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요즘은 정말 정신없이 돌아간 것 같다. 9월시험, 10/18, 11/8 IBT를 망치고 나서, 좌절보다는 일단 80+ 가 있다는 것에 약간의 의의를 두고 바로 새벽반 해커스를 등록했다. 사실 10월부터 LC단과반 최지욱 선생님 아침반을 들었는데, 시험을 약 3주 남기고 정규종합반으로 바꾸게 되었다. 또 다시 시작된 새벽반 수업이었다. 작년 1월, 교환학생을 결심하고 80점을 목표로 두달간 방학을 날리면서 학원을 다닐 때, 그때의 느낌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신림역에서 첫 차를 타고, 40분 일찍와서 가장 앞자리를 사수하던 그때, 아마 그 때가 내 영어에 대한 공부의 인생의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학원은 그렇게 지난주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IBT 시험이 엊그제 끝났고, 결과가 나오려면 멀었지만 어쨌든 안되면 안되는대로, 되면 되는대로 넣으려고 한다. 결국 어학 성적이란 것은 그냥 성적일 뿐. 중요한 것은 20대에 내가 쌓아온 커리어 패스와 이것이 어떻게 PhD과정에 잘 어울러지는지, 그것을 녹일 수 있는 전반적인 과정이 아닐까. 그래서 약간은 간과하고 있던 SOP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 같다.
지난주 월요일은 H대학의 포닥이 Interview요청이 왔었다. 메일 제목 자체가 PhD Applicant라서 더 그랬을까, 올해에 정말 처음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아마 GRE시험 끝나고 보는 점수도 이렇지 않았던 듯..) 주어진 시간은 단 2일이였는데, 짧은 시간에 나에대한 “소개”는 잘 준비를 했지만 인터뷰에서 물어본 Hash Table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서 사실 좀 속상했다. 그래도 J선생님(유학상담&SOP 담당) 말씀으로는 긍정적인 것 같다는데.. 하긴 아직 Apply도 안했는데 포닥 인터뷰가지고 당락을 결정한다는 자체가 웃기겠지.
그래서 이후에 선생님이랑 상담하고, 보다 더 그쪽 연구실을 캐고 내 분야에 대해 더 심도있게 정립했다. 그리고 상담 결과, 약간 나의 마인드가 잘못됬다는 것을 느꼈다. 여태까지 나는 내가 공학도라 생각했지, 과학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CS자체가 Computer Science가 아니던가.. Engineering도 아니고. 그래서일까, 더 원론적인 부분을 파고, 건드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그러면서도 과연 이 길은 Scientist or Engineer라는 생각도 들고..
더불어, 이제 본격적으로 추천서를 받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 나머지, 미리 말씀드렸던 두 분의 교수님과 생각하고 있던 두 분의 교수님들께 메일로 그간 준비한 자료와 CV등을 드리면서 추천서를 부탁드렸다. 네분 다 OK를 해주셨고, Draft와 Schedule을 준비해서 보내달라 하셨다. 써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나 스스로 교수님들의 프로젝트와 수업을 하며 내 장점과 이를 잘 이어나갈 수 있는 길을 연다는 자체가 얼마나 좋은일인가. 10여개의 학교를 쓸 예정이지만, 덕분에 부담이 더 줄어든 것 같다.
사실 오늘, 우리학교 K교수님과 상담을 했다. 가장 가고싶은, 그리고 현 시점에 가장 가능성 있는 H대학이 사실 Database쪽인지라, 데이터베이스를 전공하고 계신 K교수님과의 상담은 정말로 좋았다. 아에 처음부터 K교수님과 상담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최근 가장 알고싶었던 Adaptive Indexing에 대해, 그자리에서 단 5분만에 명쾌하게 설명해주시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외에도 추천서를 써주기 위해 내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는 것 또한 너무나도 좋았다.
무엇보다 K교수님이 내가 DB쪽이 Engineer vs Scientist라는 질문을 드렸을 때, Engineer쪽에 더 가깝다는 소리를 들으니 더 좋더라. 그래, 원래 공학 자체가 좋아서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던가.. 물론 원론적인 수학 물리도 근래들어 재밌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평생 공학쪽 일을 하면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드니깐 말이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대학원 Apply를 했다. 내가 넣고자 하는 것 중에 가장 Deadline이 빨렀던 UCLA. 생각보다 쓸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SOP가 약간 걸렸다. 지난번에 써둔 H대학 SOP를 꺼내고, 지난주부터 봐둔 랩의 교수님들을 리스트업 한 다음, 최근 Project와 논문 및 연구주제를 살펴보며 내 Research Topic과 어울리는지를 본 다음 SOP에 녹아내렸다.
그런데 정말, Deadline에 맞춰서 어플라이 하는 자체는 앞으로 좀 삼가해야겠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는데 아직 나오지 않은 IBT와 SOP만 빼면 다른것은 쓰는데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으니 미리미리 해둬야지 원.. 보면 참 12/15 까지 10개 이상을 넣어야 하는데, 걱정도 많긴 하지만 한편으론 재밌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은 것은 일단락 되어가는 느낌 자체가 좋다. 체질적으로 꾸준하게 무언가를 못하는 편이라 정말 지금까지 이 토플이니 토익이니 GRE니.. 난 이게 세상에서 가장 힘들었다. 영어를 습득하는 자체가 아니라, 공부하는 기초 체력을 만드는 것, 그러니깐 엉덩이에 무게를 다는 작업 말이다.
글쎄, 지금은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니, 그리고 그래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미래에서 약간은 희미한 빛을 발견한 정도니, 어느정도는 스스로 성공이라는 인식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아쉽더라. 그간 하지 못했던 프로그래밍 공부, 그리고 만들고 싶었던 것을 못만드는 현실이… 운동도 꾸준히 하지 못하고, 생활패턴도 망가지고, 심지어 기도조차 제때 드리지 못했던 올 한해.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냥, 서른되기 참 힘들다 라는 생각으로 넘기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끌로이와 함께 만들어 갈, 인생의 제 3막이 시작되려고 하지 않던가. 그러고보면 유학을 결심하고 나서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이 참으로 많다. 부모님, 끌로이, 그리고 교수님들과 선후배들.. 인생을 감사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한번 상기하게 된다. 사랑하고,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