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글이다. 근황은 적당히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삶에 있어서 점진적인 목표가 생겨서 그런 것일까, 어쨌든 거의 삶에서 처음으로 찾아온 여유를 잘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나를 잘 살펴보면 생각보다 불확실이라는 것을 즐기지 못한다. 하기사 어떤 사람이 불확실을 좋아할까? 좋아한다기 보다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이를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래서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물론 그 속에서 좋았던 추억이 있었지만 독립을 선택하고 나서 내 삶은 그리 쉽지많은 않았던 것 같다. 뼈를 깎아내리는 고통과, 배신감에 허덕이던 경험도 한두번 한것도 아니다. 정말 말하면 입과 손만 아픈 경험들, 하지만 그런 경험들 속에서 내가 뼈속깊게 새긴 것은, 삶은 절대로 내가 원하는 100의 만족감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마치 독한 술을 한잔 마시고 바로 취하는 상태가 오는 것 같은것은 적어도 내가 만족하는 삶 속에서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깨닳는 데 정말 오랜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나는 마치 복권당첨처럼 어떤 하루가 삶에서 가장 피크인 그것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 세상에, 워낙 주변에 잘나가는 사람이 많고 비단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주로 아는 사람의 경우에는 나 스스로도 자존감이 많이 낮아지곤 했다. 뭔가를 시작하고 싶지만, 여러가지 겁에 의해서 하지 못하는게 이를 반증한다. 예컨데, 지금 이 블로그를 쓰는것도 몇번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을 했는데 어떻게 쓰기는 했다. 하지만 다른곳들, 네이버 블로그 같은 조금의 오프라인 인연이 있는 곳에는 솔직히 많이 망설여지고, 브런치 같은곳은 더더욱 그렇다.
예전에 유라임을 할 때에는 삶이 100년인데 못할께 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물론 못할께 없겠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수십번은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느낌이다. 요즘엔 음악을 하고 싶어서 이론부터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가끔은 그렇다. 나도 빨리 곡을 만들고 싶은데 왜이리도 이론이 많은 것일까, 회사를 다니고 아이를 키우다보니 남는 시간이 하루에 한시간 남짓인데 그 시간을 이용해서 이뤄 나가기에는 속도는 더딘데 공부할 것은 왜이리도 많을까. 이러다보면 한 1년은 지나야지 곡을 만들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너무 조급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더라.
어떤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사실 꼭 음악이나 다른것, 안해도 그만이다. 어쨌든 나는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고 있고, 여기서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써 커리어를 쌓아나가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어쩌면 엔지니어링이라는, 어쩌면 ‘정석’대로의 어떤 생산으로써의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추구하는 머릿속의 공간을 분출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앱개발이나 사이드 프로젝트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조금은 다시 유라임 개발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회사에 최대한의 엔지니어링적인 사고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지금은 이에 집중하는게 맞다는 생각과, 퇴근 후에 너무 깊은 집중도를 요한 나머지 한편으로는 프로그래밍을 업무 외적으로는 하고싶지 않더라. 적어도, 복잡한 시스템 설계를 요하는 작업은 말이다.
어쨌든 지금은 음악, 특히 전자음악의 세계가 너무나도 재밌고 흥분된다. 요즘엔 멍때리고 티비보고 유튜브나 릴 보는것보다 재밌는게 음악 이론이나 역사, 그리고 전자음악의 세계를 하나 둘 파보는 것이다. 이런 행동에는 적어도 시간을 죽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스스로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신디사이저가 왜 키보드랑 구분되는지, 한국에서 신디는 스무살때 샀었는데 이제서야 신디사이저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느낌이다.
재밌다. 삶이 재밌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글을 써야지만, 자주 언급하지만 조금은 오픈된 공간에 글을 써야지 정리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한가지 목표가 또 다시 생긴다. 글을 써서, 피드백을 받고 싶다. 내 삶이 하루하루 그냥 아무것도 없는 삶일 수도 있지만, 하나 둘 꾸준히 하는것도 재밌고 그러면서 더 삶을 fine-grained시키고 싶다. 물론, 본업은 너무나도 나와 synced된 상황이라 크게 문제는 없지만, 이는 부차적인 것이다.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싶은지, 어떤 가정을 만들고 싶은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