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버리기 연습 –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
세상 사람들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한다. 비단 그들 뿐만 아니라 간단히 나 자신만 바라보더라도,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색과 고찰들을 이 블로그에서 해 왔는지 모르겠다. 물론, 글을 계속 써 나가면서 나 자신의 마음이 정리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글 쓰는 자체가 나의 목적과는 모순되게 또 다른 잡념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사실 휴뇌법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했다. 원체 생각이 많은 나는 이러한 생각이 정리가 되기 전 까지는 애초에 계획했던 일들 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야 나 자신의 사명서와 자기평가 도구 등을 통해 계획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것들의 한계는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순간의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이에 대해 나의 삶 자체가 휘둘린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나의 목표와 계획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렇게 책방을 서성이다가 찾은 이 책. 물론, 베스트 셀러인 것은 알고 있지만 일단 책 자체가 너무 빡빡히 쓰여진게 아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좋았고 둘째로는 불교의 가르침을 현대인들의 삶에 적용시킨다는 것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나는 불교 신자가 아니다. 굳이 종교를 따지자면 천주교에 가깝고, 그렇다고 성당에 자주 다니지는 않는다. 무언가 종교적 활동을 위해 나의 소중한 시간을 잃는다는 자체는 매력적이지 못한다. 물론 미사를 통해 참회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맞긴 하지만 나는 이런 부담감 보다는 새벽기도와 점심기도, 저녁기도 정도로 내 앞의 그분께 참회하는 시간을 갖는다. 솔직한 반성만 하면 되니깐. 나 자신에게 자기합리화를 통해 넘어간 일이라도 말이다.
그런데 내가 이러한 천주교에서 어렵게 느끼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이다. 내 짧은 지식으로는 성경은 하느님의 일화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성경이다. 이러한 일화를 보고, 물론 예제로 구성된 것은 쉽게 와닿을 수 있겠지만, 내가 어떤 가르침이 있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약간 서구의 기준에 맞춰진 이런 성경의 가르침은 사실상 내게 쉬운 해석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붓다의 가르침은 보다 더 구체적이고 단계적이다. 마치 A=B 인데 이유로는~ 이러한 문장. 두괄식이라고 할까? 난 그런 간단명료한 것들이 좋다. 되려 기억속에 오래 남고 어떤 참된 행위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이 책에서 사람의 오감(눈, 귀, 코, 혀, 몸)을 감각을 느끼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따른 추가적인 생각을 없애는 훈련을 할 것을 얘기해 준다. 예를 들어 간지러워도 긁지 말라는 것이다. 간지럽다는 감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뇌에서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럴 필요 없이 그저 감각으로만 인지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감을 통해 우리가 전달받거나 행동하는 것을 절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특히 번뇌(근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 일어나는 마음의 갈등) 를 억제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끝없이 번뇌를 생산하고 이러한 번뇌들이 생각병 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기본적인 개념 뿐만 아니라 우리가 실생활에서 바로 접하고 느끼는 것들, 예를 들어 “회의” 라든가 SNS나 블로그의 포스팅을 쓸 때에 우리가 어떤 번뇌를 일으키는지에 대해. 난 참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과정들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포스팅 바로 이전 글(SNS의 도래, 블로그는 계속 놔둬야 하나?)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내가 느끼는 많은 번뇌들, 변질된 초심 등에 대해 생각하였는데 이러한 것들을 적나라하게 지적해 주었다.
여하튼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명상을 하며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매일 20분 정도 명상을 하곤 하는데, 어떤 생각을 버려야 하는지. 내가 느끼는 감각을 어떻게 그대로 흘려 보내야 하는지. 그저 복식 호흡을 하고 조용한 곳에 눈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이 명상이 아니었다. 단 0.01초 만에 우리가 생각하는 수 많은 생각들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보내버리는 것, 아니 그 이전에 이러한 생각들을 불러일으키는 원천 감각과 경험들을 제거하는 것. 그러한 훈련이 명상을 하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본 “매경 비즈니스” 라는 주간지에서는 특집으로 CEO들의 마음 정리 방법에 대해 나와 있었다. 격한 운동, 클래식, 전통 악기 등. 그 중에 ‘명상’도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인도 여행과 동양학의 연구에 따른 그의 명상은 이미 유명한 그의 습관이다. 이처럼, 명상을 통해 쓸때없는 잡념을 버리고 내가 무엇을 인지하고 행해야 하는지, 그것이 인생의 죽을 때까지의 과제가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과정들은 나 자신을 내가 잡고 내가 행하는 대로 나아가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