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에 잠식되다.

사람은 누구나 휴식이란 것이 필요한 것일까. 이 블로그도 그렇고, 여러모로 내 삶에서 지금 말하자면 “진도” 가 잘 안나간다. 일하는 것도, 집필도, HTML5와 관련된 일도 모든 것들이 말이다.

그래서 뭐든 어떤 내용이라도 글을 쓰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서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를 잡는다. 오늘은 최근 근황과 “나태”에 대해 생각해 볼 예정이다.

근황 : 게으름의 원인이 된 학업.

 말 그대로 게으른 나날을 보내고 있다. 딱히 내가 무엇이 문제라는 생각도 들기 전에 냉정하게 나 자신을 바라봤을 때 내가 너무나도 나태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그래도 70~80% 에 육박하던 계획들이 최근들어 50% 미만의 실천률을 보이고 있다.

 나태에 대한 얘기는 아래서 더 다룰 예정이므로, 일단 여기서는 근황 얘기를 더 해보자. 마지막 포스팅을 한 지가 벌써 1달이 지났다. 그 때에도 팀 프로젝트에 매우 시달리던 때였는데, 시달린다 해야하나.. 대학에 복학해서 매우 큰 욕심을 부렸던 나는 팀 프로젝트를 무시하다가, 아니 사실 대학의 교과과정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딴에서는 이러한 팀 프로젝트나 과제 등을 매우 저평가 하고 있었고, 그 결과 나는 너무 욕심부린 나머지 몇 몇 팀 프로젝트에서 수준에 맞지 않는 과제를 진행해서 한개는 실패를, 한개는 완성했지만 이후에 대한 평가가 그저그런(별별 관심이 없던) 상황이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5월 중반부터 한달간 계속 밤을 새고, 덕분에 프리랜서 일이나 집필 등의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엉망이 되었다.

 6월 중반 기말고사와 함께 지난주 금요일, 나는 방학을 맞이하게 된다. 중간고사때 시험의 중요성을 깊히 깨닫고 기말고사를 임했는데, 확실히 느낀바가 있어서 그럴까, 이번 시험은 임하는 자세부터 달랐다. 물론 팀플(팀 프로젝트)로 인해 결국 벼락치기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번에는 모든 전공과목과 교양과목을 암기보다는 이해하는 식으로 접근했다.

 나는 3,4학년 과목을 미리 댕겨서 듣고 있다. 3학년 과목까지는 자신있게 이해했지만, 4학년 과목은 거의 암기더라. 때문에 그 과목은 시험 자체 결과는 정말 안좋았다. 하지만 다른 전공과목들은 충분히 이해를 하고 시험을 봐서 그런지, 서술식으로 치뤄지는 과목들은 무난히 답을 쓰고 나왔다.

 그리고 시작된 방학, 그간 밀린 일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한 급하게 “계절학기”를 신청했다가 2일 후 바로 취소했다. 2주도 안되는 시간동안 공부하고 시험치르고, 그런 것들이 사실 부담일 뿐더러 생각보다 밀린 일정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리고 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내게 찾아온 것은 다름아닌 “나태” 였다.

나태에 잠식되다.

 참 나도 이 블로그에서 나태라는 말을 많이 쓴다. 솔직히 병특을 할 때에는 정말 부지런하게 생활했다. 9시 출근 이란 것이 정해져있으니 항상 일찍 일어나는 것을 습관화 했고, 과음 후 다음날이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음주도 최대한 삼가했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은 IT환경에서 새벽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한 학기가 지난 지금, 내겐 나태라는 것이 찾아왔다. 나태가 사실 별건 아니다. 간단히 말해 해야 할 일은 있는데 행동하지 못하고 멍한 상태, 그게 나태이다. 좀 많이 지쳤다고 할까.. 이건 무슨 회사를 다닐때보다 더 빡쎄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내 몸이 내것이 아니다. 

 사실 내가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긴 했다. 몸이 한 5개였다면 딱 좋겠다고 느끼는 것이 그 증거 중 하나이다. 빡센 일정 후에는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기 나름인데 휴식은 커녕 나는 나 자신을 너무 한계까지 몰고갔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 방학이 되고 난 뒤로는 책임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뭔가를 하기가 싫더라.

좋아하는 것에서 오는 함정

 요즘 어린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즐겁지만 xx한게 함정” 이란 말을 많이 쓴다. 나 역시도 함정에 빠진 경향이 있는데,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니 끝없이 욕심이 생겨서 본래 내가 해야 할 일이 미뤄졌다. “이것만 하고” 라는 생각에 시간을 잘 관리하지도 못하고 프로젝트 이외의 것들은 뒷전이 되어 버렸다.

 물론 집중해서 처리하는 것이 옳긴 하다만 사실 이런 팀프로젝트 같은 것이 이렇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그래서 더 문제라는 것이다. 팀프로젝트를 끝내니 운동도 1개월간 못하고 가장 중요한 아이젝트 체크 리스트를 1개월치 작성 못했다. 매월 Excel Sheet를 만들어 관리하곤 했는데, 6월달은 심지어 Sheet도 만들지 못했다.

 결국 이것은 함정이다. 좋아하는 일도 적당히 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고 계속했다. 

선택과 집중이 여유를 가져다준다.

 7월 29일, 나는 미국 여행이 예정되어 있다. 이제 한달 남짓 남은 시간인데 나는 아직도 일을 못끝내고 있다. 걱정도 걱정이지만 이러다가 내가 하던 일을 미국까지 가지고 간다면 나는 과연 어떤 기분으로 여행을 할 것인가. 한국에 남겨두고 온 일 생각 때문에 여행이 즐거울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여유를 그렇게 갈망했는데, 생각해 보면 여유란 것은 별것 없다. 욕심을 버리는 것이 여유다. 결국 지금의 나는 사실상 모든 계획이 나 스스로 세운 계획이다. 그러니 나 자신과의 타협을 꾸준히 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집중할 것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아이젝트 로드맵에서 가지치기를 정말 수 없이 많이 했다. 올해 계획은 본래 계획보다 1/2나 줄었다. 처음에는 내가 이정도밖에 이루지 못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갈수록 드는 생각은 이렇게 해야지 나 스스로도 안정감을 찾고 점차 행동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업에 있어서도 무리하지 않기 위해 교양의 숫자를 높히고 전처럼 타 학년의 과목을 선수강 하는 행위는 자제하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프로그래밍과 전혀 상관없는 과목의 부전공을 하려고 생각중이다. “심리학” 정도가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블로그를 기술노트로 & SNS 줄이기

 또 하나의 글쓰기 목표이다. (사실 글을 계속 써야지 나는 나태해 지지 않는다)올해들어 내가 블로깅을 거의 안한 것도 있지만 전과 다르게 기술적인 포스팅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이건 프로그래밍적인 실력을 전파하고자 하는 나 자신의 생각에 위배되는 행동일 뿐 아니라 이 블로그의 취지에도 잘 맞지 않는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기술노트를 써 나가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내가 추구하는 방향도 정립되고 개발적인 면에 있어서도 발전이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에 블로그보다는 짧고 여러사람이 볼 수 있는 SNS의 사용을 “주로”했었다. 온라인의 활동을 누군가가 보고 오프라인에서 이에 대해 언급해줄 때의 그 짧은 “희열” 같은 것이 있다. 결국 오프라인의 관계가 온라인에서도 통용된다는 사실, 그리고 무언가 사진과 글로 누군가에게 과시(?)할 수 있다는 욕심 등 그런 것들이 나를 SNS중독으로 몰아넣었다. 

 그래서 SNS를 줄일 필요를 느낀다. 물론 빠르게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사실 SNS의 대부분은 정보적 가치가 매우 떨어진다. 무엇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SNS를 좀 더 줄여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그러고보니 예전 생각이 난다. 지금은 Xpress Engine이 되었지만 NGEO라는 제로보드 4 때의 사이트가 있었고, 그곳에서 활동하던 나는 하나의 게시물에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리는 것을 보면서 채팅에 대한 희열을 느꼈다. 쓸때없는 내용도, 가치있는 내용도 그런 것에 상관없이 어떠한 커뮤니티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만큼은 강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커뮤니티적인 즐거움 속에 나 자신의 시간이 멈춰버린다는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되겠다. 인간다운 고독함, 나는 그러한 고독함을 보다 더 진취적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생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나와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챙겨주는 것.

 더 나아가 나 자신을 한없이 아껴주고 챙겨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나 자신과 끝없이 대화하고, 나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말이 단지 말로 끝나지 않도록, 나 자신과의 약속인 행동을 지킬 수 있는 그런 2012년 하반기가 되기를 다시한번 깊게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