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을의 단상.

10월이다, 벌써 시간은 흘러가버릴 대로 가버리고 올해도 가을에 다다렀다. 회사가 있는 써니베일에도 날씨가 흐리고, 비가 조금씩 오기도 하는 날씨를 보니 확실히 가을은 가을이구나. 미국에 온지, 그리고 결혼한지 일년이 넘었다니 시간이

그간 나는 무얼 하고 지냈을까, 무심결에 다이어리를 넘겨보게 된다. 서른이 되고서, 그래도 몇십년을 엉망인 자필로 써왔던 일기장을 컴퓨터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절약되고 그때의 날씨, 일기 같은 더 많은 정보가 자동으로 들어오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더라. 아니, 그게 내가 요즘 새벽기상을 잘 못하는 이유일까.

최근에는 많이 놀기도, 많이 바쁘기도 했다. 주말이면 무조건 놀아야하고, 주중에는 무조건 빡세게 달려야한다. SI 바닥에 있던 6년 간 내가 한 가장 큰 바램인 이것, 주말만큼은 온전히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학부 시절에 힘들었던 주말 학교가기가 그렇게 싫었고, 학교와 회사를 동시에 다니는 지금도 주말에는 숙제도, 공부도, 개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끌로이와 함께 하는 시간 외엔 말이다.

하지만 바쁨에 있어서는 이야기가 사뭇 달라지는 것 같다. 특히 회사일, 지난 1년간 프로토타입 하나를 만드려고 그렇게나 노력했는데 이번주에서야 마무리 되었다. 미국에 와서 회사를 만들고 사실 뭐 하나 가진 것이 없는 유령회사나 마찬가지였는데, 이제야 물론 베타이지만 제품 하나가 있다는 자체가 이렇게나 든든한 줄은 미처 몰랐다. 타지에서 외국인으로 살다 보니 항상 삶이 조마조마 한 것은 사실이다. 경험이 그리 많지도 않고,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그런 긴장이라고 할까, 그것들이 최근들어, 그리고 베타가 나오고 나서 드디어 한숨을 돌리게 된 것 같다.

10년 전, 처음 창업을 했을 때 스무명이 넘던 직원들과 동거동락 하다보니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나의 근심과 걱정거리가 되었다. 그때부터 였을까, 조마조마한 삶은 전혀 온전하지 않았다. 군대도 정해지지 않은 채 친구들 전역파티에 초대받고, 병특을 갈 수 있는 확률이 1/1000 이었음 에도 어떻게든 전략을 잘 짜서 갔다. 운좋게도 갖은 고생을 다 하고 나서 지금은 중견기업이 된 그곳에서 약간은 편안한 삶에 안주하다가, 학교로 와서는 다양한 길에서 선듯 선택을 머뭇거리다가 유학이라는 길을 선택했을 때, 2년간 갖은 고생을 다해서 어떻게든 바라던 대로 되었고, 미국에 와서도 스타트업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하고싶어서, 지난 일년간 학업과 더불어 준비하고, 이제야 나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조마조마 한 인생을 살아갔지만 대부분 내가 원하는 대로 됬다. 간혹 사업이나 공모전, 그리고 개인적인 몇 몇 목표들이 자주 좌절되곤 했지만, 특히 스무살 초반에는 거의 실패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쌓이다 보니 내공이 되더라, 그래서 지금 사업은 꽤나 조심스럽게, 하지만 과감할 때는 과감하게 진행하는 것 같다.

얼마전 브런치에 쓴 글이 공유 700을 넘고, 구독자도 400명이 넘는 쾌거(?)를 보이고 있다. 생각보다 이 블로그에도 하루 평균 100-200명 정도가 방문을 하고 있다. 개발 일지로 쓴 글들이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는 모양이다. 결국, 생활에서의 경험을 어떻게 공유하고 하는지에 대해 생각보다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기사, 우리들의 삶이란 자체가 모두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겠던가. 작던 크던,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들을 접하고 있는가.

어쨌든 이제는 뭔가 내공이 쌓였다. 왠만한 것에 흔들리지 않고, 어차피 내 생각대로 될 것이라는 생각 외에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흔들릴 시간에, 괜시리 무언가에 걱정에만 사로잡혀서 집에서 술먹고, 푸념하고 그러고 있자니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편이 좋다는 것을 이제야 느낀다. 그런게 성장해 간다는 것이구나, 그렇게 가을이 시작되고 나도 점점 더 커가는 것 같다. 좋다, 하지만 잠깐의 소용돌이 처럼 스쳐갔던 지난 9개월이, 재밌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인생은 재밌을 것이라는 기대속에 살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