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옐로스톤과 포틀랜드를 와이프와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다녀오고 나서, 책상에만 앉으면 문득 과거가 계속해서 생각난다. 5년만의 학교가 끝난 것이 감격스러워서일까, 정말 일주일 내내 블로그의 600여개의 모든 글들, 그간의 일기들, 생각들, 사진들, 다른 블로그의 글들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아쉽고, 해려고 했지만 잘 안되었던 부분들을 계속해서 고찰해봤다.
졸작 이외에 학교 프로젝트도 없고, 일주일에 1회 이외에 학교 안가도 되고, 회사에 여덟시간 이상 있고, 즉 컴퓨터 앞에 못해도 일곱시간 이상은 앉아있고, 남들처럼 회사 출퇴근하고,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까지 휴식취하고, 평일에 일찍 일어나 자기관리 하고, 퇴근하고 운동가고, 티비보고, 책보고 하다 열시에 취침하고.
정말 이런 삶이 뭐랄까, 아주 일반적이긴 하다. 21살 이후로 약 5년간 해왔던 삶이었지만 또다른 5년동안 학부와 대학원때문에 거의 삶이 상당히 왔다갔다 했다. ‘정적’인 삶이 많이 없었다. 아무리 시간표가 짜여져 있다 한들, 모두의 이해관계속에 맞춰야 하는 그간 진행한 23개의 팀플, 그 속에 내 희생도 엄청나게 많았고, 그 희생중 대부분은 사실상 그다지 좋은 기억은 또 아니었다. 머릿속에 밤샌 기억도 한두번이 아니고 말이다.
블로그 포스팅만 봐도 그렇다. 글을 쓸 시간이 별로 없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 22개월을 학교생활을 하면서 보내다보니 뭘 하든간에 데드라인에 쫓긴다. 그러다 보면 그다지 퀄리티 있는 것을 제출하지도 못했고, 하물며 제출을 하더라도 대충 하기 일수였다. 솔직히 그 부분이 나는 가장 아쉽다. 대학교 내내 진행한 프로젝트중에 정말 이렇다 할 프로젝트가 딱히 없다. 물론 매번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쓰고 그래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일 뿐이었다.
문득 과거를 돌아보며 느꼈다. 특히 시험기간 혹은 시험 이후에 내가 느낀것들 말이다. 공부에 대해서는 평소에 어떻게 했어야 했는데 시험기간에 이런 재미를 느꼈다 라던가, 회사일과 더불어 하는 것이 힘들다 라던가. 이런 많은 푸념들, 그리고 그 가운데는 결국 나는 학교를 다니면 학위취득은 가능할 지언정 개인적인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작년 여름방학에도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걱정이 없던 딱 한달여간의 기간. 그 시간동안 나는 유라임의 거의 70%를 만들었다. 3년간 학교 다니면서 만든 30%보다 한달간의 시간동안 만든게 더 큰 것이다. 결국, 이는 학교라는 자체가 얼마나 내 삶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큰지를 다시금 보여주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거나, 미국생활을 하면서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은 준비되지 않았을 때 내게 닥치는 것들이다. 즉, 한치앞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들. 예컨데 비자라던가, 갑자기 떨어지는 프로젝트, 조모임 등등이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쳐갔고, 상황은 계속 안좋아지고 아무것도 손을 대지 못했다. 일도 못하고, 걱정속에 나 스스로를 버려뒀다.
결국 그간의 회사생활 5년과 학교생활 6년을 비춰봤을때 나는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린다.
- 학교는 내게 맞지 않는다. 혼자서 공부하는것도 되지 않는데 학교의 커리큘럼을 나는 따라갈 수 없다. 혼자서 공부하는 힘을 키우고나서, 언젠가는 박사학위를 위해 갈 지언정 굳이 다시금 다닐 필요는 없다. 다시는 학교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소속되지 말자.
- 사회생활은 내게 맞다. 그간 가장 효율성이 높았던 때는 아무 걱정없던 2010-2012 의 회사생활을 했을 때이다. 계속해서 집밖으로 나감으로써 사회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 공부는 내게 어느정도는 맞다. 다만 너무 많이 벌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한번에 하나씩만 공부하도록 해야한다.
- 특히 개발공부는 가장 즐겁다. 나는 개발력이 떨어지는 순간 자신감을 잃고 지체된다. 회사생활을 하면, 즉 개발을 하면 어차피 개발력이 생기므로 계속해서 개발을 하고 이와 관련된 공부를 하자.
- 사람을 만나는게 즐겁다. 사교활동등을 술 이외의 것, 운동모임이나 피크닉, 캠핑 등으로 하자.
- 혼자의 시간을 더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내겐 새벽기상이 그러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나 스스로가 나를 관리할 수가 없게 된다. 10시취침 4시기상을 꼭 지키자.
- 가족을 더 생각하자. 와이프와의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요리도, 집안일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도록 하자. 집을 사랑하자.
참으로 심플하지만, 이게 그간 수년동안 내가 고찰해 온 것에 대한 결론이다. 사실 언제나처럼 내가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때 나는 과거를 보곤 했는데, 특히 이는 여유시간이 생겼을 때 그러했다. 그런데 사실 지금처럼 장기간동안 여유시간이라 할까, 회사로 다시 돌아오게 된 때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과거에 내가 했던 이야기를 토대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제야 비로서 미래를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도 모든 것들이 내 선택에 따라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진정 내가 원하는 것만 만들고 공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더 이상 타의에 의한 삶의 커리큘럼이라던지.. 나는 그 자체가 정말로 맞지 않고, 학교생활, 수업, 팀플이라는 자체가 나를 상당히 괴롭혔다.
그래서 진심으로, 괴롭힘이 없는 지금의 삶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좋다. 하루가 이렇게 길었구나, 한주가 이렇게 길었구나, 라는 생각. 물론 또 유라임과 나 스스로의 관리가 괴도에 오르면 또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너무도 소중해서 헛되게 쓰기도 싫다.
그래서 과거를 정리한다. 더 이상의 과거에 대한 회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2011년, 1년의 여유로운 시간동안 나는 인생 100년을 어느정도 계획했었다. 그리고 겨우 갖게 된 지금의 여유 속에, 이제는 내가 스스로 앞으로의 삶을 만들어나가고 다져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내가 정말 즐거워 하는 것만 할 수 있도록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