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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이의 추천으로 보게 된 데미안. 원채 책을 보는 것을 즐겨하지 않다 보니 게으르게도 이 책을 읽는 데(그렇게 두껍지도 않다.) 2주 이상이 걸린 것 같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유명한 문구이지만, 나는 이 말의 보다 더 깊은 의미를 찾기 위해 잠시나마 생각했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어렸을 적 크로커라는 친구에게 협박을 당하고 부모님께 알리지도 못하고 홀로 1년여 세월을 괴로워 한다. 그러다 만난 막스 데미안은 이 친구를 구원해 주고, 그가 고민하고 있는 많은 생각들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 특히, 신과 악이라는 양면성에 있어서 말이다. 사람에게 누구나 존재하는 이러한 이면과 특히, 운명이라 생각하는 우리의 꿈에 대해서 그리고 꿈이 반복된다면 운명이지만 꿈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많은 부분에서 나는 내 과거와 내가 성찰하고 있던 것들에 대한 심오한 부분을 감지했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며 겪은 힘 있는 친구들에게 맞거나 협박당해 쩔쩔매며 1년을 힘들게 보내던 시절의 기억이 가장 깊게 와닿았다. 내가 찾던 그런 이상은 주인공이 만난 데미안과 많이 흡사하다. 데미안이 보낸 쪽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는 말에서 진정 내가 행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세계를 보는 관점과, 현실주의적이자 이상주의인 나의 이면에서 과연 나는 어떤 신의 모습에 가까울까. 물론, 그렇게 종교적 사상을 개입시킨 것은 내겐 사실 사상적으로 잘 와닿지 않는 부분이긴 하였지만, 주인공이 고민을 해결해 가는 길고 긴 과정 속에서 결국 모든 것의 해결자이자 인도자는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이라는 것.
그것만큼은 나를 가장 강하게 깨우쳐 주었고, 사실 데미안이라는 존재가 내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는 이 책의 도입부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금 나의 이상에 대해 생각해 본다. 르네상스적인 낭만, 고대 현악기들의 아름다운 음색이나 예술이 내게 전달해 주는 그 마음속의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의 눈물젖은 아름다움. 그리고 나도 모르게 꿈꾸고 있는 나의 환상들. 꿈이라, 운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나의 이상에 대한 자취를 나의 삶 속에 창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데미안의 시대적 배경인 1차 세계대전 직후 사람들의 무언가를 믿고 싶은, 연대에 속하고 싶은, 이러한 사람들의 사상을 잠시 돌아보고 작가가 독일인이라는 점도, 그리고 내가 믿는 것이 아닌 공동의 믿음에 의해 희생당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생각하며.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을 기리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