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org소용돌이 속, 회사일 집중 (ft. 사이드 프로젝트의 포기)

요즘엔 회사일이 바쁘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는데 일단 업무시간에 최대한 많이 끝내려고 하니 사실 시간도 많이 없다. 지체되는 걸 바라진 않는데 뭔가 시스템 디자인을 끝내려면 나 개인적으로는 일단 어느정도 가설 검증이 되어야 해서 개발 요건의 10~20% 정도는 미리 구현해봐야 한다. 나중에는 이것도 좀 짬이 생기겠지.. 여튼 시스템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즐겁고, 나도 하나의 컴포넌트만 만드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여러모로 솔직히 즐겁다.

그런데 또 여러명이랑 하는 프로젝트라 어떻게 또 작업 분배가 이뤄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고 TL이랑은 어떻게 대화를 해야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시드니 팀이랑 일을 하기때문에 time gap이 있어서, 사실 이렇게 APEC팀이랑 일하는게 처음이긴 한데 어느 시점에 미팅을 하고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솔직히 엄청 배우는게 많다. 회사는 레이오프니 re-org니 그래서 팀원도 많이 줄어들었고 한데 좀더 optimized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좀 잉여함이 덜하고 해서 솔직히 즐겁다. 그래서 요즘엔 최대한 잉여시간 줄여가면서 회사에서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회사일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 가면서 역할도 중요해지지만, 요즘엔 진짜 개인적으로 공부를 안했다. 그냥 마음 자체가 붕 떠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집안이 정리가 안되서 그랬나보다. 항상 집에 오면 모든게 좀 엉망이었다. 물건이 일단 너무 많았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버려야한다. 물건에 사람이 overwhelmed될 필요가 있는가, 정말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전부 버려야한다. 쌓아둘 필요가 없다.

그래서 올해를 정리의 한해로 생각하고 있다. 모조리 버리고, 쓸때없이 뭔가를 사지 않고, 지출도 최소화, 그리고 마음 자체가 편안해야 한다는 것. 곤도마리에가 추천하는 것처럼, 1년 이상 사용을 하지 않은 것들을 모으고 있다. 그것들을 버리려고.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물건을 살 때에 고민을 해봐야한다. 어차피 버릴수도 있으니깐, 꼭 필요한게 아니면 정말 버리자는 생각.

그런 ‘물질적’인 정리와 더불어 ‘정신적’인 정리도 필요했다. 특히 사이드프로젝트로 하려했던 개발들. 여러모로 요즘엔 하도 시간이 안나니깐 사실 개발 자체가 좋긴 한데 일단 올해는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에 포커스 해서 거기서 개발 실력을 끌어당기는 것이 실상 가장 좋은 커리어 발전과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내가 회사일을, 즉 ‘개발’ 자체가 회사에서 이뤄지고 이건 결국 내가 ‘덕업일치’의 명목으로 만들어둔 것인데, 그리고 실제로 개발 자체가 얼마나 즐겁고 거기서 행해지는 엔지니어링에서 하는 문제해결이 얼마나 즐겁던가. 그런데 나는 회사일은 적당히 하고 사이드를 한다? 그건 말도안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일이 100%원하는 것을 하는건 아니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회사 ‘내’에서 그런 기회를 찾을 수 있는데 왜 구태어 다른 길을 찾으려고 했을까. 이것도 다 욕심이다. 취미였다면 모를까.. 정말 사업계획서나 PRD부터 다시 짜보려고 하던 내가 왜 이러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차라리 사업을 하려면, 나중에 육아도 어느정도 진정되고 본업에 조금 지쳤을 때 하는게 낫겠지. 아니, 또 다른 길도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래, 지금은 확실히 미국에서, 미국 회사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의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남고, 적응하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 그게 좀더 익숙해졌을 때, 내가 만들고싶은 것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걸 목표로 하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tldr; 회사일은 재밌어지고, 집중하고싶어지고, 회사일 = 덕업일치 = 개발 이라서 굳이 사이드프로젝트는 필요없다는 생각. 잘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