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의 학부, 종료.

지난주 금요일, Digital Circuit의 프로젝트 발표를 마지막으로 학부에서의 모든 발표와 수업이 종강했고, 엊그제 부로 기말고사까지 끝났다. 이제 더 이상 학부에서의 팀플은 없을 것이고, 수업을 들으러 최소한 3년간 몸담았던 중앙대학교 제2공학관에는 가지 않을 것 같다.

추억

2006년 학교를 입학했다. 사실 난 대학에 간다는 생각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다. 친구들처럼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간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아마 디미고에는 진학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최초에는 외고를 준비헸다.) 허나 중학교 때부터 정보올림피아드에 도전해 왔기 때문에 고2때까지는 정올을 하다가 결국 성과가 잘 나오지 않자(당시 최소 전국대회를 수상해야 인서울에 진학이 가능했다.) 고3에 들어가서야 수능공부를 시작했다. 특성화고라는 명목 하에 정원외 선발이 당시 막 시작되었을 때여서 나는 운이 좋게 낮은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집근처의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었다.

입학 후 나는 솔직히 말해, 학교의 수업 방식 자체에 실망했다. 내가 공부체질이 아니라서 그런가, 대입 이전 10년간 실질적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대학에 오니 기본적인 C이외에는 거의 하는 게 없더라. 물론 일반적인 신입생을 대상으로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판단된다. 그래도 나는 학교 수업이 기대한 방식에서 어긋났다고 판단하여 수업과 공부를 즐기지 못했고, 첫 학기는 3.5/4.5 로 그럭저럭인 학점을, 2학기에는 2.6/3.5 라는 최저의 학점을 받았다. 당시 나의 관심사는 그냥 술먹고 선후배 만나는 재미로 살았던 것 같다. 거의 매일같이 술을 먹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살았다.

당시 우리과 건물은 다른 데 있었다. 봅스트홀이라는 지금의 전전과 기계 등의 공대가 밀집해 있는 건물을 사용하다가 2007년에 구 경영대학원으로 이전했다. 나는 2007년부터 온라인 게임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휴학을 했고, 일반휴학 2년에 군휴학 3년 도합 5년에 걸친 휴학 끝에 복학을 했으니 참 길고도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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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학교로 돌아오니 건물도 바뀌고 커리큘럼도 좀 바뀌었다. 5년만에 개강이라고 설래발에 1,2,3,4학년 과목을 모조리 수강신청 했다가 엄청나게 힘들어 하고(…) 그래도 생에 최고 학점도 받아보고 나름 좋긴했다. 🙂 다만 그 2012년 1학기에만 프로젝트를 세 개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땐 무슨 열정으로 그랬는지, 거의 매일같이 밤을 새다시피 하였다. 중요한 것은 팀작업인데도 불구하고 나 혼자 했다는 것. 지금까지 수행한 모든 프로젝트들이 거의 그래왔고, 사실 별로 후회도 없다. 성격상 혼자 하는게 마음이 더 편하더라, 때문에 더 많은 후배들과 친해질 수도 있고 나는 그런게 오히려 더 좋았다.

복학 이후 나는 정말 180도 바뀌어 있었다. 우선 체형부터가 130kg의 거대한 체구에서 70kg급으로, 인상이나 외모도 달라지고, “사업을 하겠다” 라는 생각으로 가득찼던 신입생 시절과 달리 복학 이후에는 “공부만이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길이다” 라는 생각에 많은 자잘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사업 2년, 병특 3년이 나를 그렇게 크게 바꿔놓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 그때의 스토리가 많다. (아마 책한 권이 나올 정도로..)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 있다. (^^)

가장 추억에 남는 것은 여러 후배들과의 기억들. 특히 12학번 후배들은 복학하고 나서 사실 동기들도 대부분 4학년이나 졸업하고 그래서 적응하기 힘든 나를 친구처럼 잘 대해줬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졸업까지는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또한, 복학하고 들은 모 수업에서 매 쉬는시간마다 후배들을 상대로 현업에서의 일에 대해 잠깐씩 강의를 한 기억도 나고, 주점때의 일들, 그리고 내가 아끼는 선전부 등.. 많은 추억을 만들고 떠나는 이 길이 사뭇 아쉽지는 않다.

아쉬운점

아쉬운점은 아무래도 학교 커리큘럼에 있지 않을까. 처음 입학했을 때, 학교에서 “공학인증” 때문에 내가보기에는 나름대로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가 싶더니, 이후에는 “서울어코드” 라는 명목으로 이리저리 지원금을 지원해줬다.(외국어교육비, 시험응시료 등)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좋다. 허나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공학인증이나 서울어코드 때문에 들어야 하는 그 커리큘럼 자체가 CS학생들의 많은 자유권을 뺏어가는 것 같다. 비단 우리학과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학생들을 그리 빡쎄게 굴리지 않으면 취업이 안되거나 뭐 그런 이유때문일까.. 물론 필수과목을 이수하는 자체는 나는 환영이다. 하지만 지금의 신입생들, 특히 4학년이 되고나서 만났던 14학번들에게서는 대학생활의 낭만 자체가 많이 사라졌다. 한번 지체되면, 영원히 지체되어 버릴 수 밖에 없는 세대이니깐..

그 만큼 후배들이 가엽기도 하다. 게다가 13학번부터는 공학인증이 의무화 되서 포기도 못하고 졸업까지 140학점 중 약 80학점이 미리 채워져 있다. 특히 1학년의 경우는 아에 일년 내내 정해진 과목 범위에서 수강신청을 해야한다. 그 흔한 교양하나 들으려면 4.0을 넘기고 extra-credit 을 받아서 신청해야 하다니, 이들에게 자유란 무엇일까. 물론 아무리 컴퓨터가 좋아서 온들 분명 이들은 수개월 내로 한번쯤은 회의감에 사로잡힐 것이 분명하다. 자신들이 대학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지식인인가 아니면 취업을 위한 훈련용일 뿐인가…(암울하다 참..)

일학년이 그리 빠듯한 스케줄로 채워지다 보니, 점차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든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하다보니깐 말이다. 졸업인정 영어시험, 한자시험, 필수전공, 필수교양, 필수 설계과목 등등.. 뭔놈의 필수가 이리 많은지, 나도 이중에 하나 놓쳐서 듣지 않아도 될 계절학기를 들어야 하니 말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앞으로의 대학생활이란 과연 공부밖에 없을까. 정문앞에 앉아서 수업을 몰래 도망가서 선배들과 술 한잔 하며 즐기던 기억은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것들

사실 오늘 가장 글쓰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거다.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것들. 학교라는 명목 하에, 그리고 최근 준비중이던 유학때문에 내가 잊고 살았던 것이 많다. 사실 그런 이유에서 시험이 끝나고 바로 지수형을 만나서 최근 Scala/Akka/Docker/Spray등에 대한 동향을 들었다. 작년부터 가장 하고싶던 것들인데 정말 공부할 시간도 없었고, 개발할 시간도 없었다. 아마 가장 아쉬운 것은 프로그래밍을 많이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학교 프로젝트 과목들을 전부 신기술로 돌렸기 때문에 Google Cloud, Fitbit API, Android, Play! F/W 2.1, NginX, NodeJS등을 배웠고 실제로 사용했다. 재밌기도 하고, 그 만큼 내가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번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관심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가 있었다. 어떠한 웹에서의 Personal Data를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Adaptive Indexing등의 최신 DB트랜드를 잡고자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밌으면서도 기억에 남고 공부가 짧아서(보통 회사다니고 하느라 바뻐서..) 아쉬웠던 과목을 기억해보면

  • Artificial Intelligence: 정답은 없다. 하지만 수 많은 Use-Case가 있다. 공부하는 내내 재밌었다. 생각의 사고를 넓게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무언가 “연구”를 한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 Software Engineering: 가장 재미있었던 수업 중 하나.
  • Data Structure: 결국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은 자료구조로 수반되는 것을 알았다.
  • Interactive Brand Communication: 브랜드에 대하여, 부전공 수업으로 들었던 과목 중에서 정말 재밌었다. 해당 교재들을 다시한번 보면서 나만의 생각을 구축하고 싶다는 생각.
  • Operating System, Database

솔직히 이정도이다. 사실 학교에서 뭔가 서버단에 대한 기술이라던가, 그런 부분으로 더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거의 OS나 DB시간밖에 없었다. 결국 내 관심사로 따지고 보면 그정도가 아닐까.. 또한,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다음과 같다.

  • 물리, 수학(Calculus, Statistics)
  • 영어(Academic Writing, Speaking)
  • 철학
  • Big Data, Machine Learning
  • Visualization
  • EDM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고싶은 것들은

  • Scala Language
  • GAE(특히 Cloud SQL)
  • Akka
  • Spray.io
  • Docker

개인적으로 가장 하고싶은 것들은, 우선 학교 복학을 하고 3년간 가장 ‘실패’ 했던 운동과 다이어트를 다시금 하고싶다. 회사다닐떄는 회식을 제외하면 나름 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가능했던 운동이 복학 이후 3년간 가장 꾸준히 ‘안된’ 케이스라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 하다. 특히, 나는 왜 이리도 시험이란 자체가 싫은지.. 그 이유는 아무래도 원치않는 부담등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어차피 결혼도 잡혀있고 하니, 몸관리 한다는 차원에서 운동을 하루 1시간~2시간 정도 해주고 체력을 그쪽으로 좀 소비하고 싶다.

또한 철저한 자기관리. 그나마 근래들어 4시기상은 좀 많이 지켜서 습관화를 해 두었는데 아이젝트 체크리스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게 모태가 되어서 Urhy.me프로젝트가 되었으니, 일단 빠른 시간내로 Urhy.me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 린 방법론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차차 소셜한 부분들을 추가해 나가고, 혼자서 충분히 사용했으면 베타도 좀 하고 🙂 그런 쪽으로 좀 설계를 해볼까 한다.

그리고 음악에 대해서도, 나름 사무실에 간소한 스튜디오를 차려놨는데도 정말 그간 피아노 한 곡 연습하나 하지 못한 것 같다. (참 아쉬운 부분..) DJ도 컨트롤러 자체는 있으면서도 활용도 못하고, 그래서인지 더더욱이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또한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몇곡씩 좀 작곡을 해보고 싶다.

물리, 수학에 대해서도 물리야 약간 재밌게, 스토리화 되서 그냥 즐기고 싶고 수학은 보다 더 심화되서 공부를 하고싶다. 아마 9년간 가장 아쉬웠던 것은 미적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아닐까.. 또한 마지막 학기에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통계에 대해서도 제대로좀 공부를 하고 싶고..

또한 학기중에 몇몇 교양수업을 들었지만, 철학의 이해 라는 수업만큼의 제대로된 교양 과목도 없던 것 같다. 정말 재밌었다. 교수님의 그러한 풍부한 지식을 들으며, 정말 듣는 내내 즐거웠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기 보다는 교양 서적으로 철학책을 좀 많이 읽고 싶다. 결국 모든것을 다루는 학문이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결혼준비. 물론 11월이나 되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긴 했지만 1월부터 제대로 시작될 것 같다. 신행이나 행사 준비, 그리고 몸만들기, 자리잡기 등 준비할께 그리도 많은데 140즈음 남은 지금 시점에서 식장외에 이룬 게 없다. 충분한 리서칭을 통해서 서른 이후의 내가 안정적인 삶을 가꾸려면 성숙한 마인드가 필요하다.

Conclusion

결국 따지고 보면 학교라는 비중이 그렇게나 큰 것이다.  그리고 이를 무턱대고 이해하지 못한 채 내 삶을 학교와 회사 등으로 떼어놓았다는 자체가 약간은 무모한 행동이었다. 물론, 덕분에 남들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었지만 그만큼 내가 놓친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를 위의 수 많은 하고싶은 일들이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물론 살아가면서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방향을 그렇게 맞출 수는 있다. 나는 이미 대학원을 준비하며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포커스를 맞췄고, 학부에서의 커리큘럼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분야와 공부하고 싶은 부분을 추렸다. 4개 회사를 다니면서 실무로 나아가서 내가 하고싶은 것들도 추리고,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확정. 최근에는 심지어 대인관계에서도 어느정도 내가 포커스를 맞출 그룹을 선별하고, 거기에 집중 투자를 하는 편이다. 대학시절, 07학번부터 14학번까지 대부분의 후배들은 내게 술을 얻어먹었으니 헤아릴 수 없는 숫자이고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사업을 하며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회사를 다니며 또한 수 많은 사람을 만났으니.. 20대는 정말 만남의 연속이었고, 때문에 스스로 허울에 빠져 산 적도 많았다. 결국 지금와서 내게 남는 진짜 친구라던가, 가치있는 그룹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봤을 때 그 견적이 나온다.

이제야 실감이 난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매번 말씀하신, 선택과 집중의 의미라는 것이. 삶이란 것은 결국, 선택하고 집중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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