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도래, 블로그는 계속 놔둬야 하나?

마하반야님의 “마하반야가 블로그를 시작한, 그리고 계속하는 이유” 를 보고 느끼는 것이 많다.

요즘같이 SNS가 활발하게 도래한 시대에, 블로그는 사실상 몇몇 매니아나 파워블로거들을 제외하고는 많이들 SNS로 떠나가는 추세이다. 보다 편하게 생각을 공유하고, 블로그처럼 글을 굳이 장편으로 쓰지 않아도 되고, 사진,동영상,링크 등의 기능으로 쉽게 컨텐츠를 공유하고, 개개의 글조각으로 하이퍼링크를 생성한다.

편리하다. 그리고 쉽다. 그렇게 쉬운 만큼 사람들은 어느덧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시스템에 익숙해져 간다. 작년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의 사용법을 몇번씩이나 알려줘도 어려워 하던 전회사의 모 이사님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분, 지금은 열혈 페이스북 이용자가 되어 친구도 몇백명이 되더라. 트위터는 또한 어떠하리, 가입도 쉽겠다. 글만 쓰고 팔로잉/팔로워 하고 멘션하고.. RT등의 용어는 이제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9시 뉴스에서 조차 트위터 맨션 이라고 말할 정도이니깐 말이다.

나 또한 최소한 하루에 5~10 여개의 글조각을 SNS에 기록하는 것 같다. 사실 처음 내가 팔로워도 없고, 페북에 친구도 별로 없던 시절에야 내가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을 기록하는게 다였는데, 친구도 많아지고 팔로워도 많아지면서 “뭔가 상대방에게 이 글이 어떤 주목을 받고, 이러한 관심사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나의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솔직히 말해 목적이 이러한 온라인에서의 활동이 오프라인의 내 가치를 올려주기를 바라면서 글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 이런 말을 여기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나란 인간이 참 얼마나 가식적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게 사람의 본연적인 욕심일까? 이러면서도 나는 나의 사생활이나 관심사에 대한 SNS활동을 끊이지 않는 것 같다.

블로그는 내게 어떤 존재로 존재해왔는가. 

 
그러면서 점점 이 블로그는 버림받고 있다. 나름대로 2005년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으로 6년간 1600여개의 글을 써 왔는데, 그렇게 글을 써 감에 있어서 나는 스스로 내가 발전해 나갔다고 자부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처음에는 혼자 놀던 공간이 피드 기술의 발전과 메타 사이트, 검색엔진 기술의 발전으로 어찌 보면 나는 당장의 나의 관심사에 대해, 혹은 생각에 대해 적어놓은 글들을 사람들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SNS의 추천 기능 이전에는 댓글이나 방문자가 나의 생각에 관심있어 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나타내 주었고, 이러한 관심 속에 나의 관심 역시 높아져만 갔다. 

그러한 관심은 실제 내가 글을 적는 주체인 생각에 대한 또 다른 깊은 고찰을 가져왔다. 초창기만 해도 블로그 제목을 “음악, 책, 피아노, 마케팅, 그리고 사업” 로 할 정도로 나는 그저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부분에 대한 고찰을 블로그에서 하길 바랬다. 그래서 블로그의 카테고리부터 대부분의 글은 내 관심사로 바뀌어갔다. 무엇보다도 포스팅을 쓰는, 그러니깐 글을 쓰는 자체가 나의 머리속에 널부러져 있는 생각을 하나의 글로 정리함으로 인해, 혹은 정리를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웹 서핑을 통해 새로운 자료를 수집함으로 인해, 생각이 정리되고 그러한 생각정리는 결국 밑거름이 되어 한층 더 깊은 사고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블로그의 절정과 결말

분명 블로그는 그렇게 내게는 생각을 정리하고 한층 더 발전된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놈의 욕심이 문제일까, 혼자서 하는 블로그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웹 2.0이 도래하고 참여,공유,개방 이라는 명목 하에 메타 블로그들의 등장과 공유 기능이 등장하면서 예전과는 다르게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메타 테그의 글에 대한 숫자라던가, 방문객에 따른 구글 애드센스 등의 수입 등이 실제로 수치화 된 관심도가 눈에 보이자 이제는 블로그를 유입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가게 되었다. 이때 눈치챘어야 하는 것은, 이 생각이 내가 블로그에 대해 생각했던 초심을 잃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마치 내가 유명인이라도 된 것처럼, 자꾸 방문객들에게만 신경을 쓰고 솔직한 심정으로 낚시질도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는 나름대로 내 블로그에 “아이젝트 랩” 이라는 이름과 “make yourself in web” 이라는 부제를 붙혀주며 내 블로그를 본연의 목적대로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부분에 대한 생각 정리의 툴로 사용하려 했었다. (아이젝트 랩이라는 의미는 내 닉네임 ‘아이지’ 와 ‘프로젝트’ 의 합성어로 결국 나의 관심사나 생각 들을 프로젝트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지금의 블로그는 뭔가 억지로 사람들에게 최신의 정보를 전파하려고 의도적으로 꾸민 느낌이 난다.

사실 이러한 결과로는 고정 방문자가 끊겼다는 것도 한몫 했다. 예전 네이버 블로그때나 텍스트 큐브때나 기타 간간히 블로그를 운영할 때에는 정말 얼굴도 모르는 아이디만 아는 지인분들의 고정 방문으로 그들과의 소통이 즐거웠다. 지금도 몇몇 분들이 SNS에 계시는데, 검색해서 방문하는 다른 방문객에 비해 나에게 정말 깊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적나라한 조언도 서슴치 않아 하는 모습에서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관계를 구축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방문자들이 처음에 네이버를 떠나며 이웃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니 모두 떠나갔고, 텍큐닷컴이 없어지자 떠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나 홀로 내 블로그를 지키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다음뷰의 숫자나 방문자, 애드센의 금액은 정말 어떤 의미가 있나 싶다. 되려 그러한 방문자를 얻고자 내가 블로그 억지로 운영하는 느낌도 든다. 정말로 내가 이를 원해서 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여러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지만, 되려 블로그의 방문객이나 좋아요 숫자가 줄어들면, 관심이 없어서 블로깅 하는게 재미 없고, 무슨 블로깅이 재미삼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SNS의 등장

그러다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만났다. 난 이러한 소셜 기능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 정말 좋은 수단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트위터러 들의 트윗들은 귀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내가 트윗을 하며 느낀 것은 결국 내 자신이 완성되지 않고, 아니면 내가 무언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 프로필이나 트윗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솔직히 관계 형성에 목적을 두고 내가 트위터를 했을까? 팔로워 숫자에 민감해서, 그 만큼 내가 마치 인기인인 마냥 얼씨구나 무차별 팔로잉만 해댄 것은 아닐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가식적 낚시성 트윗을 연발하고, 프로필을 있어보이게 꾸민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트위터 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페이스북을 했다. 페이스북은 나름 실명 위주이다 보니 정말 오프라인의 관계가 그대로 온라인에 반영되곤 하였다. 몇명을 빼놓고는 죄다 중,고,대학교 친구들이다. 그리고 추가로 형성되는 인맥도 그들에게서 파생되어 갔다. 정말로 오프라인의 네트워크가 온라인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친구찾기라는 무서운 기능으로 인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SNS가 되려 역효과가 된 것은 서론에도 언급을 했지만, 정말 내가 실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이고 정말 실제로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나의 활동을 알리는 글을 쓰다 보니 전보다 더더욱 신경쓰인다. 뭔가 내가 원하는 나의 이미지가 있는데, 자꾸 그러한 이미지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이건 뭐 블로깅을 할 때보다 더 가식적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는 무언가 신사다운 이미지를 가지고 싶어한다. 그러면 페이스북에 내가 평소에 즐겨보는 신사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가 무엇이고, 그곳에서 느낀 생각이 무엇이고. 그러면서 나는 어떻게 스타일을 따라해 봤는데, 쇼핑하다가 한컷 이러면서 글을 올리고.

나는 외로움을 잘 견디지 못한다. 물론, 고독함은 즐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잘 못견디지 않을까? 그래서 주목받고 싶어하고.  특출나고 싶어할 것이다. 이러한 것은 결국 개인의 개성을 생성하고, 삶에 방향을 만들어 가는 데에도 실질적인 한 몫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는 함정이 있다 생각한다. 바로 사람들의 시선에 민감해 진다는 것이다. 당장에 내가 마음에 들어 산 옷을 페북에 올린다 친다. 친구들의 의견이 좋다면, 이런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자리잡을 것이다. 그럼 그것은 개성일까? 아니면 그저 대세에 불과한 것일까?

판단은 자유이고, 남의 의견을 듣고 싶어하는 것이나 듣고 반영하는 것. 모든 것이 자신의 판단이다. 나의 경우는 결론적으로는 보다 더 블로깅을 자주 하고 남의 시선과는 상관 없이 나의 주장이나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SNS는 소통의 수단이지, 사회에 나를 가두는 툴이 아니다. 

역시.. 또 한번 이렇게 블로그로 오랜 고민을 정리하다 보니 확실히 정리가 된다. 블로그를 활성화 시켜야겠다는 강박관념보다는, 블로그를 처음 운영할 때 어떤 의도로 내가 접근하고, 만들어왔는지. 무엇든지 초심이 중요한 것일까, 한번 더 나는 블로그라는 툴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마하반야님의 말을 응용하자면)그래서 나는 블로그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