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독적인 설탕, 음주.

최근 나는 술에대해 여러 생각을 했다. 작년 중순부터 평균적으로 6일에 한번 꼴로 음주를 했던 것 같다. ‘음주’ 라는 거창한 것도 필요없고, 그냥 습관적으로 술을 즐겼을 뿐이다. 이 블로그만 봐도 정말 수 없이 많은 시간동안 내가 술에 대해 고찰해오고, 제발 금주하자, 절주하자 라는 소리를 지껄였는지, 오죽하면 미국에 ‘도망쳐’ 왔다가 표현할 정도인데 여기 와서도 쉽게 술을 놓지 못하고 그간의 공허함을 술로만 채우려 했던 것 같다.

이런 말을 백날 해야 별 소용은 없고, 최근에 느낀것만 간단히 적는다. 사실 내게있어서 술은 하나의 놀이거리와 같았다. 공허한 시간에, 혹은 생각이 복잡해 질때, 머릿속을 깨끗히 하거나 시간을 때우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말 그대로 놀이다. 심심할 때 영화를 보듯이, 영화를 보며 팝콘을 먹듯이 말이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학업이나 직장 스트레스로 술자리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편했다. 술자리에는 거의 대부분 참석을 했다. 왜냐면 난 술을 좋아한다 생각했으니깐.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많이 사그러들었다. 특히 난 소주를 먹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몇번 시도를 했지만, 위스키나 소주 등 그런 무색무취무향의 것은 도저히 탄산이 가미되지 않으면 먹을 수 없었다. 사실 미국에 와서 맥주에 빠졌던 이유도, ‘탄산’의 목넘김, 그리고 커피, 코코아, 초콜릿, 아로마 등의 다양한 향들, 홉이 많을수록 도수가 높아지는 현상, 그리고 맥주라는 시원한 음료가 도수가 10도가 넘어설 수 있다는 매력, 어쩌면 맥주는 내게 매력 덩어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는 오로지 알콜 도수만 찾게 되었고, 나중에는 12도 이상의 맥주만 먹다보니 맥주가 주는알딸따함이 아니라 금새 취해버리고 이성을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실 나는 막걸리를 너무 좋아한다. 시큼한 맛과 탄산의 조화가 너무나도 감미롭다. 도수도 그리 높지도 않고, 일단 다른 술에 비해서 칼로리도 높지 않다. 그래서 정말 막걸리를 많이 먹었다. 지금도 막걸리를 좋아하는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에 와서 막걸리를 거의 못먹는 것은, 정확히는 생막걸리를 못먹는 것은 좀 많이 아쉽다.

애주가 라고 해야할까, 글쎄. 현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애주가다. 애주가 이지만 막걸리를 제외하고는 술을 막 종류별로 먹고 그러지는 않는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막걸리 약 36종을 먹어봤는데, 결국 내가 좋아하는 막걸리는 탄산이 강하고, 달달하거나 과일 향이 좋은 막걸리다. 어찌보면 이건 그냥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 머릿속은 알콜에 강하게 이끌리고, 거기다 탄산까지 곁들이니 어쩌면 내가 맥주나 막걸리라는 메뉴만 보면 이성을 잃는 자체가 납득이 간다.

문제는 지금 타이밍에 있어서, 어느정도 음주 횟수를 많이 줄여야 함에 있다. 근 7년간 지속된다이어트와의 전쟁에서 난 승리하지 못했고, 술로 인해 날린 시간이 너무나도 많았다. 특히 공허한 시간이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찾는 술은 다음날의 숙취까지 포함하면 회복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있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회피하려고 찾는 술은 어찌보면 너무나도 강력한 수단이다. 내겐 일종의 지우개와도 같다. 머릿속에 당장 떠오르는 감정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강력한 지우개 말이다. 술을 먹으면 즐거움 이외에는 별로 떠오르는 것도 없다. 속임수인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술을 계속해서 찾는다. 이게 결국 중독이다.

중독에는 별게 없다. 예전에 내가 흡연을 했던 때에도 담배는 내 일종의 스트레스 창구와도 같았다. 술을 먹기에는 친구를 찾거나 하는 시간이 걸렸고, 혼술은 거의 안했다. 하지만 담배는 당장 나가서 태울 수 있었고 잠시동안 나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 느낌은 이제 가물가물해서 잘 나지도 않지만, 어쨌든 그때에는 담배 없이는 작은 스트레스도 잘 이겨내지 못했었다.

이젠 술이 그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언제든 내가 원하면 술을 먹을 수 있는 환경도 한몫을 한다. 마치 흡연했을 때처럼, 습관처럼 찾게되는게 술이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 왜 스트레스 해소나, 공허함을 잊기위해, 혹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 술을 마셔야 할까.

술의 긍극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계속해서 건강을 해치고, 살을 찌우게 만들고, 숙취에 시달리게 만드는 것이 술이라는 자체를 알았다. 그걸 최근에 인지했다. 그리고 이를 탈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말로 내가 언제 행복해서 술을 먹어봤을까. 그건 사실 집에서 먹을 때에는 별로 없었다. 특히 혼술을 할 때에는 최악이었다. 그건 정말로 내겐 입이 심심해서 주전부리를 먹는 것과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난 스스로 하나의 설탕을 만들었다. 설탕도 중독되면 끝이 없듯이, 내가 가끔 초콜렛을 보면 정신나간듯이 계속 먹듯이, 술은 오랜시간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중독이었다. 특히나, 복잡한 세상과 잠시나마 단절된 효과를 갖기 위한 나의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코 본질에 대한 해답은 아니었다. 요즘에는 명상을 하면서 계속해서 생각을 끊기 위한 행동을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행위 자체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한시간 이상 글을 쓰지 않으면 내 생각을 뿌리칠 수가 없다. 배출해야하만 한다. 그게 쓰레기 글이던, 좋은 글이던 말이다.

난 다른 것들을 찾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과 목표를 위한 여정에서 난 그 답을 찾겠다. 더 이상 술에 빠져살고 싶지도 않다. 계획적인 술자리를 원한다. 그게 되려면 내 노력이 필요하다. 언제 술을 먹을지를 정해두고, 이외에는 어떤일이 있더라도 술 이외의 것을 찾는 스스로의 노력 말이다.

스스로, 난 지금 전쟁을 치루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목표는 한달 3회이다. 2번의 능동성, 1번의 수동성이다. 지금이 가장 내가 술에 대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러니 더 한번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