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긴 병특 생활

D-873, 병특 소집해제 2012년 3월 3일까지 남은 기간이다. 1098 일부터 시작한 카운트가 끝이 안보이더니 벌써 200일이 넘게 지난 것이다.



162일째이다. 몇일 후면 병특한지는 6개월, 회사 입사한지는 8개월이나 된다. 그리고, 지금보다 좀 더 자유로워 지기까지 6개월이 더 남았다.(병특은 1년 경과 후, 자유로이 타 병역특례 회사로 전직 가능)


병특을 하면 뭐가 좋을까? 사실 나는 가끔 군대간 친구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군대를 기피하려고 병역 기피?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엄연히 대한민국 신체등급 3등급 이며, 몇몇 자격증과 특례 조건에 배합하고 열심히 병특 자리를 서칭한 결과 이런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뭐 이 블로그의 몇몇 글을 보면 알겠지만, 병특 초반에는 너무 힘들었다. 다들 나를 이등병 취급하고, 눈치만 보며 야근하는 등.. 거기다가 짤리면=군대끌려간다 는 공식이 항상 병특 1년차들에게는(여기서 1년차는 1년 미만의 병특들을 의미한다.) 존재하고 있으니 얼마나 눈치 걱정, 그리고 직장 사람들이 잠깐 장난 치는것도 병특들에게는 큰 상처가 되는 것들이니 말이다.

거기다가 나같은 경우 초반에 짤릴 걱정 때문에 뭐든 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와서는 너무 책임이 막중한 것 까지 내게 할당되고 그런 와중에도 잡일(컴퓨터 수리, 청소 등)은 계속적으로 내게 할당대곤 하니 참 이건 뭐 전문성을 보여주려고 해도 잡일 때문에 너무나도 막히는 것이 많았다.

참고 참았다. 병특은 또 나 혼자이다 보니 부적절한 경우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도 참고 참아서 반년이 지난 지금! 난 조금 짬이 찼다. 그리고, 2주 전 우리 실장에게 대놓고 말했다.

“실장님, 일이 너무 부담이 됩니다. 전체적으로 제가 전부 가져가기에는 업무가 너무 커 보입니다. 공기업/대기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을 저 혼자 담당하다니, 회사 입장에서도 제가 전부 담당하는 것은 혹여나 제가 실수를 했을 때 회사는 큰 손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만능인이 아닙니다.”

“xx대리님이 맨날 툭툭 치고 하는 것이 너무 괴롭습니다. 반년간 참았는데, 이제 좀 안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실장님이 좀 얘기좀 해주세요.”

“건강이 안좋아서 저녁이랑 술을 못먹을 것 같습니다.(저녁을 먹는다는 것은 야근을 의미한다.)”



정말 한달정도는 생각하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실제로 당시 몸도 점점 안좋아져 갔고, 회사에서는 마치 나를 물건 다루듯, 술자리도 마구 데려가고 온갖 잡일을 시키곤 하였다. 참…. 뭐같은 행동들이다.

다행이 이렇게 말해 놓은 후로, 직원들의 나에 대한 배려는 상당히 좋아진 편이다. 이제 그 xx대리가 툭툭 치는 일은 전혀 없고, 내가 집에 가야 겠다. 그러면, 실장은 크게 배려를 해준다. 2주가 지난 지금 입장에서, 내게 여유시간이 상당히 많아졌다. 그리고, 딱 내가 [ 쉽거나 / 할 수 있을 것 같거나 ] 이런 업무만 주어지니 얼마나 좋은가. 내가 스케줄을 할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한 한달은 가 봐야지 어느정도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역시 사람은 좀 말을 하고 살아야지 그게 최고인 듯 하다. 내가 못하면 말을 안해! 그런데,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다고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 그렇게 말을 하는걸.

처음에야 “군바리니깐.. 까라면 까야지?” -> 이런 마인드는 병특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쉬운 마인드인 것 같다.. (-_-) 이게 정말 잘못된 마인드라니깐!! 군인이 아니라 직장인이란 말이다. 물론, 1년 전까지는 당당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정말 부당한 경우는 당당히 말해서 법정까지 가더라도 당당해야지! 그게 진정한 병특 생활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서 이젠 나도 할 말 다하고 산다. 허허, 이렇게 되고 보니 맘도 편하고 얼마나 좋아. 사실, 1년 후 전직을 아주 아주 깊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 지금 우리 팀 규모도 커지고 있고 내 짬도 점점 차고 있고, 1년 후에는 아마도 내 시간 정도는 내가 관리할 수 있을 입장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후임도 속속히 들어오면 후임들한테 다 시켜놓고(큭큭)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병특을 하면 뭐가 좋은가?(주제가 한참 샜다;)

  1. 짬이 차도 군인들이야 부대에 있지, 병특들은 퇴근 후면 자유다~! 일 분배도 쉽게 할 수 있다~!
  2. 직장 경험은 닥치고 일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끝없이 자신의 위치, 일과 조직에 대해 생각해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 편해진다.
  3. 군대보단 돈 마니 번다(평균 100정도)
  4. 내가 원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 이건 정말 병특 가기 전부터 내가 하고 싶은 분야를 잘 정해놓고, 잘 선택해서 가야한다. 잘 모른다면 큰 틀이라도!!
  5. 그리고 젤 중요한!! 자기 시간 활용해서 다른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럼 병특을 해서 안좋은 것은!?

  1. 현역 병특 34개월 + 수습 2~3개월 = 총 3년 정도 되는 기간 안습
  2. 군대에서 차라리 맞는 게 좋을지도..초반에 완전 이등병 취급에 업무 파악도 제대로 안되서 이것 저것 받다가 맨날 야근, 철야 반복하고 야식먹고, 어쩌구 저쩌구 하다보면 폐인되기 쉽상이고 어쩌구 저쩌구~~
  3. 회사에서 몇일간 파견근무 등 부당한 것을 요구하면 초반에는 빼도 박도 못한다. 그러다 걸리면 복무기간 연장 혹은 편입 취소 헐~! 뭥미!??!?

그래도 뭐 좋지~ 이제 난 7시 반에 퇴근하는걸 ~ (ㅋㅋㅋ)  원래는 기본이 9시였다규~! 데이트 없는 날에는 말이지..

뭐 내생각엔 이정도 밖에 단점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지..
어쨌든 뭐 이렇다. 그래서 말인데, 앞으론 불평불만은 안하기로 했다(허허허허) 좋아~! 일단 좀 더 해보고 보자구~! ㅎㅎ

열심히,, 언능 저 800일이 700일로, 600일로, 500,400,300,200,100 …. 으로 떨어지길 기다리며.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