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PhD를 준비하면서 내가 가장 하고싶은 것은 다름아닌 끌로이와의 결혼이었다. 그렇다. 나도 이제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블로그에서는 처음 언급을 하지만, 날을 잡았다. 무려 3주전에 일인데 이제서야 조금 실감이 난다. IBT가 끝나서 그럴까..
장소는 신사역 부근에서 하기로 했다. 식장투어를 하던 날, 나는 사실 금액적인 마지노선이 존재했지만, 최대한 끌로이가 좋아하는 장소로 맞추고 싶었다. 예전에 장난삼아 몇 군데 말한 것 빼고는 나는 의견조차 준 적이 없다. 그냥 모든 것을 끌로이에 맞추고 싶었다. 몇 군데를 돌아다녀본 끝에, 예약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꿈이 실현된 것 같아서 좋다는 끌로이를 바라보는 자체가 나는 왜 이리도 좋은지.. 중학교때 내 첫 노트북을 아버지가 사주셨을 때의 기분이랄까 🙂
솔직히 바쁘긴 했다. 새벽반 학원을 다니면서 식장을 계약하고 돌아본 자체, 사실 지금 아니면 적당한 시점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하고싶은 일 중 하나가 상견례와 식장 예약이었으니깐. 상견례도 일사천리로 그 다음주에 진행하게 되었고 말이다.
이렇게 마음을 정해서일까, 더욱 더 미국에 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끌로이가 좋아하는 굴이 가득한 지역으로 가고 싶다. 그 동안 혼자서 미국과 유럽을 돌며 여행하며 느낀 그 감성을 평생동안 끌로이와 함께 느끼고 싶다.
살면서 몇번은 고민해본 것 같다. 결혼이란 것과,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해 나는 어느 정도까지 확신을 가지고 나의 사랑을 증명할 수 있을것에 대해서.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증명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편으론 하고 싶었고, 수년에 걸쳐 나는 그 일차적인 완성이 결혼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좋고.. 이런 피지컬한 조건들이 과연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 10대와 20대를 걸쳐 나 스스로 내린 정답은 the attraction of physical condition is just instant. 사랑은 노력이고, 사랑은 의리이다. 좋으면 그만이고,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과욕에도 불타보고, 때로는 허무함도 느껴보고, 때로는 낭만속에도 젖어보는, 그런 사랑.
근 6년여간 끌로이를 좋아하면서, 내게는 누나였던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 것이 그렇다. 내게는 무엇보다 나를 당근과 채찍 속에서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존재가 필요했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었지만, 이와는 다른 면에서 끌로이는 내게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여운을 알려주고, 남겨주었다.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처음 만나는 그 순간부터 나는 사랑의 존재가 필요했다. 6년전 이맘쯤, 2008년 11월의 나는 이제 사업실패의 절망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막 나온 나약한 존재였다. 그런 나의 가능성을 알아주고, 그것 하나만으로 나를 믿어준 끌로이가 없었다면 지금쯤 나는 어땠을까.. 아직도 나는 사업실패라는 꼬리표를 물고, 카드값 독촉에 시달리며, 120키로의 거대한 몸무게를 가지고, 매일같이 술담배를 벗삼고..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런 나락의 소굴 안에서 나를 쳐다보던 끌로이의 눈길. 나는 그게 좋았다.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라는 별명을 내게 지어주면서도, 함께있으면 태어나서 생전 느껴보지도 못한 강력한 이끌림. 나는 그것의 존재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런 강력한 이끌림은 6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니, 더 강해졌다고 해야할까, 사귄지 6개월 만에 미국에 그녀를 떠나보내면서도 나는 강력한 이끌림이 있었다. 일년간 그녀를 기다리면서도 단 한번도 그녀가 없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정신적 사랑이 완성되면, 육체적인 멀어짐은 일시적인 것이라 생각했고, 나는 타지에서 어려운 그녀의 생활을 응원했고, 소통했다. 지금은 말 한마디만 들어도 몸상태는 어떤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정도이니깐.
살면서 내 꿈을 그대로 응원해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싶지만 끌로이는 나를 응원해줬다. 지금도,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취업하고자 하는 나를 항상 응원해 주고 있지 않은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과, 끌로이면 충분하다.
한편으론 쉽지 않을 선택에 대해, 나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을 하기로 다짐한 끌로이가 고맙다. 사실 지금의 상황은 아직 나는 학생이고, 취업이 정해진것도 대학원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끌로이는 내가 분명 미국에 가서 좋은 대학원에서 PhD과정을 잘 끝내고 원하는 직장을 얻어서 즐겁게 살 것이라는, 그런 믿음이 확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되도 내가 좋으니깐 함께 살겠다고.. 얼마나 고마운가.. 그리고 내가 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끌로이가 어찌나 고마운지..
그렇게 나는, 아직은 약간 멀었지만 서른을 맞이하기 1.1년 전에 결혼과 유학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기위해, 이렇게 고군분투 한다. 그리고 이제, 내년 5월부터는 6년간의 긴 연애를 끝내고 함께 살게 되었다. 🙂 아직은 할 것이 많지만, 잘 준비해서 행복한 결혼식이 되었으면.
살아오면서 나의 가장 큰 신념은 사랑하고 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끌로이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