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I 그리고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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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사건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학교는 축제준비로 분주하다. 아이러니하다. 전날의 과음때문에 유학가고싶은 학교를 조사해야 하는데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게 되었다. 한국사회가 내게는 이면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사람으로 인해 얻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스무살 사업을 할 때에 그렇게나 술을 많이 퍼먹었고, 학교사람들 회사사람들 등 가리지 않고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스스로 술자리에 대해 가끔 자제를 하지 못한다. 

 전공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마구잡이로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30대에 과연 무엇을 이루고, 성취하고 싶은지에 말이다. 개강 후 몇몇 사람들을 만나며 정보를 수집했지만 결국 러프한 답변밖에 나오지 않았다. 사실 유학의 목적도 좀더 열린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내가 배울 수 있는 다재다능한 면이 많은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고 그들에게 자극받고 싶어서 이다. 그런데 단편적인 시각과 한국의 “사회”속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사람이 되고싶지는 않더라.

 오늘 정기적으로 하는 유학 상담을 하고 오면서 느낀게 많다. 물론 지난주에 첫 상담을 했지만 SOP에 대한 중요성을 사실 아주 많이는 실감하고 있지는 않았고 사실 방향성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지만 그게 오늘에서야 길이 보인 듯 했다. 처음 선생님이 내가 긍국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이냐고 질문받았을 때, 나는 주저없이 “지금의 기형적인 웹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웹서비스를 만들고 그들에게 단편적인 웹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웹을 제공해주고 싶습니다.” 라고 답했다. 막연히 분산처리나 SNS를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지만 이렇게 내 입에서 하고싶은 것이 나도 모르게 나오다 보니 실상 분산처리나 SNS는 “욕심” 이었고 그냥 단순한 관심이었나 보다. 솔직히 말해 이쁘장한 홈페이지를 만들고 재밌는 웹을 만드는 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즐거우니깐.

 그렇다면 정말 내가 하고싶던 분산처리나 SNS등은 연구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었다. 박사과정 자체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세계를 갖춰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연구분야에 종속될 필요도 없다. Main이 되는 기술과 Sub가 되는 기술을 복합적으로 응용하는 것이다. 다니길을 만들면서, HTML5에 대한 공부를 하며, 그리고 지금의 NGX Controller를 만들며, 내가 가장 재밌어 했던 것은 게임이나 시각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결국 작년에 심히 고민하던 HCI쪽으로 메인 기술이 기울여진다. 서브로는 분산처리와 웹서비스, SNS, 성공학 등은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다. 나는 새로운 경험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므로 말이다.

 그리고 나는 미국의 “박사”라는 개념에 대해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었는데 미국에서 PhD는 일종의 Job이다. 우리나라처럼 그냥 거쳐가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직업이고, 게다가 직업으로써 세금까지 걷는다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솔직히 좀 놀랐다. 그리고, 되려 이 개념이야말로 내가 긍국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지금처럼 사업자 등록 없이 “메튜랩” 이라는 것을 스스로 조직하고 그 누구의 강요없이 거의 대부분 혼자서 진행하는 자체가 미국에서의 PhD가 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게 진정한 Professional의 기본이 아닐까, 더 나아가 나 스스로가 “개인브랜드”를 증명하듯 하는 행동의 좋은 표본이 PhD라는 것이다.

 Phd가 갖춰진다면 굳이 Graduate Education 자체를 내가 바라는 실리콘벨리에서의 취직을 위해 Master를 갖춰야 한다는 자체가 필요가 없게 된다. 사실 처음 말한대로 다재다능한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그곳에서의 취직을 바랬고 이것이 근간이 되어 지금의 유학의 길까지 오게 된 것인데, 어떻게 보면 미래를 설계하고 연구하는 집단이 대학원이고, 그곳에는 나처럼 뭔가 정통해서 자신만의 세계를 가꾸는 사람들이 수 없이 많지 않겠는가. RA까지 하며 기업체와 산학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되려 나는 나의 메튜랩 세상을 유지하면서 이를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정도까지 가능한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몇몇 교수중 Coursera를 만든 Andrew Ng 교수가 있다. 그는 Stanford의 AI랩에서 교수활동을 하며 그의 오랜 목표였던 Coursera를 만들고 Open Courseware에 동참하고 있다. 결국 그가 바라는 소원을 Coursera의 co-founder이면서 동시에 Phd 생활을 영속해 나가는, 그런 멀티플레이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던가. 이렇게 손쉽게 내가 만들고 싶은 미래를 현실적인 목표로 바꿀 수 있는 길이 있는데, 나는 왜 굳이 기업체에 소속되서 이를 이루고자 했던가.

 결국 유학이란 더 큰 자유를 얻고자 함이 아닐까. 지금의 나의 상황, 학생이면서 직장 6년차, 사업도 해보고, 출판도 해보고, 사실 흔하지 않은 경력이지만 결국 이건 내 스펙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 내가 설계했던 “아이젝트랩(Matthew LAB), 메튜랩에서 내가 하고자 했던 것들이다. Phd의 그 길고긴 시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앞으로 내가 만들고자 하는 Matthew LAB을 더 구체적으로 가꿔나가고자 하는 생각에 더 신이 난다.

 이제야 비로서,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새로운 개념의 웹을 내 메튜랩에 적용하며(사실 메튜랩 사이트 자체는 내 포트폴리오나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만들어나가야 함에 대한 사명을 느낀다. 차근차근 가꿔나가고 싶다. 메튜랩을 위하여, 끌로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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