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남자들이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어려서부터 전자기기들에 대한 깊은 흥미로 여지껏 산 컴퓨터와 전자기기가 참으로 많다. PC를 처음 산 것은 국민학교도 가기 전, 중2때 컴팩 Presario, 아이리버 PMP-1000을 첫 PMP로 고1때, 고2때 삼성 NT-181W 노트북, 대학에 와서 UMPC인 삼성 Q1, 맥북 흰둥이, 뭐 핸드폰도 미라지, 아이폰3, 아이폰4, 맥북에어 아이맥 아이패드1,2 등등..
여기에다가 아이폰에 들어간 앱들 하며 PC주변기기들.. (리얼포스나 마제스터치 등) 아주 끝도 없다. 명품 쇼핑에 중독된 사람처럼, 나 또한 전자장비에 중독되었다.
요즘은 그런 것들을 스마트 기기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또 “스마트 워킹 라이프” 라는 책도 나왔다. 이 시대에 수 많은 스마트 기기들과 함께 살면서, 너무 우리는 유행에 민감해 하고 있지 않는가를 고찰해 주는 책일 것 같다.(사실 안읽어 봤다.)
나는 예전에 팀을 이끌 때부터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활용해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랬었다. 요즘에야 여기 저기에 사내 그룹웨어/CMS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고 또한 이러한 솔루션들이 찾아보면 상당히 많지만 그때는 사실 내가 경영을 해본 입장도 아니고 하다 어쩌다 보니 Office 2007 엔터프라이즈에 있던 Groove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신저/게시판/파일공유 정도의 기능이 있었지만 내겐 상당히 매혹적이었고, 이를 약 1년여간 조직의 시스템에 적용해 왔다. 프로젝트 관리 역시 MS Project로 관리하고 모든 직원의 문서를 MS군으로 통합하여 자원의 낭비 없이 모든 것들이 중앙 집결 체계로 관리되기 바랬다. 결과는 느려터진 그루브 클라이언트 때문에 협업이 쉽게 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프로그래머들은 SVN등으로 형상관리하고 디자이너/기획자 들은 단순히 공유폴더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1년후에 그들의 희망대로 난 그들에게 자유를 맡겼다.
그렇게 뭔가 “정보화”를 통한 관리때문일까, 아니면 프랭클린 플래너 덕분에 나름 성공적(?)인 고3 시절을 보내서일까. 시간관리와 자기관리에 대한 욕심 때문에 모든 것을 정보화 하여 관리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프랭클린 플래너로 내 삶을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Daily Diary로 365장이 있고 아무리 좋은 재질의 바인더와 속지가 있더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정말 무용지물이더라.. 정말로 무용지물이었다. 약 8종의 프랭클린 플래너를 3년간 수십만원 어치를 구매하고 사용했지만 고등학교 시절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100%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계속해서 다른 다이어리를 왔다갔다 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들어섰다. 우선 내가 접하는 모든 것들을 스크랩 하려고 노력했다. 역시나 MS의 원노트를 사용해서 노트별로 스크랩 하였는데 원노트를 쓰게 된 이유는 삼성 Q1을 사용할 당시 원노트를 사용하니 메모하기가 상당히 편했어서 그때의 기억으로 사용했었다. 외장하드에 .onedb 파일만 있으면 어디서든 usb만 꽃으면 공유도 된다. 2008년 말인가, MS의 정책 덕분에 Livespace라는 MS의 온라인 공간에서 Office Web버전으로 원노트 웹도 사용 가능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클라우드는 시기상조였다. 일단 속도가 매우 느려서 포기. 그러다가 난 맥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2006년부터 맥북의 유저이긴 했지만, 2008년 본격적으로 아이맥을 구입하고 맥북 에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사용하면서 크로스 플랫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일단 에버노트로 모든 정보를 취합하였다. 내 나름대로 노트북도 여럿 만들고 다양한 플러그인으로 지속적으로 에버노트에 스크랩 하려고 노력했다. 허나 이것도 쉽지 않다. 사실 에버노트 잘 쓰다가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테그” 라는 기능이나 위치 기능 등 여러 기능을 모륵 사용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내가 사용하는 기능은 단지 메모 기능에 어섬노트 연동이 다였다.
이렇게 수 없이 삽질을 거치고 나서.. 사실 이건 단적으로 정보화에 대하여 스크랩과 데이터 베이스화에 대해서만 얘기한 것이지, 내가 왜 아이패드를 두대나 샀으며 맥에서 일기를 쓰기 위해 macjournal , chronories , Opus Dominic , Day One 등 이 수 많은 유료 앱을 샀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결론은 그렇다. 스마트하다고, 액정이 크거나 기능이 좋다고, 성능이 빠르다고, 대세라고 다 좋은게 아니다. 내생각엔 그러한 요인중에 최소한 70% 이상은 좀 허구성이 심하다. 아이폰 앱스토어에는 좋은 앱도 많고 비슷한 앱도 많고 정말 수없이 많은 앱들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 중에 기본적으로 디폴트인 앱도 있는가 하면 좀 잉여한 앱들도 정말 수 없이 많다.
이런거를 다 비교하고 장단점을 따지고 쓰자니 그냥… 이건 내 결론인데 딱히 바꾸려 하지 말고 기존에 사용하던 것을 최소한 몇년은 사용해 보고 데이터베이스를 축척한 다음에 생각해 보는게 좋을 것 같다. 사실 욕심을 좀 버리면 이 세상에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 이것 저것 장단점 따져보고 어디 연동되면 아이폰 연동되면 좋겠고, 드롭박스 되면 다른 어플에서 컨버팅 되면 좋겠고.. 사람의 욕심이야 물론 정말 언제 어디서나 내가 필요한 데이터를 찾고자 하는 바램이야 당연 있겠지만 그럴 시간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 기본 iCal이나 아웃룩 열어서 기록하고 내 하던 일 마저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정말 욕심을 밟는 순간 내 욕심의 구덩이 속으로 한없이 끌려가는 욕심의 블랙홀처럼, 스마트하다는 이유에 착각하여 나를 그 속으로 몰아넣는 행동은 없애야 할듯 싶다.
결론은 부지런히 쓰던거나 쓰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