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공부에 대해서 꽤나 생각이 많다. 육아도, 회사도 모두가 장기전인 것 같다. 육아는 적어도 20년, 회사는 내 성격상 5년 이상은 뭔가를 하는지라 (물론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5~10년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정도 근속이 나오는 회사는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스타트업이나 여타 불확실성을 여러번 겪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것은 여러 글에서도 밝혔듯이 당장에는 하고싶지도 않고 욕심도 없다.
생각해보면 나는 ‘공부’라는 걸 잘 몰랐다. 단지 외워야 하는것이라 생각하고는 학창시절이던 수능이던 미국유학준비던 제대로 된 공부를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교과서를 사고 처음부분을 보는 것은 좋아했다. 하지만 그 ‘처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길어야 3주정도? 가슴에 손을 얹고, 태어나서 정말 문제집이던 교재던 한 권을 정독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내 끈기가 부족한게 가장 크겠지만 흐름이 끊기는 것도 꽤나 컸을 것이다. 공부보다 놀기를 좋아했다. 친구들을 만나는게 더 좋았다. 자주 게임에도 빠져있었다. 미드나 일드에도 빠져있었다. 나는 산만했다. 하루에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은 채 30분 남짓이었다. 15분 정도 책을 읽다보면 졸리더라. 그럼 잘 수 밖에 없다.
작년 초에 나는 큰 결심을 하고 100일 금주를 하면서 다른것은 다 재껴두고 학교생활과 취준에만 올인했다. 취직도 이리저리 벌린게 아니라 정말 심도있게 나 스스로의 실력을 관찰하고, 부족한 부분을 커버했다. 책도 단 세권만 봤다. 원서 하나는 정독을 해서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따라해봤다. 그리고 내 problem-solving 스킬을 책의 idea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난 정말 좋은 결과를 얻었고, 작년 말 보금자리를 구하고, 아이까지 생기고 150일 이상이 지난 지금은 내가 생각하던 모든 불확실성들이 사라진 상태고, 그 안정이 최소 10년정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가장의 책임으로써는 20년 정도.)
10년이란 시간은 참으로 길 것이다. 어쨌든간에 사회에서의 자리를 잡고나서는 올라가던지, 안주하던지, 적어도 내려가지만 않으면 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말이다. 그래서 더는 흐름이 어떤 것 때문에 끊긴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불과 한 3~4년 전만 해도 불분명한 미래속에 그저 술만 마시며 허상속에서만 살았다. 아마 내겐 공부보다 놀기를 택한 것도 현실을 기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그런 과거의 잔재를 깨부시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부가 특히 그 중 하나이다. 최근엔 몇몇 내 관심분야의 MOOC등을 ‘다시’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배우고 싶은게 너무나도 많다. 머신러닝, MLOps, 딥러닝, EDM, 음악이론, 신디사이저, 빅데이터, 타입스크립트, FP, PM, SWE, 디자인 패턴, 영어, 프랑스어 등등.. 대부분 지금까지 미뤄진 것들이다.
아마도 대부분 내가 이루지 못했던 이유는 불확실성에 한번 생활이 깨지면 다시 돌아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산만하다는 것의 정의는 무엇인가, 결국 내가 지금 하는것에 있어서 100%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회사 일에 있어서는 거의 100 이상의 집중도를 끌어올린다. 회사에서의 기반기술만 해도 지적인 욕구를 충족하는데 꽤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다른것들을 공부하다가 그 집중이 깨지는 이유는 별거 없다. 지루하거나, 내가 잘 모르거나.
공부에는 정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암기에는 소질이 없기 때문에 반복해서 공부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사실 암기라는 자체도 난 제대로 된 공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말 내가 관심이 있게 생각해서 보면 그 순간에 이해하고, 기억을 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실, 뭐 챕터 1~10 이런 교과서의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하는 것이 (물론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에는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행동이라 생각하겠지만) 내겐 적어도 뭔가를 끝냈다는 만족감이 오는 가장 큰 행동이다. 사실 급한 성격때문에 교과서를 독파하거나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대체 언제 끝날지, 언제쯤 이론을 습득하고 뭔가 작품을 만들어 나갈지 모르지만, 적어도 난 지금 당장 output을 만들어 내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그런의미에서 커리큘럼을 하나 둘 정복해 나가는 것이 맞다. 뭔가를 빨리 배우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중간에 빨리 그만두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최소한의 공부 시간을 정하고, 산만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삶에서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왜이리도 빠졌는지, 뭐 영화나 미드 요약, 게임 플레이만 봐도 5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머리를 식힌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런 행동들이 어느새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인한 끝없는 재생목록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느꼈다. 그 순간, 나는 유튜브에서 왠만한 구독목록과 쓸때없는 영상들을 모두 감췄다. 왠만하면 유튜브에 들어가지도 않으려고 한다. 사람 심리라는게 별거 없다. 그냥 내가 보는 거기서 광고던 뭐던, 거기서 하나의 키워드가 생각나면 그것에 대해서 어떠한 알고싶은 욕망으로 뭐 나무위키 같은것을 뒤지게 된다. 그게 만약 내가 정말로 원하는 지식이면 모르겠는데 가십성의 것이 된다면 그때부터는 삶이 내 것이 아니라 그저 알고리즘에 의해 뒤틀리게 되는 것 같다.
넷플릭스는 오래전부터 흥미를 잃었고, 한국 티비 채널은 몇몇 예능을 제외하고는 잘 챙겨보지 않는다. 그나마 한국 라이브 방송을 BGM삼아 가끔 틀어두는데 이조차도 자주 나 스스로를 산만하게 만들어서 잘 안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이메일 확인도 너무 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것 같아서 디지털 디톡스라는 명목하에 줄이고 있다.
결국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두시간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다만, 그 두시간의 시간에는 온전히 그 공부나 개발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다. 내겐 아마도, 그것이 가장 절실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하루 두시간이면 한달 60시간, 일년 720시간이다. 한시간짜리 강의를 듣는다면 720개나 들을 수 있고, 보통 대학의 전공과목이 3학점(=주당 3시간)이니 5개월 학기로 보면 60시간. 즉, 간단히 본다면 한달에 딱 ‘한’과목을 끝낼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만약 내가 머신러닝과 음악의 두 분야를 공부한다면 두달에 걸쳐서 각각 한과목씩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는 순전히 그과목만 집중했을 때이다. 정말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가? 그러면 딱 머신러닝(+빅데이터)과 음악, 풀스택 개발이다. 그럼 세가지 분야이므로 세달에 걸쳐서 머신러닝은 한과목, 음악/풀스택개발은 유데미류의 강의(=~12시간)이므로 대략 5개 정도의 소규모 강의를 끝낼 수 있다.
일단은 그래서 마침 9월이고 하니 공부할 것을 정리해보면
<머신러닝>
- edx – MMDS (13 modules left. 3 hours per lecture, 39 hours total)
- CMU Introduction to Machine Learning -> 27 lectures (1:20 per lecture, 36hours total)
Udemy – Complete Guide to TensorFlow for Deep Learning with Python (14 hours)- total: 70 hours
<Music Theory/EDM>
- (현재 듣고있는) SkillShare Music Theory for Electronic Music Producers -> 24강의 남음 (avg. 15min per lecture. 6 hours remainings)
- Coursera – The Technology of Music Production (Berkelee) -> 3 weeks 남음 (2hours per week, 6 hours remaining)
- Coursera – Introduction to Ableton Live (Berkelee)-> 3 weeks 남음 (6 hours remaining)
- Udemy – Music Theory for Electronic Music COMPLETE: Parts 1, 2, & 3 -> 12.5 hours
- Udemy – The Complete EDM Production Course – Produce, Mix & Master -> 12 hours
- Coursera – Creating Sounds for Electronic Music -> 4 weeks, 14 hours
- total: 56.5 hours
<개발: TS, Angular, Side Project>
- Udemy – Understanding TypeScript -> 15 hours
- Udemy – Angular – The Complete Guide -> 34.5 hours
- Side Project -> TBD
- total: 50 + @
대충 이정도를 공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긴 한데, 일단 시도는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운것을 기록하고, 정리하기. 그리고 흐름 잃지 않기. 당장 내가 음악의 고수가 되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대박치거나 머신러닝 천재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목표는 어느정도 이론적인 감을 잡는것이 목표이다. 이제는 더는 이 목표에서 벗어난다고 핑계댈 것도 없으니, 나 스스로를 시험해 보려고 한다. 블로그에 배운것들을 기록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