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일기] 2일차, 무알콜 맥주

완벽한 금주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금주는 ‘알콜프리’ 인생이다. 결국 여러가지의 분석을 통해 나 스스로가 너무 ‘알콜’ 중독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2~3단계의 부정적 역효과들 속에서, 이 단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모두다 알콜에서 온다는 사실. 결국 술을 먹고 머리가 아프고 그런 것들이 보면 나의 ‘무의식’ 세계를 만들어서 거기서 점차 나의 선택의 폭을 없애고 그저 본능적인 욕구에만 스스로를 맡기게 되는 것 같다.

사실 그런 본능적 욕구를 좋아라 했던 나이다. 일종의 환각이 아니던가? 마약을 하고 취하면 헛것이 보이거나 기분이 좋거나 (해본적은 없지만.) 그런 것처럼, 술또한 그러지 않을까. 14년전 담배를 처음 피웠을 때, 그 순간적인 어지러움에 중독되서 내가 담배를 피웠던 것처럼. 물론 금연한지는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만큼 무뎌지는 것이 그 담배를 피우면서 내가 생성했던 환각, 내지는 기분좋음 이런 것들이다. 결국 그것도 인위적인 기분좋음 따위를 만들면서 애써서 나를 기분좋다는 환경 속에 가둔 것이 아니었을까.

이젠 그런 인위적인 것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잘못된 습관을 고칠 때도 되었다. 알콜로 인해 무의식을 만드는 것은 내가 결국 burn out 되었을 때의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술을 먹고 노닥거리면서 아무 생각도 없는 쉼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적어도 의식은 있는 자기주도적인 쉼을 택할 것인가. 이건 결국 심리적인 문제와도 직결된다. 다이어트를 하는데에 오늘은 초콜릿, 햄버거가 댕기는데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아 오늘만 먹고 말지’ 라는 생각이 쌓이고 쌓여서 내 식습관을 만든다. 반대로 생각하면, ‘아 오늘은 참고 말지’ 라는 생각이 있다면 그게 쌓이고 쌓여서 습관이 되지 않을까.

참음이란 무엇일까. 그 선택의 순간에서 난 참음을 택해야 한다. 참는다는 것은 결국 본능을 억제한다는 것이 아닐까, 본능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그건 내 타고난 성격일까? 그렇게 따지면 난 태어나서부터 술을 먹거나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었어야 했다. 물론 어려서부터 부모님 덕분에 잘먹고 자란 것도 있겠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의 나의 몸상태, 나의 습관은 모두 나 스스로 형성한 것이 아닐까. 결국, 이 본능은 어찌보면 사회적인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어쩌면 인위적으로 형성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맥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맥주의 맛보다는 영화나 티비 속에서의 갈증 해소의 수단 혹은 멋의 수단으로 만들어졌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여행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술 아니던가. 그런데 보면 담배도 어떠한 ‘멋’의 이미지로 미디어 속에서 만들어져 있는데 왜 담배는 그런 생각이 전혀 안드는 것일까, 결국 이것은 습관화된 자제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다시금 형성된 ‘본능’일 것이라고 본다.

결국 알콜을 끊는다는 것과 다이어트 모두가 이 새로운 본능의 형성과도 직결되는 것 같다. 안먹고 살 수는 없다. 그건 ‘식’이라는 원초적 본능을 억제하는 아주 어려운 수단이니깐. 대신 내가 먹는 음식을 선택할 수는 있다. 그게 사실 다이어트식이면 된다. 고구마, 닭가슴살 샐러드, 요거트 그런 것들이 마치 머릿속에 고칼로리의 음식이 생각나듯이 잡힌다면, 그게 습관화 된다면 결국 다이어트도 어려울 것이 아니다.

습관은 정말로 형성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적어도 5년은 넘게 잘못된 습관 속에서 살았으니 새로운 습관 형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5년이 너무 당연하게 소비될 것이다. 5년이다. 세월이 엄청나게 바뀔 것만 같은 이 시간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 거의 사람을 안만나고 있어서 (코로나 덕택도 있고) 한 내년 후반이나 이 상황이 풀리려나. 그리고 지금까지를 쭉 보면 이 사회가 막 술을 권하는 사회도 아니다. 가정이 있는 사회라서 뭐 진솔한 얘기는 밥먹으면서나 하것지. 아니면 솔직히 그런것 때문에 술 한두잔 하는거, 난 그걸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모든 잘못된 습관은 혼술일 뿐이니깐.

그래서 좀 없애고 싶다. 이것도 훈련이 너무나도 크게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은 무알콜 맥주를 몇 종류 사왔다. 별로 먹고싶은 것은 아니었는데 Lagunitas의 Hoppy Refresher라는 무알콜, 무탄수, 무칼로리 맥주를 먹어봤는데.. 이거다 싶더라. 여태까지 무알콜 맥주는 그 특유의 단맛, 칼로리 등 때문에 별로 안댕겼는데 이건 진짜 만족감 90%정도는 가져다준다. 햐.. 이걸 알았으면 진작에 먹는 것이었는데.

어쨌든 오늘은 성공. 하루정도야 쉽겠지만 이렇게 길게 글을 쓰는 이유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젠 기록하는 것도 습관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입장에서는 부끄러운 삶을 공개하는 것이기도 하고. 중요한 것은 3일 뒤인 금요일부터 일요일의 시간. 꼭좀 견디고 싶다. 그 시간을 견디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스스로에게 어느정도 심리적 보상을 줘야할 것이다. 기존에 먹던 피자+맥주 혹은 햄버거+맥주에서 맥주만 딱 무알콜로 바꿔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똑같은 시간에 취침. 이 두가지를 일단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볼 것이다. 내일도, 모래도, 그렇게 1주일, 한달, 일년이 지나면 습관화 되겠지.. 알콜프리 인생을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