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서 오는 성취감,

최근에는 아주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이다. 4시쯤 일어나서, 일기쓰고 아침 할일하고 5시쯤 책을 30분 정도 본다. 그리고 자전거 돌리고 근력운동 좀 하다가 7시쯤 간단히 두부나 닭가슴살 등으로 아침을 때운 다음, 회사로 나선다. 본래 칼트레인을 타고 다니다가 왕복 3시간 가까히 걸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다시 차를 타기 시작했다. 마침 칼트레인 비용도 올라서 왕복 $14 이면 주차비정도 되는 것 같다. 대신 차안에서 팟케스트 듣고, 쉐도잉도 하고 뉴스도 듣고 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회사에 도착해서, 간단히 커피 하나 사들고 일단 인강을 듣는다. 내가 몇 일을 시도해 봤지만, 새벽에 일어나서 7시반에 나가는 이상 아침 공부는 은근 힘들다. 그래서 회사에 일찍 나가서 두시간 정도, 공부를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코딩공부 같은건 집에서 하는게 낫지만. 여튼 그렇게 코세라도 듣고, 여러 강의 듣고 하다가 업무를 시작한다. 요즘 유라임은 적당히 하면서 다른 일도 하고 있어서 이를 하는데 은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또 다른 일도 해야하는데..) 그래도 최근 집중도가 많이 좋아져서 한번 책상에 앉으면 점심식사 가지러 가기 전까지는, 약 4시간은 그자리에 앉아있는 것 같다.

11시쯤에 점심을 가지러 간다. 요즘엔 그냥 샐러드만 먹는다. 회사 아래에는 꽤나 organic한 샐러드+샌드위치를 파는 집이 있는데, 닭가슴살 샐러드도 양이 참 많다. 가끔은 연어샌드위치도 먹고, 그때그때마다 바꾼다. 그렇게 먹으면 꽤나 오랜 시간동안 든든하다. 식사를 하면서,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본다. 요즘엔 유튜브 만한것도 없다. 넷플릭스는 시간이 오래걸리고, 유튜브는 워낙 편집된 컨텐츠들이 많아서 짧은 시간에 지식 습득(?)을 위해 좋은 수단인 것 같다. 물론 선정적인 것은 피해야겠지만.

한 20분이면 식사를 마친다. 잠시 화장실서 가글과 손세정 후 다시 개발을 시작한다. 약 4-5시간 집중한 다음, 퇴근하러 차로 간다. 8시 전에 오면 Early Bird라서 금액이 저렴하다. 일반 금액의 약 절반 정도. 이것 때문에 일찍 오는 버릇이 생겨서 좋다. 여하튼, 주차비 계산 후 다시 집으로 출발. 출근이나 퇴근이나 시간은 엇비슷해서, 길면 35분 정도, 짧으면 29분이면 도착한다. 가벼운 클래식 음악이나 요즘 자주듣는 프랜치 팝을 들으며 퇴근하면 그만한 것도 없다.

다시 집에서 간단히 저녁 때우고, 피곤하면 한시간 정도 낮잠을 잔다. 요즘에는 다이어트 중이라 그런지 맨날 낮잠을 꼭 한시간 정도는 자야 하는 느낌이다. 자고 일어나서, 와이프와 운동을 한시간 넘게 갔다오면 금새 7시는 훌쩍 넘는다. 공부할께 꽤나 많다. 코딩공부도, 영어공부도, 코세라 강의도, 그리고 읽어야 할 개발서적도 많다. 조급해 하지 않고 영어랑 코딩공부는 그냥 꾸준히, 코세라 강의나 개발서적은 그때그때에 맞춰서 하다보면 9-10시는 된다. 낮잠을 잤다면 10시에, 안잤다면 9시에 취침하면 된다.

이렇게 단조로운 생활을 보낸지 약 한달이 되간다. 그 전에는 칼트레인 타고 다녀서 녹초가 되서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경우가 허다하기도 했고, 아니면 재택근무를 꽤나 많이 했었다. 이사온지 약 3달 정도 되는 지금이지만, 여기서 2개월간은 집에 박혀서 유라임 개발만 했다. 생활이 들쑥날쑥 해서 영어공부나 코딩공부는 하나도 안하고 유라임만 적게는 10시간 많게는 16시간을 개발만 했다. 스파트를 내서 그런지 일단 얼추 완성은 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엄청나게 많은 버그들과 개선사항이 있었고 내가 거기서 느낀 것은 개발에는 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개발 시간을 한정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밀린 것들(?)을 할 여유가 생겼다. 못다한 영어공부도 꾸준히 하고, 코딩 공부도 꾸준히 한다. 특히 운동과 다이어트는 가장 큰 변화다. 왜 미국와서 그동안 시도를 해보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크지만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면서 현실만 회피하려고 든 것이다. 쇼파에 앉아서, 시간을 때우면서 나는 그런 시간동안 그 문제들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서 그 문제에 집착이 더 커지고 나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삶이 많이 망가졌다.

최근 나는 근 10여년간 기록했던 내 몸무게를 차트로 나타내 봤다. 이르 보면 그 상황을 훨씬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빨간색은 다이어트, 파란색과 초록색이 대학원 준비와 취준이다.) 꾸준히 증가하던 몸무게의 증감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이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있어서였다. 여행도 한몫 하긴 했지만 내겐 여행보다 컸던 것이 앞의 이슈들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결과적으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노력하면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긴 하다. 다만 도통 답이 불투명해서 확신을 할 수 없고, 어찌 보면 내가 억지로 이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얻으려고 해서 생기는게 스트레스인 것이다. 대학원 준비를 할 때 보면, 한 1년만 내가 더 노력해서 했다면 좋은 GRE와 토플로 낙오했던 곳들에 다시 지원해 볼 수 있었을 테고 1년이 너무 길었다면 봄학기를 지원해봤을 수도 있다. 당장 어느 순간(시간)에 내가 딱 뭔가를 얻으려고, 그런 조급함이 쌓여서 스트레스가 되고, 이를 잊고자 만들어 낸 공허함들이 내겐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쇼파에 앉아 리모콘과 술잔만 기웃거리는 폐인으로 만들어 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다시 일어났다. 아니, 다시 예전의 꾸준한 나로 돌아갔다고 보는게 낫겠다. 최근에 나는 그걸 좀 더 확연히 느끼게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단 꾸준한 삶을 살고 있다. 삶의 탄성도를 높히려고 한다. 어떻게던, 꾸준한 일상을 생활하 해두면 하루 이틀 모임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한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약 한달 전이 그랬다. 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고, 마침 월드컵도 하겠다 해서 주말 내내 월드컵 보고 티비를 시청했는데 문득 이런 행위들이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과연 티비보고 쇼파에 앉아 쉰다고 그게 정말로 쉬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난 3년간 내 마음은 하염없이 평온하기만 해야할텐데 불과 올 초반만 하더라도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내 마음에 공허함이 자리잡는 순간, 나는 세상이 망할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면서 두려움이 엄습하고, 그 순간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계속해서 건너게 된다.

꾸준히 행하는 무언가가 있을 때 그것이 쌓이면 스스로는 그게 가장 큰 안정감이 되었다. 13,14년도 초반에 매일같이 새벽반 학원을 나가면서 서너시간 들었을 때, 남들보다 30분 일찍 나와서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을 때 나는 그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다. 실력보다는, 수 많은 학원의 학생들보다 내가 부지런하다는 사실에서 말이다. 생각해보니 토플이나 GRE는 노력의 정도가 시험 성적과 어느정도 비례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것도 GRE는 보통 꾸준한게 아니라 반년은 정말 꾸준히 해야지 성적이 나오더라. 예전에 나도 목표 버벌 성적에서 5점 모자란 점수가 나왔을 때 그때 시간을 내서 비슷하게 더 했다면 아마 충분히 그 점수를 가졌을 것인데, 학교가 개강하고 나는 보통의 개강 초에 술먹는 학생으로 돌아갔고, 그 사이에 있던 수 번의 시험동안 난 단 한번도 그 모자란 점수조차 따라가지 못했다.

실력이라는 그 충분한 의미를, 이제서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결국, 내가 프로그래밍을 몇 개월 하지 않으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듯이 꾸준함은 알게모르게 피가되고 살이 되는 것이다. 특히 마음속의 공허함이 꾸준한 지식 충족으로 채워졌을 때, 비로서 나는 안정감을 찾게 되는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티비보다 인강을, 술보다 운동이나 잠을 청하는 것이 왜 그 자체가 오히려 더 큰 안정감을 가져오는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렇게 충분한 스스로의 실력이 채워졌을 때, 내가 지금과 같이 긴 글을 쓰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은 것처럼 내공이 되고, 나중에 어떤 기회가 오더라도 잡을 수 있는 용기로써 오는 것이 아닐까.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는 말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내 가장 큰 무기가 꾸준함이 아니었던가. 세상이 무너져도 나는 오늘 할 일을 한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공부할 것들은 쌓여있고, 나는 개발자로써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래밍과 IT는 끝까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외국어도, 운동도 마찬가지. 지식을 쌓고, 스스로를 꾸준히 만드는 것만이 모든 스트레스 해소의 방도이고, 공허함을 없앨 수 있는 길임을, 미국와서 3년만에 다시금 나를 돌아보면서 느낀다. 오늘 하루도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