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일기] 9일차, 전방 이상무

와이프가 왔다. 3개월 만에 미국에 왔다. 한국에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어쨌든 와이프랑 떨어져 있던 한달 반동안 난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많은 것들. 특히 이 금주일기를 쓰게 된 이유 자체도 사실 혼자있으면서 무제한으로 허락된 자유속에 스스로를 어떻게 다루고 가다듬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고 결과적으로는 꽤 괜찮았던 것 같다.

어제는 와이프가 오고, 월요일 답지 않게 이리저리 일이 많아서 그런지 저녁 수업후 거의 바로 잤던 것 같다. 평소같으면 공허함에 티비좀 끄적이다가 무알콜 맥주를 마시며 그럴 것 같은데.. 결국 이런게 변화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결국 나는 외로움을 잘 못버티는 것이 가장 큰 것이 아닌가 싶다. 와이프가 오니깐 바로 이렇게 변화가 생기는 것이고, 조금씩 북적이는 인생 속에 다시금 정적인 흐름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니깐.

술생각은 1도 안났다. 글쎄 시원함을 저녁에 찾으려는 그런것은 있었는데, 굳이 막 고알콜의 술이 생각나거나 그런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살얼음 가득한 탄산수 한잔 먹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혼자는 아니었으니깐. 난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이 지나니 일단 가슴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다만 식사조절을 안해서 살이 좀 찌는 느낌인데, 그것도 그냥 유지정도였다. 무알콜 맥주를 먹었을 때에는 새벽에 두번정도 깨서 화장실에 들락날락 거린 것 같은데, 어제는 그런 것 없이 푹 잤다. 코도 거의 안골았던 것 같다. 가장 좋은것은 다음날 일어나서 머리아픔이나 숙취, 해장을 위해 라면이 댕기거나 그런건 정말 하나도 없다. 이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다. 그래서 체감상으로는 시간이 엄청나게 많아진 느낌이다.

취하지 않는 것, 그것의 힘을 이제서야 절감하고 있다. 지난주에 그렇게 번 시간들을 가지고 공부를 해봤는데 평소에 3배는 더 공부했던 것 같다. 물론 노는시간을 좀더 줄이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전에는 술에 대해서 생각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이렇게 크게 이상없는 날은 축복받았다 생각한다. 이대로 쭉 가서 한달, 두달, 가보련다.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