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울 팀의 디자이너 한명이 퇴사 의사를 밝혔다. 이유는 자신이 웹 디자이너인데도 불구하고 발표자료 등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아서인 듯 하다. 거기다 다른 디자이너들은 자기일이 아닌 양 그냥 퇴근해 버리고 그러다 보니 그게 그렇게 억울한가 보다. 2일 연속 야근하는게 말이다. 몸도 안좋다고 하는데 글쎄… 그리고 더 웃긴 것은 업무시간엔 가만히 있다가 저녁이 되어서 팀장과 야근을 하는 데 갑자기 울어버리고 욱해가지고는 팀장한테 자기 때려칠꺼니깐 15일치 급여만 달라. 자기 낼부터 안나올 테니깐 알아서 해라. 이런 식의 얘기를 하고는 팀장을 당황하게 만들어 놓고 말이다.
결국, 디자이너 몇명 중 가장 직급이 높은 차장을 선두로 디자인 팀이 분리가 되어서 우리 팀에서 디자이너들은 분리가 되었고 내 생각에는 그 팀은 이제 디자인이란 업무는 대부분(아마 PT자료와 웹디자인이겠지만.) 작업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퇴사를 희망했던 디자이너는 사람들과 몇번의 얘기 끝에 그때의 욱함을 가라앉히고 다시 열심히 해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높으신 분들에겐 이미 눈밖에 난 모양이어서 아마 다음주까지 버티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원체 곱게 자란 분이라 자기를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나..? 정말 입사 후 6개월동안 정시출근을 한 1주일도 안하고는 그러한 근태로 그저 배짱이처럼 크레이티브가 어쩌구니~ 하면서 퇴근 좀 늦게하는 것 가지고 저난리니..
이 이후에 나는 팀장과 함께 술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우리 팀장은 정말 누가 봐도 개발자인데 갑자기 팀장을 맏아서는 디자이너들까지 컨트롤 하게 되었다. 물론, 초반에야 크게 일이 없으니깐 버틸 만 했는데 나중에 가니 디자이너들은 팀장이 디자인 모른다고 blahblah하면서(일많다고) 그저 뭐 노력하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정시 퇴근 해버리니 팀장으로썬 답답할 노릇이었다.
아 그렇다고 정시퇴근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일에 열정이 있다면 아마 정시 퇴근을 목숨걸고 지키려는 그런 노력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별한 일정이 있으면 스케줄을 잘 조절해 가면서 무언가 100의 연봉을 가진 사람이라면 200의 연봉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당연히 퇴근시간이 오버되기 쉽상인데, 아니면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작업하던가. 어쨌든 이 모든 것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나는 일이 없으면 공부를 좀 하고 퇴근하는 편이다.)
어쨌든 이제 우리팀은 두명이 되었다. 결국, 프로그래밍 팀이 되어버리고 사원은 나 혼자. 허나, 나름대로 기대가 되는 것은 앞으로 병특이 또 들어올 테고 사람은 더 충원되서 내년에는 5~6명 정도가 예상된다. 확실히 좋은 징조이다. 무엇보다, 나는 일에 대해 욕심이 많아서 이것 저것 다 할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경향이 있는데, 내년에는 지금처럼 혼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닌 팀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예감이 좋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나도 이렇게 개발자를 하면서 닷넷의 경우 데브피아의 개발자 고충어쩌구 게시판, 자바의 경우 OKJSP등에서 개발자들이 하소연하는 경우를 많이 봤었다. 나는 닷넷이랑 자바랑 다 개발을 하니깐. 그 와중에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그들이 뭐랄까. 그 멋있게만 보이는 엔지니어들은 워커홀리즘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윗선에 잡혀버린다. 그리고, 그 벽 안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그리고 술,담배를 통한 뒷담화만 늘어가고 건강은 안좋아지고 점점 폐인이 되어버린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들은 워커홀리커기 때문에 말이다. 경영진들은 개발자들이 관심있어 할 만한(그리고 경영진들에겐 돈이 될 만한) 일을 턱 던져주면 개발자들은 좋아라 넙쭉 일을 받고 자신과의 자존심 싸움 혹은 같은 개발자간의 열띤 경쟁을 통해 이를 수행해 나간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에게 나태라는 것은 사치이다. 개발 영역에 있어서 배움이라는 것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비즈니스 로직으로 계~~~속 기획쪽과 디자이너쪽과 부딧치게 된다. 그리고, 기획->디자인->플밍 이라는 이 IT업계의 특성 상 기획 딜레이, 디자인 딜레이, 결국 플밍은 뭐 일 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전자의 딜레이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라는 명목하에 감춰지고 프로그래머들은 실제로 시간이 얼마 안남았으니 그저 윗선에선 재촉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촉한다 해서 개발자들이 반항을 하는가? 이것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그 허무한 스케줄마저 감수하는 것이 그들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사실 플밍을 하다 보면 무언가 “하나만 하면 될꺼 같은데..” 라는 생각이 끝없이 들어서 심지어 1주일 내내 잠한숨 안자고 작업하는 사람도 있다. 일에 미치지 않는 이상은 그렇게 되기 힘들지만, 개발자들은 최소한 1~3일 정도는 철야가 가능할 정도로 똘똘 뭉친 정신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영진들의 손에서 놀아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해결책은 없는가? 내가 생각한 몇 가지는 우선 OPEN-MIND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보이는 팀의 업무에도 관심을 가지고 친해지고 도움을 주는 것이 한가지 방법이오, 두번째는 내가 어떤 것들을 사전에 미리 요구를 해야지 일이 딜레이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실전 개발에 들어가기 이전에 충분히 해보는 것이다.
그런 내게 필요한 요구사항 정의를 하다 보면 두 가지가 돌출된다. 첫번째는 타 팀에서 기획/그래픽 단계에서 꼭 요구되는 문서 혹은 시각물들. 그것이 굳이 UML이나 스토리보드, 스키마 정의서 그런게 아니더라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문서를 요청해야 한다. 그것이 기획자들, 디자이너들의 몫이 아니겠는가? 하물며 디자이너들에게 샘플 UI를 요청할 수도 있는 것이다. 왜? 우리는 협업을 해야 하고 프로그래머들은 결국 마지막에 작업을 하게 되므로 미리 사전 준비 작업을 해야 하니깐. 두번째는 나 자신에게 필요한 요구사항이다. 개발 작업에 들어가면 가장 크게 막히는 부분이 무엇이냐라 물었을 때 “설계” 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작은 부분을 맏아도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흐름을 모르고 들어가면 두 배는 작업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으니깐. 알고리즘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점은 전체 프로젝트의 속도와도 연관이 있으니깐 말이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에서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머(자기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요구사항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FLEX차트가 들어가는데 이를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알게 되서 FLEX차트 라이브러리 분석하는데 예상 외의 소요 시간을 들이고 뭐~어디 증권 라이브러리 사용하는데 나중에 알려주고~~ 이러면 백빵 스케줄 딜레이다. 문제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고 타 팀의 업무도 자기일인 마냥 접근을 하면 이러한 정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개발자들은 데브피아와 OKJSP를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 물론 그곳의 Q&A나 강좌 등의 컨텐츠는 정말 유용하고 가치있는 것들이다. 개발 선후배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 재밌는 얘기들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아, 어차피 나는 이렇게 불합리 해도 다른 개발자들이 전부 그런 불합리한 생활을 살아가고 있구나. 나도 어쩔 수 없겠구나.” 이런 사고가 박히는 순간, 그때야 말로 개발자의 “벽”에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사회는 자신이 만드는 데도 말이다!!
개발자라고 다 같은 개발자라 생각하지 말자. 사회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 다르게 와닿는 것이고, 그에 따라 느껴지는 것과 실생활이 다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기준을 만들고 그게 아니라면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처세술”이니 “정치 싸움” 이니 사실 이런 것에 개발자들이 약한 것은 뻔한 얘기 같지만 개발자들에게 최대의 무기는 “기술력“이다. 요즘 내가 이 기술력을 갖추려고 웹, RIA,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등 예전에는 “잡다하다”라고 생각했던 기술들을 왠만해선 간파해 버리려고 하고 있다. 더불어, 꾸준한 영어 공부와 복학후 경영,컨설팅 및 예전에 배우다 만 재무회계 쪽 공부와 경제학. 그리고, 아직까지도 욕심을 못버리는 수학과 국제사회에 대해서 공부할 생각을 하는데, 개발에도 그 정도는 없고 끝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개발자들의 그 워커홀리즘을 다른 분야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게 된다면 정말 말 그대로 “슈퍼 인재” 가 탄생할 수 있고 그들은 이러한 사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되는 것이다. 경영진 아래서 노는 것이 아닌 경영진을 주무를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그것이 나는 앞으로 다가올 사회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벽은 허물라고 있는 것이다. 다가올 개발자 2010, 화이팅을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