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의 반성

최근 계속해서 10시 취침 5시 기상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할일과 운동이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어제는, 2018년 계획을 내가 작성하는 엑셀 로드맵에 작성하려고 시간이 무려 7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소요되는게 맞다. 학교를 다녔던 근 5년간의 계획을 살펴보면 장황하다 못해 실행 가능한 계획들 투성이었다. 예컨데 5년간 지키지 못한 ‘살빼기’의 경우,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있었음에도 스트레스, 학과일 등에 치우치며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하니 절로 무너져나갔다. 1월에 4kg감량이 되려 살이 찌는 결과가 되자, 마음을 바로잡지 못하고 그저 되는대로 스스로를 맡겼다. 그렇게 한번 되지 않은 자기관리는 끝없이 안되었고, 계속해서 나 스스로를 “왜 안되지?” 라는 의문과 좌절, 자책 속에 가두게 만들었다.

그래서 시간이 걸렸다. 구체적인 계획과 가지치기를 하는데에 말이다. 일단 스스로의 패턴부터 살펴봤다. 회사 출퇴근의 압박이 없어진 지금은 책상에 앉아서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낸다. 사실 책상에서 나는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 공부 등이 떠오른다. 그런데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책상에 앉아있던 적이 드물다. 책상이 싫었던가, 그건 아니다. 다만 마음이 붕 떠 있으니 책상에 앉지 못하고 쇼파에 앉거나 밖에 나갔다. 책상에 앉아도 딴짓 투성이었다. 스스로를 위한 생산적인 활동은 지난 2012년 이후로 멈춰버렸다.

책상이란 공간이 점점 부담이 되었다. 무엇보다 팀플이나 공부 등을 해야했기 때문에 이를 하기 위해 앉은 책상에서 나는 ‘억지’속에 있었다. 배움이라곤 하나, 선듯 마음이 가지 않았다. 아마 이런 버릇은 꽤 오래되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부터 나는 책상에 오래 앉아 공부하는 버릇같은게 없었다. 아무리 오래 집중해봐야 한시간을 넘지 못했다. 지금은 채 20분도 집중하기가 힘들다. 그간 집중력 훈련 내지는 공부에 대한 훈련이 되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

그래서 계획을 세우는 데에 더 공을 들였다. 솔직히 말해 7시간 중 1시간 가량은 딴짓을 한 시간도 있다. 뭔가 하나를 끝내고 다른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 어제의 공부가 그랬다. hashmap에 대한 공부를 진행하는데, 인강을 2시간 들어야 하는데 중간에 java의 해시맵을 보고, 그러다가 udemy의 코딩 인터뷰 강의 보고, 그러다 interviewcake문제를 보고, 인강 2시간을 다 들어야 했었는데 30분 정도가 남은 상태에서 이리저리 돌다가 멈춰버렸다. 결국 초기의 그것을 끝내지 못한 것이다.

아마 산만하다 하면 산만하다 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새벽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나마 내 시간중에는 새벽부터 약 오후 3시까지의 시간이 가장 집중도가 높다. 그 시간에는 왠만하면 한번에 하나의 일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어제 계획을 세우는 데에는 많은 딴짓(?)이 필요했다. 공부계획을 세우려고 udemy, coursera등의 사이트에서 커리큘럼을 정리하고 취업 계획을 위해 취업 사이트와 알고리즘/자료구조 등의 커리큘럼을 체크하고 코딩 사이트를 정리했다. 운동을 위해, 어떤 식으로 운동할지에 대해서도 자료를 조사했다. 영어공부도 다시 시작하기 위해 관련된 책을 봤다.

그런데 이렇게 계획을 세우다 본 글이 사뭇 충격적이다. 공부하기 전에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거나, 계획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활동에서 오는 “만족감” 때문에 이를 좋아하며, 실제로 공부나 생산적인 측면에서는 흐지부지 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 만족감이, 청소나 계획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공부나 생산적인 활동은 이를 통해 얻는 만족감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를 살펴봤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새벽시간 전까지도 나는 빙빙 돌아왔다. 약 5분이면 되는 체크리스트를 위해 최근에 조금 관심이 생긴 블록체인기술을 약 20분 정도 조금 봤고, 도메인 결제도 하고, 이메일 체크하고, 모 구인 사이트에 이력 수정하고 지인과 내일 약속을 잡는 메시지를 하는 등.. 그러다 다시 어제 느낀 부분에 대해 작성하려고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은 좀 늦게, 6:30에 기상했는데 70분이 지난 지금까지 그런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정말, 핸드폰을 멀리하고 알람을 꺼두는 것이 그토록이나 중요한가보다. 정말로, 시간을 잡는것이 그렇게나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계획 세워서 마음을 끌어올리면 뭐하나, 시간을 잡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최소한, 집중할 시간에는 그것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솔직히 자투리 시간이 거의 없어진 상황에, 이런 시간에서 활용가능한 것은 한가지에만 집중하고, 최대한 벌려놨으면 끝낼 수 있도록 하는것이 아닐까.

더 이상 질질 끄는것도 지친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면서 많은 부분을 미뤘다. 솔직히 졸업하고 나서 공부하고 싶던게 많았다. 특히 머신러닝과 블록체인. 나도 좀 트랜드 한것 공부하고 싶은데, 현실은 코딩공부나 하고 있으니 불만족 한 것은 당연한가. 하지만 지금 시점이 코딩공부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나마 내가 다른 부분의 공부할 것이 없으니 망정이지, 그럼 결국 코딩 연습만 하면 되는 것인데 그것 하나 못할까.

결국 심리적 부담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부담감’이 아주 적당히 있어야지, 지난 세월처럼 엄청난 부담감이 있으면 솔직히 싫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내가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앉아서 결과만 기다린다 해서 성취란 전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정답은, 마음가짐 보다는 자기관리다. 항상 긴장된 상황을 유지하고, 풀어지더라도 이내 돌아올 수 있는 능력. ‘회복력’ 이라고 할까, 삶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불확실’ 속에 살게 될 것인가, 특히나 이 미국 사회는 외국인으로써 살아가며 받는 더 많은 불확실이 있을텐데. 그래서 수시로 ‘내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하는것이 무엇인가’ 를 생각해 보고, 당장에 나도 관심있어서 공부하고 개발하고 싶은 것들도 우선순위를 잘 정해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과연 나는 삶의 우선순위대로 살고 있는가, 백날 자기관리 서적을 봐봤자 중요한 것을 계속 미루기만 하면 언젠가는 이에 대한 후폭풍으로 또 땅을치고 후회할 날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솔직히, 12월에 좀 더 공부해둘껄 이라는 후회가 있다. 지금 내가 중요한 것을 먼저하지 않으면 또 그럴 것이다. 학기중에 조금이라도 시간날때 코딩공부를 했다면, 지금 이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정말, 훅 지나간다. 결국 그 훅 지나가는 시간 속에 내가 중요한 것으로 먼저 채우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한두 가지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중독’ 처럼, 즐겁게 그것을 채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렇게 상반기에는 유라임과 취업, 다이어트, 하반기에는 하고싶은 다른 공부와 본격적 글쓰기 정도로 잡았다. 일전에 비하면 상당히 심플하다.

잘 몰랐지만, “계획” 이란 것은 지속적인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회고를 해서 고찰해 나가야 한다.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실 유라임이란 자체도 내가 이를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던가, 당장에는 답이 없더라도, 러프한 계획 속에 지금 당장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하도록 해야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과 의지. 딴짓이란 것도 결국 의지의 한 부분이다. 내가 sns 를 보는 시간을 정해두고, 집중할 때에는 안보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

2018년, 기운이 좋은 만큼 나 스스로 반성하고 고찰하는 부분도 많은 것 같다. 중독적으로 보는 부분을 확실하게 끊고,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

Software Engineer @Google in Silicon Valley, Carnegie Mellon University MSSM 21' AI기반 생활습관 서비스 스타트업 유라임 (Urhyme) (전)대표. 전 금융권 풀스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대용량 분산처리 (주로 데이터, 머신러닝) 웹 서비스 설계와 데이터 시각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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