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어제 있었던 일들이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이런 경험 있으세요? 저는 요 근래 심이 고민했었습니다.
처음에는 과음에 의한 일종의 "필름 끊겼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참 많이 고민을 했는데, 다른 게 아니라 없었던 일들인데 왠지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 듯이 느끼고, 거기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한두 번의 필름 끊긴 기억들
가끔 술을 먹고 필름이 끊기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자주 그러는 편은 아닌데, 제 친구는 일주일에도 최소한 한번은 필름이 끊겨서 참 황당한 사건들을 많이 겪었더군요.
필름이 끊긴다는 건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아무 일이 없으면 참 좋겠지만 어쩌다 한번은 실수를 저지를 때도 있고, 한번 실수를 저지르면 이에 대한 불안감이 자꾸 축적이 됩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멀쩡한 듯한 어제 하루를 보낸 것 같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결국 "내가 왜 기억을 못하나?" 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죠. 분명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한두 번의 끊긴 필름과 실수로 인해 사람이 이렇게 변하다니요…
있을 수 없는 소리 같지만, 저는 요 근래 몇 주간 경험했습니다. 뭔가가 자꾸 불안하기만 하고, 당최 내가 뭘 잘못했지? 하며 술을 과하게/적당히/안 먹고 3가지 타입의 상황에서 전날의 일상을 낟낟히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기억에 대한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과하게 먹었을 때가 약 80%의 기억력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100%의 기억력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과하게 먹었을 때의 나머지 20%도 부분 부분 상황을 기억하였으며, 뭔가 내가 실수? 라는 것은 친구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는데 실수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웃긴 것은 술을 과하게 먹으면 다음날 정말 엄청나게 고민을 한다는 것입니다. 실수가 있던 없건 간에 과거에도 한번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아 어디 이상한 곳에서 전화가 오진 않을까.." 라든가 이러한 고민이 저 같은 경우 반나절은 가는 것 같습니다.
믿지 않았지만 이러한 것이 비단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해당될 것 같습니다. 물론 기억력이 좋으신 분이야 모르겠지만, 아마 대다수가 술 때문에 실수를 한두 번 정도는 해보신 적이 있지 않을까요?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정신력
철없을 때는 정말 쓰러지고 길바닥에서 자도록 술을 먹던 저입니다. 택시비가 없어서 도망간 기억도 있고, 친구 등에 업혀서 집에 온 적도 있네요. 그리고 이제는 지난 몇 년간의 필름 끊겨 불안했던 기억들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량을 확 줄였습니다. 물론, 최근 진행중인 다이어트의 영향이 제일 크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니더군요. 어제는 친한 친구들과 가벼운 술자리였는데, 이 술 조차 오늘이 두려워서 괜히 뺏다가 친구들에게 얼마나 혼났는지 모릅니다. 기껏 소주 두어 잔이었는데 말이죠.
중요한 것은 결국 나를 믿는 것과 정신력이었습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안 샐까요? 일반적으로 평소 자기 행동에 따라 구축된 내면이 술자리에서 나오기 마련입니다. 조용했던 사람이 술만 먹으면 갑자기 화를 내고 말을 많이 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제가 본 대다수의 조용한 분들은 보통 술을 싫어하거나, 먹을수록 피곤해서 일찍 가거나, 잠을 잡니다. 과하지 않는 이상 결코 “극단적” 인 상황은 없습니다. 실수라는 것은 결국 마음 어디 한 구석에 자기도 모르는 내면의 갑작스런 표출이며, 어쩌면 정말로 고쳐야 할 나의 습관일 지도 모르죠. 저 같은 경우 술을 많이 먹으면 자꾸 사게(buy)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버릇이 실상에서도 종종 일어난다는 것을 결국 술 때문에 알게 된 것이지요.
자신을 믿고, 피할 수 없는 술이라면 믿음에서 오는 정신력,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실수를 안 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 “매사 긴장하자.” 라고 알고 있습니다. 술자리에서도 순간 순간 자기 자신에 대해 긴장하게 된다면, 그곳에서 쉽게 정신력이 발휘되고 아무런 실수 없이 다음날을 편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결국 성공은 성공을 낳고, 불안은 불안을 낳을 뿐입니다. 저는 과도한 주량을 고치고, 강한 정신력을 키우려고 합니다. 그게 아마 실수를 안 하는 최대의 방법이자, 어제 때문에 오늘 하루를 망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괜히 어제의 생각을 불안 불안한 하루를 살다 보면 정말 인생은 제자리 걸음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은 제 일생에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앞으로도 적응해 나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