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방황의 끝.

오랜만의 글이다. 요즘엔 브런치나 네이버 블로그를 조금 하다 보니깐, 별로 이 블로그에 신경쓸 일이 없었다.

근황은 바쁘긴 했지만 한편으론 정신없기도 했다. 몇번씩이나 인도 친구들과 팀플을 하면서, 특히 한명이 자꾸만 저녁때 혹은 주말에 조모임을 하자고 한 부분이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알고보니 이친구는 기숙사에 살았는데, 도서관에서 주로 작업을 하니 자꾸만 그쪽으로 불러대는 것이다. 게다가 툭하면 전화로 대화하려 하고, 말도 작은데다 특유의 인도발음이 알아듣기도 힘들었고, 내 말도 잘 못알아듣는다. 그런 친구와 팀플을 하니 솔직히 좀 많이 짜증나기도 했지만, 결국 내가 나서서 그냥 거의 다 해버리니깐 내 의견에 계속 동조했고 시간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이런게 사실 내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삼고 싶지 않은 것은 솔직히 나도 좀 눈높이가 맞는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이곳에 와서 한학기동안 느낀 바로는 일단은 없었다. 그냥 내 생각에는, 인도 친구들은 실력이 좋다기보다는 그냥 기본기만 익히고, 말로 털어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인도애들을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은 일단 영어가 되지 않던가, 결국 의사소통이 어느정도 원활하다면 미국에서 어느정도 위치를 차지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나도 여기 있으면서 애플, 인스타그램 등에서 인터뷰 제의가 왔다. 물론 나는 아직 일학년이라 잡을 구할 수는 없지만, 얘기해보니 재밌긴 했다. 물론 기술 면접이 아니라 그렇긴 하지만, 구직이 가능한지(비자상태), 그리고 몇 가지 기술을 쓸줄 아느냐고 물어보는 정도. 커뮤니케이션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한번 인도영어를 정복하니, 이렇게 백인들 영어가 반가울 줄이야..

영어는 그냥 꾸준히 할 수 밖에 없나보다. 사실 시간을 좀 내서 공부를 하고 해야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많았다. 나도 영어를 잘 하는건 절대 아니다.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한 것이 2011년이니 한 4년정도 됬나, 그중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토플도 GRE도 토익도 아닌 SDA를 일년간 꾸준히 새벽에 다닌 것이다. 패턴을 사용해서 매일같이 상대방이랑 얘기하다 보니, 이게 정말 큰 도움이었다. 마찬가지로, 이곳에 와서도 학교에 오면 영어로만 대화하는데 그럴 때마다 실력이 늘어감을 스스로 느낀다. 반면 수업이 없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영어를 잘 안쓰다보니 실력이 쭉 떨어지며, 월요병이 자연스래 생긴다. 토스터 마스터즈나, 학원이라도 좀 다녀야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와 알 수 없는 영어 울렁증 때문에 아직까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꾸준함이 답.

일 뿐만 아니라 놀기도 바뻤다. 와이프와 근교의 Mt. Hamilton부터 해서 샌프란시스코, Carmel, Sonoma, Point Reyes, Half Moon Bay, Gilroy, Livermore등 (지금 돌이켜보니 정말 많이 다녔다.) 미국에 온지 5개월인데 거의 주말마다 여행을 다녔으니, 주말을 제외하면 주중에는 주로 근방에 구한 작은 사무실에서 한국에서의 일을 하고, 집에와서 잠시 과제와 공부를 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흘러간다. 운동 한시간, 자기관리 및 독서 한시간, 회사 여섯시간, 식사 두시간, 수업이 있는 날에는 학교에 가서 세시간을 보내면 하루가 끝난다. 집에오면 지치기 마련이고, 9시쯤 되면 졸려서 잠자리에 들게 된다.

예전부터 10시 취침 4시 기상을 꾸준히 지키도록 노력해서 어느정도 습관화는 충분히 되었다. 다만, 저녁만 되면 체력이 방전되서 여섯시부터는 거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새벽에 너무 일찍일어나서 그런것도 있긴 하지만, 무언가 그 시간을 정말 온전히 내 시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다. 물론 휴식은 좋긴 하다. 아니, 필수이긴 하다. 그렇다면 공부하는 시간을 새벽으로 옮겨야 할까, 어쩌면 그 편이 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2016년에는 보다 더 공부에 집중하고자 한다. 물론, 지금 진행중인 회사일과 유라임 프로젝트 자체도 중요하지만 공부하자고 미국에 온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어차피 원서를 읽자니 그냥 학교에서의 레퍼런스를 읽고 논문을 읽는것이 더 좋긴 하다. 결론은, 많은 위인들이 그런 만큼 나 스스로도 하루에 꼭 해야 할 시간을 정해두고 꾸준히 살 수 밖에 없다. 내가 천재도 아니고, 그저 자신있는 것이라곤 바보처럼 꾸준함 뿐이니깐. 그런 결론을 내리며, 슬슬 서른인 2016년도 준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