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도 한편의 시(poem) 인가.

프레데레크 쇼팽. 그 이름만 들어도 사실 나는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이름이다. 그의 짧은 생애가 슬픈 것이 아닌 한편의 시와도 같은 그의 음악들을 머리속에 떠올릴 때마다 느끼는 자연스러운 나의 감성이 뒤섞여서 무의식중에 분출되는 것 과도 같다.

그의 곡들은 누구에게도 유명하다. 녹턴, 에튀드, 발라드 등등.. 그는 짧은 생애였지만 피아노 선율을 통해 그의 시를 완성시켰다. 건강이 악화됨에 따라 마주르카와 녹턴에만 몰두하고 마주르카 바 단조를 마지막으로 그의 39년 짦은 인생은 막을 내렸다.

3주만에 나는 내 방을 청소했다. 잠시 밖에 나가 뮤즈의 United States Of Eurasia 를 들으며 걸었다. 그들의 이 곡이 내게 의미 있는 이유는 마지막 부분의 쇼팽의 야상곡 내림 마 장조 때문이다. 이 곡은 내가 초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쳐본 클래식 곡이기 때문이다.

호기심 많은 한 아이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출장에 다녀오면서 사오시는 CD음반들을 즐겨 들었다. 올드팝스, 영화음악 Best등. Stand by me 에서부터 pretty woman까지. 당시에는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아이는 매일 자신이 마치 악기라도 된 마냥 기타음을 흥얼거리고 노래를 따라불렀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이던 아버지께서는 마침내 그 아이가 처음으로 듣게 된 클래식 음악들이 모여 있는 “THE IMPERIAL CLASSIC”이라는 CD를 주게 되었다. 컴퓨터에만 푹 빠져살던 그 아이에게 새로운 클래식이라는 세상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매일같이 stand by me만 주저리 거리던 아이는 어느새 집에 있던 업라인 피아노 앞에서 도레미를 음이 맞던 안맞던 두들기고 있었다.

그렇게 알게 된 피아노와 클래식은 아이의 성격을 뒤바꿔 놓았다. 워낙 천방지축이던 아이는 이것 저것 사고를 치는 것이 일상이었고 결국 그 자상한 아버지의 손에 매를 쥐게 만들었다. 어린 나이에도 어디서 본 것은 있어가지고는, 자살한다는 등의 부모 앞에서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을 마구마구 내뱉으며 골치덩이로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피아노는 그런 그를 바꿔놓았다. 이제 피아노가 그 아이의 마음을 정화시켜 놓는다. 악한 마음이 아무리 그 아이의 마음을 뒤감고 있어도 “도”라는 음부터 “시”라는 음까지, 88개의 건반에 손을 닿는 순간 신기하게도 그의 마음은 안정화 되고 다시 방황의 상태는 제자리로 돌아가고 그 아이는 평상시와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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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던 나였다. 학창 시절은 그 무엇보다 피아노가 내게 소중했다. 잘 치지는 못하지만, 어렵지 않은 몇몇 곡들을 수십번씩 쳐가면서 어렵든 쉽든 마음을 다스려 나갈 수 있었고, 이러한 것이 원동력이 되어서 다행이도 대학까지는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입학 선물로 부모님은 선듯 신디사이저를 사주기에 이른다.

하지만 20살이 되고 나서 나는 뜻밖의 욕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업이란 것과 성인으로써 나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혼란스러움, 그리고 빨리 독립하고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 이외에도 학문에 대한 욕심, 외모에 대한 욕심 등 예전에 내가 그랬듯이 수 많은 욕망과 욕심들이 다시금 나의 마음을 혼란속에 가두고 말았다.

그러나 나의 손에서 점점 피아노는 멀어져 갔다. 매일같이 쉬운 곡을 찾아대며 매일같이 그 짧은 시간 동안 피아노를 한곡이라도 치려고 안달하던 10대때의 나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마음을 정화하던 모습, 나의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그리고 방황을 하기 시작하면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

오늘 비로서 나는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엉망인 방을 청소할 수 있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너무 눈치만 보며 삶을 살아가다 보니 나 자신과 이 블로그에서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없었다. king of the superficial, 그렇다. 점점 나 자신을 가식속으로 채우고 있던 것이다. 내가 아닌 나의 모습으로 나를 채우고 있던 것이다.

나는 나를 알았다. 나의 속삭임을 알아채렸다. 그리고 비로서 이 모든 방황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예전부터 나 자신에게 그토록 중시하던 mind control, 이것을 잊고 살았다. 그것이 내게 가장 큰 실수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3주정도 넘게 나 자신을 초점을 못잡고 흐트러지게 만들었고, 삶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나쁜 것들.. 허나 무엇을 욕할 것인가. 온 세상에는 유혹이 넘쳐나고, 잘못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정말 끝도없는 진흙탕물이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 내가 눈치채기 전까지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내면의 또 다른 나를 눈치채야 한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우리의 몸과 마음 속에 자기 자신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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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해진 마음 속에, 앞으로 남은 10일은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솟구치는 악의 손길을 뿌리치자. 무엇보다 내가 지금까지 느꼇던 악의 손길이라 생각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항상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내게 주어진 길, 그리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것을 진지하게 나 자신과 이야기 나누어 보자.

[ ! ]

그렇게 쇼팽을 통해 마무리 진 나의 방황. 짧지만 고통스러웠다. 이상하게도 몇년 전부터는 꼭 1년에 한번 씩은 이렇게 찾아오더라. 무언가 목표를 한번 잃고 나면 헤어나올 수 없는 내 자신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훈련소 이후에 다시 작곡을 시작할 것이다. 아직 이론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만, 진지간히 하고 싶다. 이와 같이 그간 집중하지 못했던 영어에 대한 투자. 그리고 프로그래밍. 이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예술과 기술, 그리고 미래.

삼각구도가 잘 어울러진 멋진 삶을 꿈꿀 수 있도록.

lose control, increasing pace.