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확 들다. (ft. 보상체계 성립)

최근 이 동네 분위기가 좋지 않다. 레이오프가 너무 많다. 오늘은 메타(페북)의 레이오프가 있었다. 이 상황에서 나도 언제까지, 아무리 job safety가 최고이고 WLB이 높은 팀에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내가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느 순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즉, 더 이상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참 어쩌면 나는 특이한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 같다. 코로나때, 그리고 지금의 리세션(아마도?)때. 내가 뭔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아니라, 그냥 어차피 사람사는게 다 비슷비슷 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쩌면 내가 보는 모습은 (주로 SNS) 사람들의 행복하고, 성공한 모습만 보는 것이고, 그게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5%~10% 쯤 될까? 결국 그런 행복을 가지기 위해서, 누구나 다 비슷한, 어쩌면 몇배의 노력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난 후유증을 좀 쎄게 겪었다. 물론 내가 정말 세계 최고도 아니고, 금메달을 딴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겪는 후유증 같은 것을 자그마치 일년이나 경험했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결론을 얻었기에, 육아를 하면서 좀 쉬어가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항상 내 next level은 내가 설계하는 것에 익숙했었는데, 회사에 가니 마치 학위를 따듯이 내 기대치가 정해져 있더라. 참으로 신선했다. 다행히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덕업일치(?)를 빡세게 해둔 덕분에 회사에서 하는 일, 기대치 모두 만족하고 딱히 어긋나거나 기대에 못미치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세계 최고의 기술과 툴, SW 개발 방법론을 가지고 개발을 한다는 자부심이 엄청나지만 한편으론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택들도 아깝더라. 회사에서의 풀스택과, 예전 스타트업을 하면서 익힌 풀스택은 매우 달랐다. 물론 둘다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내가 이 회사에서 짤리거나 나가게 됬을 때 무슨 기술을 내 주된 기술로 만들어야 하는지, 그것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

회사에서는 설계를 자주 한다.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레벨이 올라가면 더 큰 범주의 설계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개인 개발에서도 설계 연습을 자주 한다. 설계란게 유연한 서비스나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사용하는 프레임워크, 툴, 라이브러리에 대한 리서치도 필요하다. 거의 80% 이상의 기술을 회사의 그것과 맞춰놨지만 20%는 뭔가 나도 외부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사이드프로젝트(라고 쓰고 취미라 읽는다.) 는 지속적으로 한다. 요즘엔 좀 오픈소스에도 참여해볼까 싶긴 하지만, 그것보다 회사에서도 사내 오픈소스가 많기 때문에 어딘가 참여해볼까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전에, 내 팀에 먼저 기여하는게 최우선. 이제 회사생활이 일년이 지난 만큼, 다른 팀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 근데 그러기 전에 내 영어 실력부터..

한편으로,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머신러닝, 데이터에 대한 공부. 그리고 올해에 드디어 시작하게 된 작곡 공부. 모두가 미뤄지고, 잘 안되던 추세였지만 이번주부터 나는 이에 대한 확실한 보상체계를 성립함으로써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보상을 설정하고 있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결국 내겐 확실한 보상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즉각적인 보상(=술, 음식)에만 치중했던 것 같다. 이것이 나는 뇌가 쉰다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이런 술, 음식 등을 나는 하루에 대한 보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습관적으로, 빡센 하루를 보내면 피맥을 먹어야지 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 정도였으니, 난 이걸 나쁜 습관이고 무의식의 이끔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게 빡쎄게, 혹은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나서 내게 주는 보상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나는, ‘술이 생각날 때 대처할 수 있는 행동’ 이라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어쩌면 이런 레이오프의 바람, 경기침체 등이 내겐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절대 좋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 스스로 적절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켜줬고 부차적으로 보상체계라는 한가지 큰 이해를 하게 된 것이다.

삶은 절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난 살아오면서 몇 번의 큰 배신을 당했던 것 같다. 믿었던 친구로부터, 선생으로부터, 대표로부터, 팀장으로부터. 사람의 성품이 꽤나 강조되는 우리 회사에서는 큰 걱정은 안하지만 또 모른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난 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본다. 내가 정말 실력을 가지고 있는가. 지금 내가 정말 원하는 미래를 위해서, 혹은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 오늘 하루를 살았는가 라고 말이다. 후회없는 하루, 그게 지금의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