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
나는 윤상과 성시경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김광민에 대해서는 그의 음악을 끼고 살아왔다.
수능공부로 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 점심시간 우연히 들르게 된 아무도 없는 학교의 음악실에는
쓸쓸한 업라인 피아노 한 대가 조용히 서 있었다.
그 어떤 조율도 되어있지 않았지만, 나는 피아노를 쳤다.
기숙 학교에 같혀있는 현실이 슬프더라도
김광민의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를 연주하며, 나를 조용히 위로했다.
우울증이 많았던 나는 비가오면 “내 마음에 비가”를 연주하며 마음을 다스렸고
독백과 설래임, 순결, 왜 나를 등등. 음반을 낸 지는 수년이 지났지만 그의 음악은 서정적이었다.
마치 같은 ‘미’를 연주하더라도 그의 음악의 ‘미’는 “미안하다” “미모” “미쳐버린” 등의 “미”였다.
88개의 건반으로 그렇게 멋진 하나의 시를 연주할 수 있는 노래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점심과 저녁식사 이후 덩치가 산만한 나는 자기 덩치보다 작은 업라인 피아노 앞에서
나의 마음을 다스렸고, 무난하게 고등학교 시절을 마칠 수 있었다.
아직도 내겐 7년이 된 낡은 삼호뮤직의 김광민 피아노 베스트가 내 신디사이저 앞에 있다.
그리고 오늘 공연에서 바다소리와 함꼐 연주되는 그의 그랜드 피아노 위의 작은 신디사이저의 소리를 들으며.
그때를 회상한다.
오늘 비록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마음에 비가”는 연주되지 못했지만. 그것까지 연주되면 분위기가 너무 우울해 질 수도 있었기에.
그의 서정적이면서도 조용한 음악, 나는 그의 음악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의 멋진 음악을 계속 기대하게 된다.
# 공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사실 처음 방문했다. 5분 늦었는데 철저하더라. 이미 시작이 되었으니 첫 곡이 끝나고 안내해준다고 한다. 3층으로 예매했는데 4층으로 가라고 해서 놀랐는데, 대기석이 따로 준비되어 있더라. 사진처럼 거의 무대만 보이고 내가 기대했던 김광민씨의 손은 볼 수 없었다. 때문에 공연 내내 눈을 감고 소리에만 집중했다. 윤상과 성시경이 나왔는데, 얼굴이 내 새끼손가락 보다 작으니 이건 뭐 봤다고 하기도 뭐하겠다. 윤상 노래는 모르겠는데 성시경은 목소리가 좋더라. 난 저런사람인줄 몰랐는데..
여튼 3층은 좀 아니다. 좀 싸게 가려고 했더니만, 이건 안본 것 만도 못하다. 차라리 돈 좀 더 모아서 좋은 공연 가는게 더 좋겠다. 근데 12월 공연을 예매했는데도 놓쳐서.. (그놈의 소셜커머스가 뭔지..) 사실 김광민 콘서트가 나는 지금까지 그의 음악을 7년간 들으면서도 작년 12월에 들은게 거진 처음인데, 이런 기회가 쉽게 있으련가 싶다. 그런 콘서트인 만큼 더 후회가 남는다. 평소에 좀 아껴둬서 보고싶은 공연을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공연이 조용해서 좀 졸리긴 했다. 눈을 감고 있다는 게 좀 졸은 것 같기도 한데, 김광민씨 음악을 들으면 맘이 편해지긴 하니깐, 뭐 최근에 내가 가진 스트레스는 없지만 앞으로 2011년 한 해가 왠지 즐겁게 시작될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쉽지 않은 기운을 받은 만큼 그때의 그 마음으로 즐겁게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