도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실력 향상을 게을리 할 수도 없는데 무엇보다 돈을 바라기 보다는 개발쪽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에 계속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특 끝나고는 개발 경력만 7년차가 되는데 만약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를 하게 된다면 무려 10년차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제는 회사에서 주요 참여 프로젝트를 요구하길래 한번 작성해 봤더니 벌써 10여개의 프로젝트에 내가 참여했었다. 그리고 솔직히 웹쪽? 쉽다. platform만 정해지면 그저 노가다일 뿐이다. 예전에 나는 정말 먹고살 것이 없으면 컴퓨터 A/S라도 하면서 먹고살려고 했는데, 그 A/S에 해당되는 것이 이제는 웹 개발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제 모바일 개발이라는 것이 내게 주어지려 하는 것이다.
대세를 밟아나갈 수 있다는 이점.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이를 통해 나의 사회적 입지를 만들 수 있고 이러다 보면 저절로 income이 발생한다. 그게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김에 더 나아가 본다. 미국 MBA에 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경험과 자금이다. 비록 회사는 작은 회사들을 다녔어도 나름대로 내 나이때엔 쉽게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경험했다. 창업, 영업 그리고 SI등등. 그리고 분명히 나는 남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았다. 아니, 그들과는 좀 정 반대로 살아가긴 했지만. 남들이 나이들어서 창업하는 일을 나는 미리 시작해 봤고 남들은 군대가는 것 나는 회사로 갔다. 이런 일련의 경험들이 쌓여서 MBA를 가는 데에 더 없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자금 문제 역시 지금의 루트대로라면 내 나이때에 쉽게 얻지 못할 것들을 얻을 것이다.
아 정말 거의 한달에 걸친 이 포스팅 하나.
이 글을 통해 좀 더 멋진 미래로 나아가는 나를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