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행을 떠나온지 2주일이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해서는 거의 20일 가량 되었다. 그동안 런던, 파리, 융프라우, 니스, 모나코, 피렌체, 로마, 베니스, 비엔나 등을 탑덱 투어를 통해 함께 돌면서 정말 벌써부터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만든 것 같다.
항상 여행이 가져다 주는 맛이란 이런 것 같다. 모든 것을 잊고, 백지에서 출발하는 맛. 기존의 내가 어쨌던 간에 나 자신을 잊어버리고 출발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다가 왔다. 호주 사람이 대부분인 나의 투어 그룹에서는 더더욱이나 한국인인 나 자신의 나이조차도 잊어버리고 시작하는 이 여행이 물론 작년에도 미국에 다녀왔지만 정말로 새롭다.
여행 얘기를 잠깐 해보자. 작년에 트랙 아메리카가 너무나도 감동깊게 남았던 나머지, 나의 여행 일정인 35일의 여정 중 23일의 여정을 탑덱이라는 다국적 여행을 통해 하기로 결심했다. 비행기를 제외하고 300만원 정도가 들어간, 적지않은 돈이었지만 참으로 보람찼다. 절반이 지난 시점인 지금에 와서 크게 느끼지만 버스로 이동하는 것도, 익숙치 않은 호주발음을, 그것도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젊은친구들의 빠른 발음에 비속어까지 섞여있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실력은 극지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지금은 초반에 비해서는 어느정도 많이 적응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이친구들은 정말 대단하다. 쪼리 하나만 달랑 신고 내가 그토록 꿈꿔왔던 유럽의 유적지를 돌아다니고 그러면서도 밤새도록 춤을 추고 술을 먹고 놀면서도 다음날 칼같이 리더가 모이라는 대로 모인다. 처음에는 나도 춤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지라 함께 어울리다가도 어느순간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게 너무나도 힘들게 되어서 그만두게 되었다. 정말이지 “무한” 체력이다. 매번 컴퓨터에만 앉아있고 죽도록 술과 안주만 먹던 우리의, 특히 나의 문화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너무 급박했던가, 사실 교환학생 신청 일정에 맞춰서 여행 계획을 세운 것이지만 방학이 시작되고 3일만에 영국에 건너온 것이 정말 잘한 행동이었을까. 시험이라고, 게다가 회사일까지 역시나 나는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정말 도피하다 시피 한국을 떠나왔다. 그리고는 부모님과 여자친구를 제외하고는 거의 내가 있던 그곳, 그곳을 모른체 하고 지내왔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정말 내가 여행을 갈 만큼 그만큼 최선을 다해서 생활을 하고 왔는지, 이에 대한 의문이 든다. 지난주에 확인한 성적은 평점 3.8. 기대했던 4점에 못미치니 정말 한심하다. 이럴꺼면 내가 왜 구태어 19학점이 아닌 15학점만 들었는지. 게다가 전공은 A이상인게 하나도 없다. 부전공만 A+.. 이건 무슨 일일까, 그 만큼 나의 선택과 집중이 매우 떨어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방학이 정말 기회인 것 같다. 2달 남짓한 방학, 절반을 여행을 통해 젊은시절 꼭 이뤄야 할 것을 이루고 한달간 죽어라 개발을 통해 나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기중 공부에 매진을 할 수가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나 자신은 멀티플레이어보다는 한두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 자신에게 맞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방학때는 더더욱이나 내가 하고싶은 것에 매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공부란 것은 끝이 없다. 이곳 유럽에 와서 사실 나도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유럽의 역사와 그들의 삶에 대해, 물가에 대해, EU라는 존재의 위험에 대해 등등.. 그래서 공부란 것을 굳이 언제 언제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언제 내가 이들의 문화와 정서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있다. 정말 적응하기에 정신이 없던 여태까지였지만 이제는 “영어공부”가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생각과 고찰을 통해 하나 둘 여행 본연의 의미를 곱씹어 봤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에도 하나 둘 내 자취를 남겨야 한다. 오늘 내일, 이곳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나를 잘 관찰하고 잠시간의 여정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