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의 세대교체와 근래의 단상

옷장의 세대교체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나는 옷에 참으로 민감하다. 어느 정도 살을 빼고나서는 옷입는 대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 같다. 옷에 만족하는 날에는 그날의 기분이 참으로 상쾌하고 좋은데, 오늘같이 청바지에 흰 남방을 입고갔는데 배가 나와보이고 벨트가 어색한 느낌을 받는 날이면 우울하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사실 나는 옷에 크게 민감해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때는 그저 converse라는 브랜드가 좋아서 온 몸을 컨버스로 치장하고 다녔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밀리터리 카고바지에 해골티셔츠, 그리고 커다란 목걸이와 허리체인 등으로 무장한 스타일을 즐겨 입었다. 그리고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어울리지 않게 정장을 나름(?) 갖춰입었었다.

 좌우간 작년 초 까지의 대부분의 나의 스타일은 내가 좋아서 그렇게 입은것이다. 하지만 작년 중순, 체중감량과 근육을 만들면서 나는 옷입는 것에 상당히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왕 살을 뺀 것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옷을 잘 갖춰입자 고 생각했었는데, 이리저리 내게 맞는 스타일을 추구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트랜드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트랜드를 잘 살펴보니 사실상 “유행” 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누가 입거나 그런 것 빼고는.. 사실 예전부터 국내든 해외든 어디선가에서는 잘 사용되던 스타일이었고, 그런 기본적인 스타일에서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것이 패션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기본을 잘 이해못하고 있던 나는 어쩌다 잘 맞게 되는 내 옷스타일에 당연히 좋아할 수 밖에 없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는 내게 남들 시선을 의식해서 옷을 잘 갖춰입는데, 그런 것들이 쓸때없는 행동이라고 하셨다. 사실 그럴수도 있지만, A형인 내게 가장 부족한건 자신감이다. 그래서 130kg였던 살을 겨우 80kg대로 만들어 두었고, 옷을 챙겨입으려 하는것도 실은 자신감을 만들고자 하는 나의 노력 중 하나이다.

작심삼일

 귀국 후에 다시금 나의 생활패턴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여러 방면으로 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30분 단위로 쪼개서 모든 일을 하자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의 집중력은 채 20분을 가지 못한다. 이에 착안한 것이 공부를 3~4시간 이렇게 잡지 말고 30분 단위로 잡아서 여러가지 범위의 공부를 돌아가면서 하자는 것이었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운동 계획도 세웠었다. 자전거돌리기 20분, 빅머슬(밀리터리프레스, 스쿼드, 데드리프트 등) 운동 20분, 그리고 기타 근육 운동(가슴, 이두, 등, 삼두, 복근) 20분 이렇게 총 60분을 운동하고 학교까지 1시간동안 5km를 걷고. 이렇게 하면 미국에서 쪄온 몸무게도 쉽사리 빠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조급함이다. 내게 작심3일이라는 것은 사실 나의 조급함에서 비롯된다. 단 2일을 하고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으면 나는 이 방법이 잘못됬는가 라는 의심을 하게된다. 공부나 운동에 있어서 안좋은 것이 어디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내 노력도 없이 나를 의심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 잘못된 행동이다.

 그래서 좀 더 무식해지려고 노력한다. 그냥 꾸준히 하나만 잡고, 그것만 무식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차피 모든 것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인데, 그저 그 시간에 나의 계획대로 잘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휴식도 일이다.

 문제는 운동에 있다. 단시간에 효과를 보려고 하다 보니 나는 하루에 무려 1200kcal에 해당되는 운동을 하고 있더라. 거기다가 식이요법을 한답시고 하루에 채 1000kcal도 섭취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 무식한 방법이 어디있을까? 게다가 나는 학교도 다니고있고, 저녁이면 또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한다. 새벽에는 일어나서 못다한 공부를 하고 학원에 가야한다.

 운동을 실시한지 채 2일이 안되서 내 몸에는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힘이 축 빠지고 계속 졸리기만 하고.. 이런 부작용을 안고서 나는 굳이 운동을 해야하는 이유가 있을까? 사실 근육이라는 것은 휴식기간동안 얼마나 잘 휴식을 취했느냐에 따라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보다 더 운동과 공부시간을 줄이고 휴식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9시에 자서 2시에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생활패턴을 없애고 10시에 자서 5시에 일어나는, 하루 7시간 정도를 잠에 소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리 공부시간이 짧더라도 그 시간에 맨정신으로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학과 시간표가 사실 좀 엉망이라서 월,화는 1교시인데 수,목은 2~3교시, 금요일은 무려 오후 2시에 수업이다. 이말은 즉 내게 할당된 시간이 월,화 에는 학과에 집중해야 하고 수,목은 반반, 금요일은 내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게 바로 효율적으로 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인데, 월요일과 화요일에 그렇게 힘든 것을 알면서 운동을 강행한 나는 참으로 어리석었다.

자기관리. 사실 가장 마음편하게 사는 것은 아무런 시간표도 없고 그저 주어진대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삶에는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고, 꿈이 없게된다. 그래서 나는 희망한다. 나의 꿈을 위해..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미래를 설계하고 계속 채찍질 하게 되는 것 같다. 꿈이 없는 인생, 그곳에서는 살아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