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와이프랑 번갈아가면서 아이를 돌보면서 한달이 지난 아이를 보니 생각보다 조금은 육아는 할만하다. 아직 신생아라서 그런지,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를 보니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참 이 어린 생명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제 코로나도 이동네에는 정말 거의 없어지는 추세이다. 회사도 출근을 시작했고 육아휴직의 1/5정도를 사용해서 지난주부터 출근을 시작했다. 자리도 새롭게 바뀌고, 거의 반년을 온라인으로 일하면서 솔직히 따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팀원들을 만나기가 힘들었는데, 직접 본게 두번정도 되던가? 사무실, 특히 내 책상에서 일한것도 두번도 안될 것 같다. 사실 마스크를 쓰고 일한다는게 여간 쉬운게 아니긴 하다. 그래서 마스크 의무화가 없어지고 사무실에도 적어도 주3회는 모든 직원이 (물론 완벽한 의무는 아니지만) 나와서 업무를 보는 자체가, 아 이게 진짜로 미국에서의 회사생활의 느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코로나 시절, 기존에 갔던 회사는 사람도 거의 없고, 협업을 기대할 수도 없고, 딱히 몇시에 나와서 몇시에 가는 그런것도 없고 그런 암묵적인 룰이 없다보니 회사를 가던 집에서 하던 코로나 시대에는 그런 관리자체가 개인적으로 수반되지 않으면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장점도 있었다. 대학원이 코로나 시절에 시작되어서 수업 이외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취준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덕분에 좋은 결과도 있었고, 그 2년 남짓한 시간에 꽤 오랜시간 염원하던 대부분의 것들을 이뤘다. 그게 가장 신기했다. 하지만 그렇게 갑작스러운 성취를 맛보게 되고 나서 나는 목표를 잃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생각하는 목표의 ‘기준’을 재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었지만 나 스스로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하기사, 근 15년을 가지고 있던 목표를 이뤄버렸으니 그럴만도 하다.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사뭇 그 대기업의 신중한 pace에 이제야 조금 적응이 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공부할 것도 많고 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전체적인 커리어 방향을 어떻게 가지고 나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인 것 같았다. 회사에서는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하긴 하지만 20년이 넘은 회사에서 배워야 할 것은 많고, 그런 지식을 충족시키기에 레퍼런스가 무진장 많다. 그래서 사실 많은 지적인 욕구는 충족시킬 수 있는 엄청난 환경이지만 그저 실리콘벨리에서 취직 혹은 창업만 바라고 달려온 내가 또 다시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설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그것에 대한 감이 잘 세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스스로에게 가장 아쉬운 것은 개발에 대한 의욕이 희안하게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나도 내가 이럴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집중력이 잘 생기지가 않는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전처럼 코딩공부를 하고 그럴줄 알았는데 회사에서 긴 시간을 코딩만 하다 와서 그런것인지는 몰라도 회사에 들어간 반년의 시간은 솔직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전처럼 나는 술을 먹는 삶으로 돌아가고, 그게 습관처럼 형성된 것 같다. 어느정도 삶이 정리된 입장에서 나는 당연하게도 예전처럼 삶이 돌아올줄만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벌써 10년을 회사를 떠나왔었고 방황하던 10년의 시간이 만든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사실 가능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블로그에서 난 사실 나 자신과 솔직한 대화를 하곤 한다. 누가 보던 사실 크게 상관은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어쨌든간에 소통을 해야한다. 그래서 나는 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주체인 동시에 가장 큰 청중인 셈이다. 떠있는 마음을 다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수 없이 과거의 기록을 들춰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코딩이 손에 잡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르겠다. 술을 끊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도 모르겠다. 하지만 왠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는 알 것 같다. 모든것을 무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이뤘다’ 라고 생각하는게 사실 이룬것일까? 누군가에게는 큰 성취이고, 내게도 큰 성취이지만 거기서 만족하려고 하는 나를 지켜보든 나는 결국 이를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삶의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답은 나 혼자 찾기란 불가능하다. 이래야지 저래야지 하고 스스로 백날 다짐을 해봤자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하지만 나는 느껴야한다. 다른사람들의 삶에서. 그래서 책속에, 요즘에는 유튜브 속에 답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지금의 나태함을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더 배워야 하는것이다. 어차피 또다시 글을 써봤자 똑같은 글밖에 나오지 않는다. 더 배우고 더 전진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좀더 발전된 스스로가 나오기를,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