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 회사에 다닌지도 2년이 넘었다. 내가 가장 길게 다닌 유라임을 제외하고 회사가 1년 반정도이니깐, 이제 이 회사는 내가 가장 오래다닌 회사가 되었다.
사실 회사내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들이 너무나도 값지고, 나도 본래 그런 기술들을 배우고 싶어했기 때문에 그냥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배우는 기술, 표준들이 거진 대부분 내가 본래 공부하고 싶던 것들이고, 딱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책을 보지 않아도 저절로 대부분의 best practice를 훈련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사실 그런 개발을 배워나가는 것이나 그런건 꾸준히 계속하던 것이라 그냥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커리어 개발이란 그런게 아닌 것 같더라. 회사라는 것, 즉 사람을 다루고 조직에서의 목표에 따라 부합되는 사람이 되느냐의 문제인데, 사실 나도 2년정도는 육아를 하면서 부단히 조직의 목표와 내 포지션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정말 필요한 사람일까, 어떤 부분을 기여해야지 조직이 원하는 대로 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코딩만 잘하면 알아서 올라갈 줄 알았는데, 사회생활이 결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더라. 최근에 회사에서 매니저랑 올해 첫 1:1을 하다가 승진 얘기가 나왔다. 내가 승진을 하려면 무슨 프로젝트를 다시 kick-off해서 임펙트를 더 보여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솔직히 내 레벨에서 이정도면 다음 레벨정도까지 했을 줄 알았고, 무엇보다 매니저가 fully spoortive할 줄 알았는데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서 솔직히 좀 실망했다. 작년 중/하반기 미팅에서 매번 잘 하고 있다고 피드백을 받아서 그랬을까. 어쨌건간에 프로모션을 원하면 직접 어플라이 해야한다고 한다. 다른애들도 다 그렇게 했다고.
그런데 다시 생각을 해보니 내가 정말 잘하고 있었을까 아님 그냥 우쭐했던 결과일까 싶더라. 누군가 내게 “너는 하는일에 비해 레벨이 낮아” 라고 여러번 들었다면 진짜 본인이 그 레벨인 것마냥 착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정말 객관적인 척도라고 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마다 정해진 레벨의 ‘기준’ 이 있고, 이에 따른 metrics이 있는데, 나는 정말 그 항목에 조밀조밀하게 기여를 했던가? 이게 정말 strong해서 다음 레벨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던가, 아니면 나는 단순히 하는 일과 코딩 양에 비례해서 다음레벨을 내심 기대만 하고있던 것일까.
그래서 한편으로 보면 매니저의 그런 말이 고맙기도 했다. 결국 내밥그릇 내가 챙기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을 추스리는 와중에, 갑자기 회사에서 레이오프를 했다. 작년엔 만몇천명씩 대규모로 한걸, 이번엔 조직 단위로, 프로덕 단위로 했다. 뭔가 올 한해 느낌이 쎄 했지만 이렇게 빨리 영향이 올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게 시작이고 계속된다고 하니.. 원래 평생직장이란 것은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지난 2년간 묵묵히 일과 육아를 하면서 한편으론 내가 잊고 지냈던 것은 회사와의 align도 중요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싶은, 추구하고 싶은 커리어는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놓치고 있던 것이다.
사실 그게 내가 이 블로그에 크게 회사얘기를 하지 않은것도 있었다. 그런데 회사보다 결국 내가 정말로 이 ‘세상’에 쓸모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 예전에 정말로, 한국에서 직장생활 할 때에 30대 과장들 중 정말 잉여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냥 버티고 있는다는 것이 내가 결국 이 회사에서 몇년 일하면서 일이 익숙해지고, 익숙한 일을 하고 그러고 사는게 결국 잉여랑 다를게 무엇일까 라는 생각. 하물며 내 일도 AI로 대처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말이다.
그래서 다시금 나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프로그래밍에서, 어떤 기술을 써서 내가 추구하는 그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취미로 하는 음악, 영상편집, 그런건 아무렴 좋다. 하지만 정말로, 개발자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IT에서 내가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그걸 더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기반해서 더 깊게 공부해 나가야지 비로서 나 스스로가 세상에 쓸모있게 쓰일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편으론, 그런게 이런 불확실 속에서 내가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