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필자가 학부 때 제대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셔먼 교수님처럼 아무리 바빠도 여유롭게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할 때는 열심히 하고, 친구와 커피 한잔 마시며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아침 샤워를 조금 더 오래 하면서 생명 같은 물의 흐름을 느끼는 것,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시를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 등 역시 소홀히 하지 말라는 말씀, 그리고 이런 것들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라던 교수님의 말씀이 아직도 생각난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 시간을 내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책상에 오래앉아있는 습관을 들인 것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고, 흘러가는 시간을 그저 원서와 SOP를 흘러가는대로만 정리하다 보니, 스스로가 내가 도대체 누구이고, 왜 이러고 있는지 싶을 정도로 의아함이 들었다. 그러면서 외부세계와 단절하며 친구들과도 거의 만나지 못하고 연락도 소홀이 하다보니 조금 많이 아쉽기도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여유이다. 내가 왜 4시에 기상해서, 커피한잔 하고 이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의미를 생각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원서접수도 막바지로 치닺고 써야할 SOP도 널린 이 상황에서, 그래도 과제를 함께하고 IBT도 하고 이런 여러가지것들을 함께 해 왔다는 것에서 의의를 찾는다. 어차피 이제 이번주면 거의 끝나고, 다음주면 약간은 지루했던 학부 생활까지도 끝난다.

길고 긴 20대의 인생이 이렇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싶다는 내 생각이,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자 하는 나의 마음이, 지금의 나를 이렇게까지 이끌었다. 원서를 다 넣고 나서, 후회하지 않도록만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서 한편으론 여유를 챙기고, 그게 내가 지금 해야할 길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