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금요일, 난생 처음으로 경주라는 곳을 갔다왔다. 부산에 가본적은 조금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경주는 처음이다. 친한 친구놈이 경주에 사는데도 나는 굳이 이 편한 서울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해외여행은 그렇게나 많이 갔다왔는데 정작 국내여행은 손에 꼽을 듯 가본적이 없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약간의 힐링을 바라고 간 여행이었지만, 그냥 마음속으로는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짜여진 시간표에 얽매이고 싶지도 않았고, 그간 나를 억압해 오던 것들에 대해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이런게 여행의 묘미일까, 정말 여행을 갔다오고 나서는 한걸음 느리게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아직도 많이 부족한 나 자신을 느끼게 된다.
근황은 잘 지내고 있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다. 메튜랩이니 이것저것 9월에 좀 벌리긴 했는데 결국 작품없이는 말짱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9월은 예전의 나로 돌아가서 10시취침 4시기상을 꾸준히 지키고, 아침운동을 꾸준히 하고, 소식하고, 그런 꾸준함 속에서 지내왔다. 살도 많이 빠져서 6kg정도 감량했고 TOEIC시험도 있어서 9월 말에는 나름 공부도 했다. 독서도 많이했는데, 소식과 공복력, 몰입과 공부법, 영어공부 등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그간 내가 얼마나 공부라는 자체에 관심없이 살아왔는지를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문득 나의 오랜 잘못된 습관과 싸우는 나를 발견한다. 폭식과 폭음에 대한 여러 갈증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아니 솔직히 9월에 제대로 지키지도 못했다. 10월이 찾아오고 나서도 사실 잘 지키지 못했다. 그놈의 막걸리가 뭐길래 거의 매일같이 막걸리 생각에 실수를 저지른 적도 몇 번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계속 시도한다. 지금 참는다면 평생을 참을 수 있고, 지금 참지 못한다면 내일 또 이 전쟁을 번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말이다.
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많은 내 삶의 문제점들이 술로 인해 들어나기 때문에 술을 최대한 멀리하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담배처럼 끊어버리는 것이 가장 좋다. 결국 의지 싸움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술을 강요하던 술자리가 좋아보이던, 내 의지가 있으면 이 모든 것들을 자제할 수 있을것이니깐. 사실 내게 술을 끊는다는 것은 혼자가 된다는 것과도 비슷한 의미이다. 그래도 혼자서 술을 먹는 습관은 아직 살짝 어렴풋이 남아있긴 하지만 많이 없앴다. 그래서 술을 먹으려면 먼저 술친구를 찾는다. 그러다 보면 술자리를 만들게 된다. 술을 안먹는다는 것은 술자리를 만드는 것을 결국 내게 모임의 단절과도 같다.
그렇게 혼자였을때 나 자신을 바라봤다. 2007년 사업을 했을 때, 2009년 병특에 갔을때. 5년간 동기들과 떨어진 생활을 하다 보니 그들이 만들어가는 선후배 관계가 부러웠다. 그래서 작년 복학때부터 지금까지 좋은 후배들을 많이 만드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지금은 많은 후배들이 나를 동경하고 잘 따라준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였을 때가 그립고, 돌아가고 싶다. 나 자신을 그냥 사랑했을 때로, 나에 대한 투자가 엄청났을 때로 말이다.
생각해보니 가장 소홀했던 것은 내 블로그. 내게 블로그는 하나의 결심할 수 있는 수단과도 같고, 작문력을 높혀주고, 맞춤법에 대해 공부하게 해주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그런데 SNS를 하다 보니 자꾸만 남의 시선과 반응을 의식하다 보니 본연의 자연스런 글을 점점 쓰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지금 쓰는 글이 거진 한달만의 글이다. 그러니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이 자꾸만 잡념으로 채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블로그를 하련다. 그냥 주저리주저리, 누군가의 눈이 두려워서 혹은 신경쓰여서 라는 자체도 웃기고, 결국 극복해야 할 지점이 아니던가.
10월이 찾아왔다. 벌써 8일이나 지나버린 10월, 2013년도 이젠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아니, 3개월이나 남았다. 아직도 25%나 되는 긴 세월이 내앞에 펼쳐지고 있다. 곧있으면 다가올 중간고사, 앞으로는 하루하루 블로그에 하루를 마감하며 몇 가지 일기를 써보는것도 좋겠다. 전에 쓰다 만 개발일기와 영어일기부터 시작해서. 혼자만의 시간.. 지금의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탓하기보다는 조금씩 만들어나가는 데에 의의를 둘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