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왜 빼고, 공부는 왜 해야하는가.

어떻게 보면 꽤나 당연한 질문이긴 하지만..

미국에 와서, 특히 지금처럼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하는 시기가 오자 나는 많은 목적성을 상실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다이어트와 공부이다. 글쎄, 바쁜 시기만 아니면 운동은 왠만하면 꾸준히 했지만, 운동이 다가 아니였다. 갑자기 부모님의 곁에서 벗어나게 되니, 자꾸만 많은 것들이 어깨를 무겁게 하고, 나는 그 모든것들의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찾은 것이 야식과 술이었다. 술이야 오랜 나쁜 습관이더라도, 야식은 정말 나쁜 습관이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소속감이 결여되고, 지금은 또한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나서 더더욱이나 어떤 소속 없이 살아오게 된 것 같다. 소속이란 것이 없다는 것은 외로움을 동반하고, 외로움이 결국 나 스스로를 많이 깎아내리더라. 지금까지의 학교에서, 회사에서의 왁자지껄했던 삶이 갑자기 없어지자 외로움이 몰려온 것일까, 별다른 준비 없이 가족과 친구들과의 멀어짐이 그런 것일까.

내 삶은 조금 특이하게도 헤어짐의 연속이었다. 어려서 이사를 자주 다녀서 그럴까, 고등학교 이전의 친구들은 단 한명도 소식을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내 기억속에는, 정말 행복하게 지냈다. 모든 이름이 기억나고, 하나 하나 얼굴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내 속에는 가득하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이, 초등학교때의 전학, 중학교때 서울로의 이사, 고교때의 전과, 대학 신입생 때의 휴학 등으로 짧으면 수 개월 많으면 몇 년을 사귀었던 친구들과의 헤어짐이 있었고, 그 헤어짐은 아직까지 바로잡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연락할 수 있었던 것을 나 스스로 기피하고 있었으니깐.

젊을 때는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서 다르게 사는 것 만이 삶에서 올라가는 길이라 생각했다. 아직도 서른 초반으로 젊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생각해온 기존의 환경을 자의로 바꾸려는 행위를 많이 해왔다. 부모님의 뜻으로 이사는 그렇다 쳐도, 휴학이나 전과 등은 내 의지로 행한 것이었고 결혼과 미국행 또한 나의 선택이었다. 기존의 것을 송두리째 변화시켜서 나를 올라가게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그 내면에 있는 외로움은 언제나 나를 괴롭혔다. 서울로 이사와서는 친구들의 미니홈피 등을 돌아다보며 저 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인데 라며 추억했다. 창업과 병특 등으로 대학교를 5년간 휴학하고 돌아온 자리에 내 친구들은 없었다. 후배들을 새로운 친구들로 만들었고, 그들과 함께 몇 년을 보내다보니 나는 현실을 안주하고, 미래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취업보다는, ‘영어’와 ‘기술’ 에 대한 열망으로 미국행을 택했다.

항상 나는 선택에 후회를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많은 선택이 있었다. 스무살 초반에 사업을 한 것도, 군대 대신 병역특례를 간 것도 모든 것들이 선택이었다. 없지않아 고집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절반 정도는 내가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또 하나의 선택을 하고, 그 시간이 지났다. 또 다른 도약을 해야 할 지금 시점에, 나는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어서 매번 스스로에게 되묻는 것이다. “왜 잘하지 못하니?”

생각해 보면,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지만 최선은 다해야 하는 것 같다. 지금의 기본적인 것들은 결국 내가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증거와도 같다. 몸무게도 그렇고, 몸을 만드는 것도, 공부도 모든 것들에 내가 조급해 할 필요가 없는데 스스로가 조급하게 느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다시금 생각하지만, 과거에 대한 후회 혹은 연민은 정말 쓸때없는 것 같다. 내가 무슨 나이가 이미 들때로 들어서 과거를 회상하는 그런 놈도 아니고, 어쨌건간에 한국에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못해도 스무명 남짓 존재하고,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 나를 응원해주는 많은 분들이 계시고 말이다.

더 이상 과거의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다. 풀리지 않은 문제는 풀면 된다. 결국 모든게 나를 위한 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조금씩 나도 나아지는 것 같다. 사실 최근에 꽤나 깊게 외로움을 한 차례 느꼈었는데, 모든 것을 잊기 위한 방법은 결국 스스로를 만들어 갈 수 밖에 없음을 다시금 느꼈다. 많은 방황의 상황에서, 내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행한 것 중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이 몸이 변화되는 것을 느끼는 것과, 지식의 깊이가 깊어짐을 느끼는 것이더라. 별것 없다. 꾸준히 행하는 삶 속에 답이 있을 것이다. 당장에 무언가 이뤄지지 않아도 좋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스스로를 만들어 나갈 뿐이다. 더 그렇게, 나는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